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3 나라 공원의 사슴을 구경해 보자.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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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없는 나라 공원 사슴 참교육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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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나라로 향하는 길은 불과 40km밖에 되지 않았지만 산을 두 개 넘어야 했다. 덕분에 나라에 도착한 직후의 몸뚱아리는 걸레짝보다 조금 쓸 만한 수준이다.


힘들다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음날 숙소는 여기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교토 어딘가의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한 지 오래다.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삐걱거리는 육신을 일으켜 세웠다. 정신을 추스르고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코인 빨래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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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일은 교토를 향해 다시 자전거에 올라야 하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늘 저녁이 유일하다.


딱 한 곳만 둘러보기로 했고,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사슴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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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공원 도착. 울타리로 분리한 사슴 구역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길바닥에 사슴이 마구마구 돌아다닌다. 이 녀석들은 꽤나 저돌적이고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먹을 것만 보면 맹목적으로 달려들어서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이 당시에도 충분히 많았는데 이 시국이 시작된 후에는 수가 겉잡을 수 없이 늘었다고 한다. 이제는 동네의 골칫거리가 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대체 얼마나 많아졌길래 그런 말까지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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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사슴들은 센베만 보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든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차례를 기다릴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고 말을 들을 리도 만무하다. 안 주면 들이받을 것처럼 달려드는데 상당히 마음에 안 든다. 얻어먹는 주제에 꽤나 건방지다.



이런 건방진 사슴들에게는 참교육이 필요하다. 호주머니를 털어서 센베 한 뭉치를 샀다. 사슴계의 강형욱으로 진화할 준비를 마쳤다.



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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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사슴 앞에 섰지만 막상 다가가려니 무섭다.


무리 지어 다니는 놈들은 겁도 없고 사리분별도 없다. 괜히 나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서 계획을 급하게 수정했다.


나홀로 다니는 관상이 좋은 녀석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뿔이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듯한 이 녀석은 인상이 좋다. 꽤나 귀엽게 생겼다. 나의 마수걸이는 너로 정했다. 드루와 드루와.



착각이었다. 인상이 좋은 거랑 성격이 좋은 거는 별로 상관 관계가 없다.


이 녀석 센베를 보자마자 돌변했다. 맹목적으로 센베를 쫓는 눈의 총기는 흡사 광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유전자에 새겨진 듯하다. 이 놈들은 맹목적으로 센베를 추종하기 위해서 태어난 기계나 다름없다.



그래도 무사히 1:1을 완료했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니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본게임을 위해서 너른 벌판으로 향한다. 더 많은 사슴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맨다. 사슴이 사는 구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험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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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만났다. 네 마리의 사슴이 무리 지은 현장이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센베야 나에게 힘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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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모조리 도망가 버렸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라서 충격이 유난했다. 인생 쉽지 않다. 갑자기 현타도 오는 것 같다.



나 불굴의 사나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지. 결국은 해내고 말았다.



일타쌍피까지 무사히 시전했다. 굳잡 가이즈.



조련을 시작했다. 예절교육의 시간이다. 센베를 먹고 싶으면 예의를 갖추라 이말이야 건방진 사슴 놈들아.



핸드폰을 이용해서 실습 현장 기록도 무사히 완료했다.



찰칵. 살짝 쫀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아마 기분 탓이다.



무사히 조교를 끝내고 시내에 입성했다.


워낙에 격렬한 시간을 보낸 탓에 배도 격렬하게 고프다. 완전히 어스름에 잠긴 거리를 따라 식당을 찾아 헤매던 중에 '교자의 왕자'라는 이름의 식당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의 김밥천국 포지션에 해당하는 전천후 밥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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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기 그지없는 한 끼를 즐겼다. 열심히 노동 후에 먹는 밥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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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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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날이었다.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직 악으로 깡으로 버틴 하루가 마침내 떠나가는 중이다.


내일은 교토까지 40km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평지다. 잠자리에 드는 마음이 그래도 가볍다. 어떻게든 버텨낸 나에게 칭찬의 박수를 건네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교토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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