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1 세렝게티를 갑니다. 탄자니아로 갑시다!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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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탄자니아까지 30시간,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역시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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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까 싶었는데 이게 되네.


탄자니아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 동기 형에게서 간만에 연락이 왔다. 뜬금없이 여행을 가자고 꼬드긴다. 어딜 가냐고 물어보니 세렝게티를 간단다. 본인과 함께라면 세상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그 누구보다 알차게 세렝게티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한다.


듣고 보니 묘하게 설득된다. 정신을 차려 보니 비행기표 예약 확정 메일이 날아와 있고, 수중에는 탄자니아 실링으로 환전하기 위한 달러가 한가득이다. 2019년 연말,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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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건 좋은데 할 게 많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예방주사였다. 사진 속 노란 증명서 한 장을 받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이 녀석 한 장 때문에 두 번이나 인천을 오가야 했다. 한 번은 인천항, 한 번은 인천공항.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다. 인천항 검역 사무소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려던 첫 번째 시도에서 나는 신분증을 챙겨가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집에서 두 시간을 달려온 인천항인데 어떻게 방법이 없냐고 눈물로 사정하고 읍소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거머쥔 증명서다. 이 녀석을 받아드는 순간, 나의 가슴 속에서는 소금보다 진한 폭포가 조용히 홍수가 되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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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는 굉장히 훌륭하다. 동행한 형 덕분에 운 좋게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과연 비즈니스라, 좋은 술이 아주 많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와 형은 테이블 위에 놓인 거의 모든 술을 맛보고 즐겼다.


행복이 별 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좋아하는 술 잔뜩 마시면 그게 바로 기쁨이고 행복이다. 술을 끊은 지금의 나에게 그런 행복이란 원더랜드의 지평선 너머 신기루가 되어 버린 지 오래지만 말이다.



짠. 열심히 마시고 안전하게 잘 다녀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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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아디스아바바로 날아가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르에스살람으로 날아가야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다르에스살람에서는 8시간 남짓을 기다려서 므완자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의 서막은 열 시간짜리 기나긴 비행이 열었다.


이미 진하게 취했지만 할 게 없다. 비행기 안에서도 열심히, 정말 부지런히 마셨따. 온갖 종류의 술을 붓고 또 붓는다.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신다. 화장실 갔다 와서 마시고 영화 좀 보다가 마시고 잠 좀 자다가 마신다. 계속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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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맞이하는 생애 첫 번째 아침이다. 지평선을 따라 비상하는 아침 햇살이 간밤의 어스름을 몰아내는 중이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지만 가슴이 저릿하다. 내 생에 첫 번째 맞이하는 아프리카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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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행의 서막이 올랐다. 열 시간 남짓을 날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아프리카는 어딜 가나 따뜻한 줄 알았지만 여기는 고산지대라서 그런 거 없다. 갑자기 들이치는 한기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술에 절은 몸뚱아리는 쉴 새 없이 비명을 지르고 관자놀이에는 누가 못을 박았나 싶은 고통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우아한 여정의 시작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어쨌든 시작이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에 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아니, 두 발 남았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 여기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할 뿐 아니라 거기에서도 한 번의 환승이 더 기다리고 있다.


쉽지 않은 여행의 시작이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깨질 것 같은 머리통을 부여잡고 심호흡 한 번을 크게 내쉰다. 신이시여, 부디 무사히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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