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후쿠오카, 두번째

트래블러스 하이
2018-09-19 11:59
조회수 122

후쿠오카, '18.09.03(월) ~ '18.09.05(수)



지난 밤,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쉴 새 없이 위장속에 하이볼을 들이부은 덕분에 둘째날 아침을 맞이한 육신 역시 온전치 못하였다. 관자놀이를 좌우로 관통하여 주기적으로 들이닥치는 두통 덕분에 마치 소리굽쇄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린 2018년 9월의 어느날. 후쿠오카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잠에 들기 전 일본 본토는 태풍 제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했던지라 숙소 문을 나서기가 두렵기 그지없었지만 천만 다행으로 규슈 지방에 마수가 미치지는 않았다.



도리어 전혀 사그라들지 않은 땡볕에 태풍이 몰고 온 습기가 잔뜩 스민 덕분에 오늘 하루가 탈진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었으니, 이는 천운인 것인지 불행인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일찍 일어날 생각이 없었던 덕분에 첫 끼니는 자연스레 점심이 되었다. 전날 술자리를 함께 한 스물 여섯살의 친구와 함께 향한 곳은 근방에서 나름 유명하다고 하는 초밥집.



숙소가 있는 나카스카와바타에서 텐진까지는 불과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였기에 웬만하면 걸었을 것인데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스친다. 뱃속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객기를 함부로 부렸다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길거리에서 객사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업이 막 시작된 이후였으니 꽤나 이른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밥집은 이미 만석이었고, 빈 자리를 기다리는 줄이 늘어져있었다. 이곳에서 초밥을 먹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니었던 탓에 빠르게 새로운 목표를 물색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찾은 덮밥집. 딱히 리뷰의 힘을 빈 것은 아니었고, 대기열이 존재하지 않는 식당 중에 가장 우리의 취향에 부합하는 선택지였다.



나름의 역사가 묻어나는 단정한 메뉴판은 매우 직관적인 듯 보였으나 아쉽게도 과반을 넘게 점유한 카타카나 덕분에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많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 놓여진 영어 메뉴가 없었다면 아마 점심밥을 두고 돌려돌려 돌림판을 벌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가 대부분이었지만 나의 점심은 치킨 난반 정식이었다. 메뉴판 속 그것의 사진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탓. 높은 전환율의 핵심은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 컨텐츠의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다.


정확하게 보여지는 만큼의 범위 내에서 상상할 수 있는 맛을 가지고 있던 치킨 난반. 그 시작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창대하였기에 벅찬 감이 없지 않았던 이번 여행이 나의 통제 범위 내로 돌아오는 듯 하여 조금은 안도의 마음이 생긴다.



오후부터는 꽤 거센 바람이 비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별다른 일정 없이 조용한 카페에서 일을 하려고 했다. 감히 이런 하늘을 보고 아무런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았다. 후쿠오카 타워가 걸어서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 천천히 걸어보기로 한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어느 화요일의 오후가 이방인인 나에게는 의미를 달리한다. 요즘과 같이 숨 돌릴 틈이 제한된 시대에 누군가의 일상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현지 사람들의 발걸음에 보폭을 맞추어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다.



인구가 150만이 넘어가는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후쿠오카. 특별한 구석이 있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익숙함과 정겨움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이 동네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팔자 좋은 이방인의 눈이기에 그리 보였겠지만, 횡단보도 위 표지판을 그냥 지나쳤다면 나는 아마 이곳이 법원이라는 것을 지금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아담하게 올려진 건물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있던 골목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짱구는 못말려를 현실에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굳이 지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지나쳐 보았다.



꽤나 의욕 넘치게 길을 나섰는데 곧 지쳐버렸다. 아침 겸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보람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으로 바닥에 팽개쳐지는 중이었고 지금까지 걸은 만큼 더 걸어야 한다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구글 지도의 안내는 야속함만 더할 뿐이었다.



곧 주택가를 지나야 하니 볕을 피해갈 수 있겠구나 희망에 잠시 젖었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 가로수길이 해변가에 닿기 전 마지막 그늘이었을 줄이야.



교류 전기도 아닌데 볕은 구름에서 벗어남과 가려짐을 반복한다. 탈수 직전의 빨랫감처럼 늘어져버린 몸뚱아리는 내 의지대로 이끄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그 덕분에 큰 노력 없이 안면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라면 덤. 매번 이런 여행을 했다가는 머지않아 산 안드레아스 단층보다 거대한 계곡을 이마에 세 줄 정도 갖게 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파란 빛은 나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추게 만들었고, 카메라 셔터는 쉴 새 없이 눌려지기를 반복했다.



저 멀리 후쿠오카돔이 보이면 걸을 힘이 조금 더 날 것 같았는데 마침내 눈 앞에 나타났다. 물론 현실은 언제나 마음먹은 것을 한참 후행하기에 기대했던 힘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후쿠오카 타워는 모모치 해변에 면하고 있다. 타워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에 실린 짠내의 농도가 짙어진다.



태풍이 들이닥칠 때 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겠지만 창문을 여는 것 만으로도 탁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의 주거단지는 부럽다는 말을 연신 내뱉게 만들었다. 고향이 포항인 덕분에 어릴 적에는 바다가 있는 삶이 일상이었는데, 먹고 사는 것이 우선하다보니 조금은 멀어져있다. 바다가 보이는 집을 갖고 싶은데 조금 더 부지런히 노력해서 시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멀리에 보이는 곧게 솟은 저것이 바로 후쿠오카 타워. 심신의 늦은 동기화를 이제사 마친 것인지 비로소 힘이 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도착한 모모치 해변. 볕이 여전히 작열하는 덕분에 여름이 물러가려면 한 세월이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이곳에는 이미 가을이 찾아온 듯 한산하기만 하다.



무슨 연주라도 할까 싶어서 잠시 앉은 자리에서 기타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넥을 다루는 모습이 그저 등짝이 허전해서 메고 다니는 기타는 아닌 것 같았는데, 살짝 아쉬웠다.



천만 다행으로 태풍을 빗겨간 후쿠오카의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가만히 서서 이 모습을 눈에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 길지 않은 해변의 끝자락에는 이런 저런 상점들이 모여있다. 유럽의 거리를 옮겨놓은 것 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그리고 그 뒷편에는 대망의 후쿠오카 타워. 구름이 점점 두터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날이 더웠기에 얼마 남지 않은 걸음을 재촉하기로 한다.



그리고, 별 것 없을거라 기대한 이상으로 별 것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후쿠오카의 야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를 찾는 것이 아니면 마땅히 올 이유가 없는 곳이다. 이미 공항에 착륙하는 동안 후쿠오카의 전경을 차고 넘치게 보고 왔는데, 굳이 혼자서 대낮에 타워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이미 본 것을 또 눈에 담을 필요는 없었다. 어둠이 내린 시간이었다면 잠시 고민을 했으련만 지금은 해가 중천보다 높이 뜬 오후 2시, 어떤 식으로 핑계를 만들려고 해도 전망대에 오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참으로 뜬금없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어폰이 운명하였다. 이어폰 팁이 워낙에 잘 빠졌던지라 이어폰 가격보다 팁 사는데 돈을 더 쓰지 않았으려나 싶을만큼 마음 고생을 많이 시키는 녀석이었는데, 더이상 일하기 싫었는지 영원한 안식의 길에 들어버렸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하카타 요도바시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어폰 생각에 마음이 급하였지만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정 없는 일이다. 비록 뒷문으로 들어가 화장실 한 번 다녀온 다음 앞문으로 걸어나온 것이 후쿠오카 타워에서 한 일의 전부였지만, 다녀온 티는 내야겠으니 어느 좋은 날의 사진으로 잘 남겨두었다.



이곳 역시 참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이어폰이 발길을 막는다. 언제 다시 밟을 후쿠오카 땅인지는 모르지만, 후쿠오카 시립 박물관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20분 쯤 걸었을까. 니시진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농협의 현수막을 발견하였다. 3만원 이상 결제시 10% 캐시백. 그러니 우리는 엔화를 멀리하고 농협카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농협카드 쓰세요. 농협.



하카타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플랫폼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광고임에도 눈길을 사로잡길래 사진으로 옮겨담았다. 요즈음은 머릿속에 홍보 생각만 가득하기에 길을 가다 마주치는 모든 광고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된다.



지하철 노선이 짧은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 것으로 연유할테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찌됐든 분명한 장점이다. 15분만에 도착한 하카타역은 우메다역의 위용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난이도의 미궁, 여기까지 오기가 참 눈물겨웠다.



다시 만난 후쿠오카의 하늘. 잠시 멀어져 있었다고 표정이 더 어두워진 것 같은데, 부디 기분탓이길 바라면서 요도바시 하카타를 찾기 시작했다.



이미 이 시점부터 빗방울이 길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급해진 마음만큼 발걸음도 빨라진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스치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흠칫하게 되는 갈색 곰과 노란 오리놈인데 현실에서 만난 녀석들은 꽤 반가웠다. 나름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걸 보면 일본 사람들에게는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서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내 마음에 드는 이어폰을 손에 쥐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이어폰을 파는 곳이 어디인지 찾지 못한 것이 첫번째요, 사고 싶은 이어폰이 실물은 없고 왠 종이쪼가리만 휑하니 걸려있으니, 분명 어디론가 들고가서 교환을 하라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카운터는 어디에 있는지 헤맨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마음에 들었던 점은 진열된 모든 상품을 청음해 볼 수 있었다는 것. AKG와 오디오 테크니카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 일색이었던 탓에 돌려돌려 돌림판의 순간이 마침내 도래하고 말았구나, 눈앞이 아득해지는 듯 했지만 정말 모든 제품을 청음할 수 있게 공간을 꾸며놓은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만원, 이만원 하는 이어폰을 청음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공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한국에 들고와서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소리가 매력적인 이 녀석은 지금 책꽂이 한켠에 잘 모셔져 있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나버렸고, 마침 약정도 끝났겠다 새 핸드폰을 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는데, 새로 산 V30은 출시 당시에도 음질을 그렇게나 강조한 핸드폰이었다는 것. 제공되는 기본 이어폰이 그렇게 뛰어날 줄 몰랐다. 그 덕분에 이 녀석은 약 일주일 가량의 짧고도 짧았던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어폰에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써버린 탓에 밀린 일을 처리할 시간이 촉박해졌다. 부지런히 카페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짐작컨데 여행을 다니면서 본 가장 단호한 환영 인사가 아닌가 싶다.



하늘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비가역적인 것은 아니어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비구름이었는지 숙소가 있는 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파란 하늘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잔뜩 졸이던 마음도 다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혼자서 일을 한다는 것의 정말 큰 장점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나의 일터가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는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타지에 있을 때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시간이 계속된다. 물론 가방이 계속 팔릴 때 얘기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지금의 일을 2년간 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이 일의 가치이다.



밀린 일을 부지런히 끝내놓고 잠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땀에 잔뜩 절어있는 몸뚱아리가 찝찝해서 견디기 힘들기도 했고 하루종일 어깨를 눌러대는 가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간단한 샤워 후 짐을 다시 챙겼다. 그러고 나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조금 더 진득하니 시간을 들여 마음에 드는 식당을 만나보기로 한다.



어둠이 내릴 채비를 마친 후쿠오카의 밤거리는 아늑하다. 대전에서 꽤나 오랫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마치 바다를 건너 대전을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아늑함이 특별함이라면, 이 동네는 특별함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도 남을 동네이다.



꽤나 멀리에서부터 이 간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너무나 정직한 이름인데, 과연 얼음을 취급하는 회사의 간판이 이렇게 감각적일까 싶어 반신반의 했지만, 놀랍게도 얼음을 파는 대리점같은 곳이 맞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모든 간판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깊었다. 맞은편 화단 모퉁이에 걸터앉아 주인장 내외의 일하는 모습을 오 분 가까이 지켜봤을만큼.



마음껏 헤매고 싶다는 생각에 지도 한 번 켜지도 않은 채로 골목 골목을 헤집다보니 돈키호테가 있는 중심 거리에 닿게 되었다. 조용하게 흐르는 강물 위의 풍경에 멍하니 시선을 흩어놓은 채 지나는 후쿠오카의 밤을 아쉬워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찾은 곳은 돈키호테 근방에 위치한 작은 꼬치집. 닭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듯 한 사장님은 가게 곳곳에 닭을 그려놓고는 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지만, 왜 가게 이름이 산림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야생의 진짜배기 닭은 꽤 우거진 숲에서나 찾을 수 있다는 사장님의 뜻을 몰라본 것인지..



내가 사는 동네에도 꽤 닭으로 꼬치 요리를 잘하는 일본식 선술집이 있다. 그곳에 가면 닭껍질을 잔뜩 시키고는 하는데, 이곳에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뱃속에 들어오려고 번호표를 뽑은 녀석들이 많았기 때문에.


검붉은 빛의 진하기 만큼이나 맛이 강하다. 맥주와 함께 하기에 어울리는 정도의 강함. 마지막 밤이 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무척이나 적절한 한 쌍이다.



소금 사태에 쓸개즙을 짜넣은 것 같이 그저 짜기만 했던 닭날개만 차치하면 모든 것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식사 삼아 시킨 주먹밥이 너무나 훌륭했는데, 별다르게 간이 된 것도 아니고 뭉쳐진 밥 사이에 버터 한조각이 들어간 것이 다였지만 살면서 제일 맛있는 주먹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여운이 오래 남았다.


고구마 소주 역시 처음 마셔보는 것이었는데, 고구마는 찌거나 구워서 먹자. 아니, 난 고구마를 안 좋아한다.



잘 먹었습니다.



어차피 먹을거리를 사려면 아침에 다시 들러야하지만 근처에 온 김에 찾은 돈키호테, 농협의 침투력은 김신조 일당의 그것보다 예리하고, 전방위적이다. 10% 캐시백. 최대 30%까지. 농협카드 쓰세요. 농협 최고야.



일본은 참 좋은 나라입니다.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아서 잠시 여유를 갖기로 했다. 강을 따라 조용히 어둠 속에 가라앉은 후쿠오카 거리를 걸어본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는 덕분에 바람에 실린 비릿한 소금기가 정겹다. 이곳의 밤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후쿠오카 타워에 올라야 하는 이유가 이해될 만큼.




조용히 스치는 바람의 감촉만이 빛의 부재를 대신하는 후쿠오카의 밤, 마지막 날의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