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랜선 여행. 비행기 탔더니 승무원이 은지원이었던 썰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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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대로 살아가는 여행 가방 장사꾼의 여행 이야기

'그런대로 랜선 여행'입니다.


6. 비행기 탔더니 승무원이 은지원



말 그대로다. 문자 그대로. 비행기 탔더니 승무원이 은지원 형님이었다.


평소에도 연예인을 자주 마주치는 편이긴 하다. 여자친구랑 대전 시내를 걷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뭔일 났나 싶어서 가봤더니 갓 데뷔한 듯한 아이돌이 팬미팅을 하고 있었다. 현수막에 새겨진 그룹 이름을 봤더니 엑소란다. 그렇게 유명한 아이돌인줄 알았으면 나도 그 무리에 합류하는건데.


여자친구는 박재범 형님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만 주구장창 마주쳤다. 길 걷다가도 만나고, 그냥 만나고, 시도 때도 없이 마주쳤다. 제천 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 할 때는 마침 공연을 오셔서 바로 앞에서 보기도 했다. 얘기 할 때 마다 내가 별 감흥 없이 맹하게 있으면 여자친구는 무척 언짢아한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힙합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취업 준비를 한답시고 외삼촌 댁에 잠시 얹혀살 때는 주말마다 어떤 걸그룹 멤버와 가족 내외를 주말마다 마주치기도 했다. 그분의 부모님이 같은 동에 살고 계셨던 듯하다. 그 외에도 마주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공연을 열심히 다니기 때문에 연예인을 많이 보는 것과 별개로 그냥 팔자가 그렇다.



그런 와중에도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때는 2019년 11월이었고, 대만 가오슝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출발지가 달랐기에 부산행 비행기를 타는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배웅했고, 나는 다음날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은지원 형님만 계셨을리가 있나. 귀국편 뽑기를 잘했다. 덕분에 신현준 형님이 표 확인해주시는 비행기를 타게 됐다.


집에 TV도 없고 찾아보는 예능도 별로 없다. 그래서 뭔지 몰랐다. 나중에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채널A에서 하는 '비행기 타고 가요'라는 예능이었다. 이 촬영은 두 번째 시즌의 첫 번째 여행지였다.


마침 유튜브 한다고 한창 설치던 때라서 고프로를 손에 들고 있었다. 덕분에 뜻하지 않게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었다.



은지원 형님 등판.


형님의 모습을 오래 담지 못한게 많이 아쉽긴 하다. 이미 카메라가 많아서 승객 분들이 예민한 상태인 듯했다. 나까지 고프로 들고 설쳤다가는 이후에 닥칠 후환과 따가운 눈초리가 두려웠다. 몸뚱아리에 바짝 붙여서는 소심하게 고프로를 들었더니 제대로 담은 것이 별로 없다.



누님 덕분에 무사히 군생활 마쳤습니다. 'BANG'은 앞으로 더 크게 재평가 받아 마땅하고 마침내 전설로 남을 갓띵곡입니다.


동갑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누님이었다. 군생활 하면서 레인보우 조현영 누님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였다. 실제로 뵙게 될 줄이야.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끔 무심하게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손이 벌벌 떨렸다. 그래서 실물의 반에 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누님. 다음에는 훨씬 더 예쁘게, 실물에 가깝게 담아드리겠습니다.



어째 절차를 수행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더니 신현준 형님은 시즌1에도 출연한 경력직이었다. 약간의 권태로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모든 과정에 거침이 없다.



이 정도면 신입을 교육하고 있는 경력직 사무장이라고 해도 아무런 이질감이 없다. 여윾시 경력직...



일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정말로, 진정으로 간지가 흘러 넘치는 형님이다. 흐르다 못해 사방 천지 홍수를 이룰 정도다. 1박2일과 신서유기에서만 뵙던 분인데, 실제는 예능 속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대체 얼마나 연기를 잘하면 그렇게 어벙해 보일 수 있을까.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아름다움에 잠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주접이 아니다. 필력이 딸려서 이 정도 밖에 글로 옮기지 못하는게 진심으로 아쉬울 정도다. 그 정도로 이 형님은 풍기는 아우라가 다르다.



열심히 여행 다닌 보람이 있다. 시행 횟수가 늘어나니 이런 일도 생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여행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두 달 뒤에 이 시국 크리를 맞았다.


오호통재로다.



누님께서 주신 세관서류, 평생 간직하고 싶었지만 잘 작성해서 무사히 제출했습니다. 마침 볼펜이 없어서 볼펜도 부탁드렸다.


가까워지는 동안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건만 표정 관리가 잘 안됐다. 아무리 틀어막으려 해도 새어나오는 팬심은 어쩔 수 없다.



그 와중에 너무 여유롭다. 현준 형님은 승무원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에 능숙했다.



호흡을 맞추는 상대가 그 누구더라도 문제없다. 맡은 업무가 무엇이라도 역시 문제없다.



2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 시간 동안 카메라 저장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한 분은 단언컨데 은지원 형님이다. 그야말로 이 형님의 재발견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 자리에 황제성 형님도 계셨다. 그리고 나는 제성이 형님을 정말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은 막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눈이 저절로 움직인다. HOT와 90년대 남자 아이돌 시장을 양분한 그룹의 리더,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다.



어느 순간 촬영을 관뒀다. 좋아하는 밴드의 내한 공연을 가면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게 훨씬 득이라는 생각을 한다. 같은 생각이 번뜩 스쳤다. 그냥 감탄만 하면서 이 형님이 가까워지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아마도 여행하면서 처음이었다. 내가 가진 카메라가 시원찮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심지어 후회까지 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안되면 되는대로 어떻게든 해법을 찾는 성격이라서 결핍에 크게 게의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렌즈와 카메라의 부재가 너무 아쉬웠다. 장비가 조금 더 좋았다면 이 순간을 훨씬 더 아름답게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황제성 형님 등장. 사랑합니다 형님. 언제나 건강하십셔.



우리 비행기, 곧 인천공항에 착륙합니다.


분명 귀한 경험이다. 내가 유명해져서 예능 크루에 합류하지 않는 이상 분명히 다시 못할 경험이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준 연예인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형님 누님들 덕분에 좋은 시간 선물 받았습니다. 언제나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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