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근교 여행, 가라쓰 탐방기 (feat. 가라쓰성)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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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서 멀지 않은 아름다운 어촌 마을, 가라쓰와 가라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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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후쿠오카 교외로 나가 보자.


소담하게 펼쳐진 논밭 사이로 난 철길을 타고 둔중한 쇳덩어리의 덜컹거림이 주기적으로 전해진다. 기차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지금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가라쓰라는 이름의 소도시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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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서쪽에 위치한, 너른 품의 바다를 벗한 인구 12만의 조그마한 항구 도시다. 딱히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자신있게 내세울 만한 명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임진왜란 때에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들로부터 시작된 도자기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이바닥에 차고 넘친다. 현해탄을 건너온 조선의 도공이 한둘이었을 것이며 그들이 비단 가라쓰에만 머물렀겠는가.


어쩌다 보니 이곳에 발걸음이 닿게 되었지만 무슨 연유로 여기까지 흘러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생각해 보니 상당히 뜬금없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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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게 아예 없지는 않다. '마이즈루성'이라는 이명을 가진 가라쓰성은 마땅히 즐길 것 없는 어촌 마을의 몇 안되는 볼거리 중 하나다.


임진왜란 시절 일본 본토의 주요 보급 거점 중 하나였던 '히젠 나고야성'을 허물고 남은 자재를 이용해서 지은 성이다. 살짝 미묘한 지점이 있지만 그나마도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여기까지 온 이유를 하나도 만들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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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올라 내려다보는 바다가 굉장하다. 아주 시원하게 탁 트인 해안가를 따라 품이 넉넉한 바다가 들이치는 풍경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바다 너머 길다랗고 길쭉하게 솟은 검정색의 무리들은 소나무를 이용해서 조성한 방풍림이다. 뒤편에 있는 공원에 오르면 방풍림의 면면을 한눈에 톺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걸어가기에는 너무나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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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매화를 벗한 천수각이 상당히 아름답다. 봄꽃이 함께하는 풍경은 언제 어디서나 감탄을 부른다. 소복하게 매화꽃이 내린 가라쓰성의 곳곳에도 만물이 생동하는 기운이 한아름 느껴진다. 볕이 실린 바람은 따뜻하고 손에 닿는 공기의 감촉은 포근하다. 좋은 봄이다.



사방에 그득한 봄기운에 미소가 만면했지만 어김없이 나타난 계단을 오르며 한숨을 내쉰다. 천수각도 틀림없이 계단의 연속이다. 오를 이유가 없다. 안 봐도 뻔할 것이기 때문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봄기운이 곳곳에 만발한 가라쓰성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계단 아래로 향한다. 가라쓰라는 동네를 다시 올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가라쓰성도 이번이 마지막일 듯하다.


잠시나마 함께해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은 없을 테지만 언제나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행복하세요.



가라쓰성을 벗어나 빠르게 탈주하는 중이다.



성에 올라 마주한 바닷가를 직접 걸어 보고 싶었다. 가라쓰성에서 15분 남짓을 걸어 도착한 바다는 먼발치에서 본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고 의외로 을씨년스러웠다.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만이 사방에 가득하니 약간 공포스럽기도 했다.



오랜 시간 바람을 마주했더니 어느 틈에 몸뚱아리가 식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온기를 불어넣는 게 쉽지 않을 듯해서 온기가 있는 공간과 뜨끈한 커피 한 잔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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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성에서 도보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조용한 카페였다. 인상이 푸근한 주인 내외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아기의 볼을 닮은 모찌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탐스러웠고 정성스레 내린 커피는 목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옅은 미소를 띄게 한다. 좋은 여정의 마무리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마음이 급하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후쿠오카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라쓰역으로 향하는 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플랫폼을 파리하게 물들이는 늦은 오후의 볕이 차창을 뚫고 한기를 전하는 듯하다. 매화가 만개했지만 봄은 아직이다.



구름을 찢고 아스라이 부서지는 이른 저녁의 태양을 벗하며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은 느긋한 바다의 품이 있어 따뜻하다. 바라만 보아도 온기가 감도는 풍경을 배경 삼아 열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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