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4 나라 안녕, 교토 안녕! 오늘은 교토로 떠납니다.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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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교토까지 자전거로 60km. 쉽다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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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빠염. 오늘은 교토로 갑니다.


전날 무리가 상당했던 탓에 꽤 걱정했지만 몸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다. 안장 패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서 살짝 불편한 감이 있지만 어제는 안장에 앉은 시간보다 자전거를 끌고 다닌 시간이 훨씬 길다. 엉덩이 상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문을 열고 밖을 나선다. 맑고 쾌청한 하늘이 나를 반긴다. 전날 워낙 악을 질러댄 탓인지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바삭한 공기의 기분 좋은 촉감 덕분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하루 만에 이별이라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사요나라,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최소 2주는 계절이 빠른 느낌이다. 한국에는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동네 벚꽃은 작별 인사를 건넨 지 이미 오래다. 살짝 심심한 풍경을 벗하며 열심히 바퀴를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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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교토는 40km 남짓이 떨어져 있다. 어제와 비슷한 거리다. 하지만 훨씬 수월한 여정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산을 넘을 일도 없고 낙타 등처럼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향연도 없다. 전날 많이 무리하긴 했지만 이 정도 평탄함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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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자전거 바퀴를 굴려서 나라를 벗어나는 중이다. 비록 하루였지만 잘 놀았습니다. 사요나라 나라.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지만 말 그대로 '생각보다' 괜찮을 뿐이다. 이미 천근만근인 몸뚱아리를 안장에 겨우 앉히고는 악으로 깡으로 페달을 밟는다. 분명 평지인데 오르막을 오르는 것 같은 절망은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눈물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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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수분을 나눠 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은 자판기다. 시원한 물이 필요할 때도,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도, 톡 쏘는 탄산이 필요할 때도 자판기만 있으면 된다.


편의점과 비교해서 아주 비싼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자판기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자전거 여행을 무사히 마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간사이 지방의 모든 자판기 사장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덕분에 제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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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도 달리고 시골길도 달리고 열심히 달린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가는 길에 오르막도 없다. 주변의 풍경도 예쁘다. 더할 나위 없다. 몸뚱아리가 조금 더 말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전거에 올라서 바퀴를 구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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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강을 따라 페달을 밟기도 했다. 내가 지금 교토로 가고 있는 건지 낙동강을 따라가는 중인 건지 살짝 헷갈리지만 옅은 미소와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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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익힌 사소하지만 유용한 지식이 있다. 아주 쓸모 있는 팁이다.


가는 길을 잘 모를 때는 기찻길을 따라가면 좋다. 아무리 길이 헷갈려도 기찻길을 따라가면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기찻길이다. 기찻길 주변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할 뿐 아니라 번화가도 많이 형성되어 있다. 혹시나 자전거로 일본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기찻길과 친해지도록 하자. 이 녀석만 잘 따라가도 목숨 부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달리다 보니 바퀴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면서 자전거를 세웠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천만다행으로 바람만 빠진 듯하다. 미리 챙겨온 펌프를 꺼내서 빵빵하게 바람을 채우고 다시 안장에 올랐다.



이런 길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틈에 교토의 남쪽이 가까웠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더할 나위 없는 날이다.



얼마나 페달을 더 굴렀을까, 꽤나 폭이 넓은 강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위를 지나는 다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교토에 진입한 듯하다.


상당히 새로운 모습의 교토를 만났다. 경주의 느낌이 나는 통념 속 교토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의외로 제조업의 비중이 큰 도시라더니 과연 그런 듯하다. 자전거로 여행하지 않았다면 평생 마주할 일 없었을지도 모르는 교토의 새로운 얼굴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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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남짓을 달렸다.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편하게 교토에 도착했다.


* 깜짝 토막 상식 - 닌텐도는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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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점심시간이 됐다. 돈까스를 먹고 싶어서 한참을 헤맸는데 희한하리만치 돈까스집이 없다. 반경 3km 내에 돈까스집이 전무했다.


아쉬운 대로 회전초밥을 먹기로 한다. 오늘의 점심은 무난하기 그지없는 회전초밥계의 김밥천국, 쿠라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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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늘의 점심도 어김없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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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점심을 먹어서 기분이 좋고 따뜻한 볕이 한가롭게 내리쬐니 여기가 천국이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오직 즐거움 뿐이다.



그런 줄 알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교토에 발을 딛기가 무섭게 꽤나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가 없다. 구글 지도가 알려준 대로 열심히 따라왔지만 내가 마주한 건 굳게 걸린 철문 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부디 아니길 바랐는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좌표를 잘못 찍은 탓이었다. 나의 진짜 목적지는 여기서 8km 정도 남쪽에 있다. 어째 모든 게 순탄하더라니 이렇게 밸런스 패치를 하는구나. 지도 한 번 잘못 본 것 때문에 안 타도 되는 자전거를 16km나 더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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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숙소까지 향하는 길은 대체로 내리막이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 방금 일어난 일을 어떻게 유튜브 각으로 녹여낼지 궁리하면서 페달을 구르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진짜 숙소가 눈앞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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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캔을 땄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밖을 나서니 어스름이 드리우는 중이다.


내일은 간만에 쉬는 날이라서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간만에 저녁을 즐겨볼까 한다. 교토의 첫날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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