여행을 가다. 오사카, 마지막

2017-08-30 16: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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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13.12.19(목) ~ '13.12.21(토)


- 마지막날 아침이다. 발이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만들자.



숙소에서 바리바리 짐을 챙겨서 난바로 향하는 길에 만난 어느 식당. 멀리에서 '大田'이라 써있기에 혹시나 했는데, 옆에 작게 한글로 '대전'하고 써있음은 물론 한국 음식을 파는곳이라고 친절하게 쓰여있는 것을 보고는 그 반가움이 더해졌다.


- 지금은 타케시야마(마야?) 백화점. 밖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어둑하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추운 곳을 다니다 따뜻한 곳에 들어와 의자에 앉으니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 것 같이 몽롱하다.



생각보다 날이 추웠다. 난바역에 있는 타케시야마 백화점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아직은 적막이 감도는 난바의 거리,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 사이를 지나온 오사카의 토요일 아침은 괜스레 을씨년스럽다.


- 여행의 막바지가 되면 언제나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반나마 멍한 상태로 한걸음씩 떼는데, 그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리고 마는데 그래도 여행동안 잠시나마 '일상'이던 모습들을 남겨두고 진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무심코 지나친 거리, 간판 하나도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내가 느끼는 여행의 매력은 나에게는 특별하게 생각되던 공간과, 사람과, 시간이 '일상'이 된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내가 떠나온 곳에서 누리던 매일이 잠시나마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 누리는 즐거움에 허우적거리다가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함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의 아쉬움과 다시 돌아갈 나의 일상이 교차하는 시점의 묘한 감정은 단순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타고 내리는 지하철. 그 안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나에게도 잠시나마 그러했지만, 이제는 다시 타인이 되었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사소한 것들 조차도 유별한 마음이 생긴다.


-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대체 몇접시째인지 모르겠다. 열두접시는 훨씬 넘었는데 또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거기에 이미 마시고 난 맥주가 두병이 놓여져있다. 이 아저씨, 먹고 살려면 돈 많이벌어야겠다.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키가 작고 소식을 하는 사람들의 나라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는데,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첫날 들렀던 회전 초밥집을 다시 찾았을 때, 내 옆에 앉았던 어느 중년의 남성이 그러했다. 그야말로 끝도 없이 회전하는 선반에 놓여진 초밥 접시를 본인 앞으로 가져다 놓고는 본인의 선택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 젓가락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 조차도 초밥 생각이 나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 맛있게 먹던 아저씨였다. 정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허락도 없이 그런 것을 찍지는 못하기에 기록 대신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 문제의 차를 구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준 가게에 들렀다. 정말 별에 별 물건들이 다 있는데 향수가 아주 싸서, 처음으로 여행지에 와서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나 샀다.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라즈베리 프라페를 찾게해준 도톤보리 돈키호테를 다시 찾았다. 마지막 날이니 집에 무언가 사들고 갈만한게 어디 없나 둘러보러 온 것이다. 먹을 것들은 말할 것도 없으며, 장난감, 전자제품, 화장품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오사카에서 산 'Sculpture'라는 향수. 만원 남짓의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 같다. 나는 페라리의 라이트에센스를 좋아하는데 그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달달한 향이 오래 남는다. 마음에 들어서 사기는 했는데, 3년이 지난 아직도 반도 못썼다.



거진 먹을거리들이었다. 한국에서는 구경하지 못했던 생소한 것들을 하나씩 주워담다보니 어느새 봉투 두개가 꽉 찰 정도가 되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저 많은 짐들은 집에 도착할때까지 두고두고 나를 귀찮게 하였다.


- 오사카에 처음 발 디딜때도 비가 한두방울씩 흩뿌렸는데 갈때도 비와 함께다. 지난 홍콩, 이번 오사카 할 것 없이 갠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밖에 나가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여행기간 내도록 조금씩 흩뿌리는 비는 나를 괴롭혔다. 파란 하늘을 품은 오사카를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드디어 새로운 인생의 막이 시작되는데, 어째 그 마무리가 어정쩡하다 느껴져서 괜스레 흐린 날씨에 화풀이를 하고 싶기도 했다.


- 비행기 시간도 한시간 남짓 남았다. 공항에서는 오사카가 다 보인다. 정체된 삶도 때로는 생각이 나겠지만, 나에게는 계속 변화하는 삶이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기본에 충실한 위에 쌓아올리는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



이미 회사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한 LG화학은 고작 2년을 채우고 나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 파이널 콜에 비행기 탑승. 끝까지 알차다! (공항에서는 혼자 맥주를 홀짝...)



카운터 앞 아무 의자에 걸터앉아 마지막으로 부를때까지 술만 주구장창 마셔댔다. 내 생각에는 참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굳이 길게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앞으로는 이런 자유가 한동안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 비행기가 오사카의 밤하늘을 가른다. 내가 본 도시는 큰 곳이다. 끝이 어딘지 알수가 없다.



물론 오사카의 밤하늘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술을 찾기 바빴기 때문에. 홍콩갈때 이용한 이스트항공과는 달리 국적기는 맥주를 끝없이 가져다주었다. 그야말로 비행기가 부산땅을 밟을때까지 계속 부어댔다.


- 부산 상공을 날고 있다. 부산 역시 정말 큰 도시이다. 여행의 종점에 가까워오고 있다. 유람선이 줄지어 부산 앞바다를 가른다. 처음 보는 광경, 장관이다.



첫번째 일본 여행. 끝.





여행 결산


내 나름은 비행기삯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떠난 여행이었다. 물론 한참을 지나서야 그것이 전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리고 작년 초에도 오사카와 교토 등지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3년전과 비교하여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놀랐던 기억이 있다.



- 항공권(김해 - 오사카, 아시아나 항공) : 236,700원

- 숙박(2박, 코마 게스트하우스) : 5,000엔 (놀랍게도 아직 1박 요금은 그대로이다.)

- 오사카 주유패스 : 2,300엔 (주유패스도 한화 기준으로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 선물 : 2,792엔 (손수건 두장과 먹을거리들이 선물이었다.)


'13.12.19(목)


- 식사

저녁(겐로쿠스시) 650엔

- 간식

빵(POMPADOUR) 189엔 / 맥주, 치킨볼 358엔

- 그 외

수건 대여 : 200엔

합계 1,397엔


'13.12.20(금)


- 식사

점심(스시) 650엔 / 저녁(킨류라멘) 600엔

- 간식

빵(백화점) 105엔 / 타코야키(도톤보리) 500엔 / 차, 음료수(선물 포함) 1,088엔 / 맥주 217엔

- 그외

지하철 패스 800엔 /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 700엔

합계 4,660엔


'13.12.21(토)


-식사

점심(스시) 650엔

- 그외

향수 980엔 / 기차표(공항행) 890엔 / 맥주 795엔 / 아이스크림(녹차) 300엔

합계 3,615엔


총 결산


한화 결제액 : 236,700원

엔화 결제액 : 19,764엔

약 442,000원


요즘은 요령이 생겨서 저렴하게 다녀오고자 하면 홍콩, 일본 어디든 상관없이 저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다만 그러지 않는 것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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