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홍콩에서 먹은 것들

트래블러스 하이
2019-03-21 17:16
조회수 238

홍콩, '19.03.09(토) ~ '19.03.13(수)



2016년 12월.


여권에 새겨진 홍콩의 흔적은 2년 하고도 3개월 전이 마지막이다. 가지 않을 이유나 피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다. 물론 발걸음 해야하는 이유 또한 마땅찮았던건 매한가지이지만.


여튼, 무척 간만에 밟은 홍콩 땅이었다. 바뀐 것은 내 나이 앞자리 숫자와 달력 뒷자리 말고는 없구나 싶었을 만큼 한결같은 모습에 한편으로는 안도가, 또 다른 마음에는 나이만 먹어가는구나 싶기도 했던 일곱번째 홍콩 나들이. 2년 반만의 홍콩에서 먹고 즐긴 것들이다.



1. 상하이 라오라오(Shanghai Lao Lao)


주소 / 지도 / 시간 : 체인점이므로 구글지도에 Shanghai Lao Lao 검색 후 참조


※ 홍콩섬 북부의 중심가(센트럴, 완차이, 코즈웨이베이)는 물론이고 침사추이, 샤틴 등 여행자가 갈 만한 곳이라면 이 녀석은 웬만하면 찾아볼 수 있다. 굳이 찾아가기 보다는 '마침 근처에 있으니 들러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찾으면 딱 적절할 만 한 장소



비행기를 타고도 두 시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니 결코 가까운 것도 아닌데, 홍콩에는 유난히 상해에서 건너온 음식들이 즐비하다. 그간 의식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상해 음식과 인연이 많았던 이번 여행이었다. 몸뚱아리는 홍콩에 있었지만 입과 혓바닥은 홀로 동방명주를 벗하여 상해 어드메를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상해 음식으로 유명한 꽤나 많은 식당들이 본토에서 얻은 명성을 토대로 가세를 넓히는 와중에 홍콩과 인연을 맺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식당은 그렇지 않다. 조금은 뜬금없다 생각도 들었는데, '카페 데 코랄'이라고 하는 홍콩의 김밥천국, 요시노야 정도 될 법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계열 브랜드이기 때문. 그래도 나름 장사가 괜찮게 되는지 홍콩 곳곳에 활발히 전개가 되고 있는 상해 음식점이니, 꽤 괜찮은 수준의 상해 음식을 선보이고 있나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홍콩 현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샤틴으로 옮긴 발걸음, 그 친구 덕분에 상하이 라오라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 친구의 말로는 홍콩 현지인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상해 음식점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가격이 영업 전략인 '카페 데 코랄'의 계열인 만큼 이곳 역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 매력이다. 두 명이서 3만원 정도면 꽤나 배 부르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으니, 홍콩에서 이런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다.



이곳을 요약하는 한 문장으로는 이것 만큼 적절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네가 무슨 상해요리를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는데, 웬만한 요리들은 주문하고 숨 돌릴 새도 없이 식탁에 올라온다. 배가 고파서 숨이 껄덕거리는 와중에 자리에 앉더라도 그 가쁜 숨이 넘어갈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것 같은 굉장한 속도. 그런데 가격까지 저렴하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먹고, 즐기고 탕진하고 돌아오자는 일념으로 지갑을 꽤나 두툼하게 만들어서 갔지만 돈도 역시 써 본 놈이 쓸 줄 안다. 뭘 먹어야 보람있게 돈을 쓰는 것인지 잘 모르는 덕분에 식사시간이 가까워 올 때 마다 고민 속에 머리를 쥐어뜯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구글 지도를 실행하였고, 종국에 우리를 상하이 라오라오 앞에 데려다 놓기를 두 번, 결국은 세 군데의 상하이 라오라오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나마도 매 끼니가 같은 음식이었으니, 적어도 이 풀쪼가리와 탄탄면 맛 하나만큼은 눈 감고도 어느 지점인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과장 조금 보태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노이에는 '꽌 안 응언'이라는 베트남 대중 음식점이 있다. 그곳에는 '수수'라는 이름의 채소를 볶은 풀쪼가리 음식이 있다. 그리고 꽤나 많은 '꽌 안 응언'을 가보았다는, 내 가방을 만들어 주시는 벤더의 형님께서는 같은 풀인데도 지점마다 맛이 판이하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고, 나는 그것이 정말일까 의문을 왕왕 가지고는 했었다.


비로소, 그 의문은 이번 홍콩 여행에서 해소될 수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세 군데의 지점에서 거의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그 맛이 조금씩 달랐다.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맛을 보는 것 만으로 어느 지점에서 만든 것인지 충분히 구분이 가능하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꽤나 신기한 일이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 풀 요리는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메뉴판에는 친절하게도 이름과 사진이 동행하고 있으니 주문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을 세 번이나 찾게 한 또 다른 이유, 탄탄면이다. 



대만에서 한 번 경험했었다. 타이페이 101에 위치한 딘타이펑에서였는데, 대만 사람들은 한국인 못지 않게 나트륨을 좋아하는 민족이구나 생각하면서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곧, 탄탄면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음식이려니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생각을 조금은 고쳐먹게 되었다. 간이 과한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곳의 탄탄면은 꽤나 괜찮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상해의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한국의 향기가 상당하다. 이런 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에 홍콩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 부러움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홍콩에서 한국으로 들여오고 싶은 것을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이것을 바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는 홍콩에 가서 무얼 먹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상하이 라오라오가 있음으로 하여. 요리왕 비룡의 어느 한 장면처럼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파도가 춤을 추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감동이 뒤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울 때 이만큼 무난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한 끼를 새롭게 시도하는 데에는 큰 위안과 힘이 된다. 이 식당이 집 앞에 있는 홍콩 사람들이 참 부럽다.



2. 막스 누들(Mak's Noodle)


센트럴 본점

주소 : 77 Wellington St, Central

지도 : https://goo.gl/maps/sHcq4fsnAGD2

시간 : 11:00 ~ 21:00



'완톤면'이 무얼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완탕면이란다. 그리 맛있어보이는 생김새가 아니라서 그간 애써 외면하였던 음식, 일 곱 번째 발걸음만에 경험하게 되었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기시감에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한국 사람들에게 꽤나 유명한 완탕면 식당인 '침차키'의 바로 맞은편이다.



과연 1920년부터 이어져 온 기원이 정말일까 싶어 굳이 홈페이지까지 찾아가보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였다. 시작은 1920년의 광저우로부터였다고 하니, 홍콩에서 시작한 역사가 55년 가량이 되기는 하였지만 결국은 중국 본토의 음식인가보다.



어떤 음식인지는 알고 있었으니 대단한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아마 그런 덕분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은근한 감기 기운에 이따금 떨리는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는데, 완탕면은 꽤 괜찮은 처방전이 되어준 듯 하다. 빛깔은 맑지만 그 은근한 국물의 깊이에 한 번 놀랐고, 별 맛은 없는 것 같은데 끊임없이 들어가는 절묘함에 감탄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콘지와 비슷하게 아침 대용으로 먹는 음식이라지만 양이 적어도 너무 적다. 아침이 아니라 식전에 디저트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무리 잘 쳐줘도 딱 두 젓가락 분량이다. 조금 무리하면 딱 한 번의 젓가락질로 그릇을 비워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양이 적다.



한 그릇 양이 적은데 두 명이서 이거 한 그릇 더 시켰다고 기별이 갈 리 만무하다. 새우와 돼지고기를 채워 만든 완탕은 당연히 '맛있지만 양이 적다'


이곳을 오게 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 정도가 되는 듯 하다. 방금 먹은 끼니가 아쉬워서 모자란 양을 채우고 싶을 때, 혹은 완탕면이 너무 궁금해서 먹어보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다 싶을 때.


어쨌든, 이곳의 완탕면은 맛있다. 그리고 장점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아마 이게 더 구미를 당기는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침차키와 달리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다려서까지 먹을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 침차키의 늘어선 줄을 잇는데 동참하고 싶지 않다면 막스 누들은 충분히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3. Cheung Hing Kee


주소 : 52 Lyndhurst Terrace, Central

지도 : https://goo.gl/maps/Et8BdXssboL2

시간 : 09:00 ~ 22:00



홍콩에 다녀왔다는 사람 중에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를 먹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마약쿠키'로 불리는 제니 베이커리의 쿠키 한 통과 타이청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는 홍콩을 다녀왔음을 증명하는, SNS 상의 여권 도장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을 만큼 여행객들에게는 필수요소로 자리매김 한 지 오래이다.


별 뜻을 갖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타이청 베이커리 에그타르트의 부스럭거리는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훨씬 저렴하고 맛있는 에그타르트가 있는 애드미럴티 역 A번 출구 앞 KFC는 타이청 베이커리에서 1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허나, 아마도 홍콩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분들이라면 결국에는 타이청 베이커리를 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바, '겉바속촉'이라는 단어의 현신과 다름없는 특이한 만두를 맛 볼 수 있는 이곳이 타이청 베이커리 바로 맞은 편에 있으니, 한 번 가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굳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보았다.



딤섬이라고 하기에는 피가 두껍고, 만두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애매하다. 간판의 '상해생전포'라는 한자는 이 녀석이 만두임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소하다.


왜냐하면 이 만두는 쪄낸 다음 기름 속에 다시 한 번 입수하는 번거로움을 이겨낸 녀석이기 때문이다. 만두의 아래 부분이 갈색 빛깔을 발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가로쉬님은 센트럴 어느 거리의 조그마한 가게에서 빚고, 쪄낸 다음 튀겨내는 바로 이 만두를 매개로 하여 그 불멸의 재림을 오늘도 쉬지 않고 이뤄내고 계신다.



이미 한국의 여행객들에게는 꽤나 익숙하게 알려진 음식인 듯 하다. 너무 간만에 홍콩을 찾은 덕분에 나는 이것을 무척 늦게 알게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그 무엇 하나 맛있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트러플을 채워넣은 이 만두는 정체 불명의 감탄사를 쉬지 않고 뱉어내게 만들었다. 바삭바삭한 외피를 조심스레 씹어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고여있던 육즙이 입 안에 넘실거린다. 그와 동시에 만두가 품고 있던 향이 과장 조금 보태어 이비인후를 마구 넘나드는데, 이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그냥 먹어보아야 한다.


이 거리에는 괜찮은 구경거리, 먹을거리들이 상당하다. 거리를 걷는 와중에 출출해진 배가 신호를 보내온다면 이곳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자. 여기는 절대 맛있는 곳이니깐.



4. 데낄라 온 데이비스(Tequila on Davis)


주소 : Shop 7, G/F & C/L., Grand Fortune Mansion, No. 1 Davis Street, Kennedy Town

지도 : https://goo.gl/maps/Ehdf6qTP5Uo

시간 : 17:00 ~ 익일 02:00 (화요일은 자정까지)



이 공간에서 홍콩 이야기를 할 때 마다 한 번도 빼먹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마 절대로 누락한 채 지나갈 일 없을 것 같은 공간, 단언컨데 홍콩에서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식당, 이미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시 한 번 더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손가락을 놀리게 만드는 곳, 케네디 타운의 숨겨진 보석 '데낄라 온 데이비스'이다.


그 어떤 말의 성찬을 늘어놓아도 과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온갖 과장과 미사여구는 감히 이곳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바, 할 수 있는 한 갖가지 찬사를 얼마나 늘어놓을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홍콩에 와서 데낄라 온 데이비스를 찾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참 다행인 것은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이곳을 찾았지만 한결같은 모습을 지금까지 지키고 그 자리에 있어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에서, 간만에 케찹이 그리워 찾은 IFC의 버거집 'Big Fernand'가 위생 당국의 실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그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여기는 뭘 시킬지 고민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뭘 시켜도 다 맛있기 때문에. 그냥 먹고싶은걸 시키면 된다. 왜냐하면 다 맛있으니깐.



맛이며 분위기며, 혹 사진을 제대로 찍고싶다 하는 분들을 위한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칵테일이 훌륭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곳은 아직까지도 아시아 지역에서 먹어본 중에 크로넨버그 블랑 생맥주를 가장 맛있게 보관하고 내어주는 곳으로 남아있다.



케네디타운이 홍콩섬 북부를 가로지르는 지하철인 '섬 선'의 서쪽 끝이기에 변방인 듯 한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중심가인 센트럴에서 이 식당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불과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홍콩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유쾌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여러분은 적어도 하루는 해결 한 것과 다름없다. 여기까지 글을 읽음으로 하여 '데낄라 온 데이비스'라는 곳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참 간만에 찾은 홍콩이었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에 고마웠고, 그 어느 때 보다 맛있는 음식이 함께였기에 유난히 즐거웠다. 언제 또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부디 계속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번에 함께 한 수많은 식당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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