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후쿠오카의 이모저모

트래블러스 하이
2018-1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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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18.11.20(화) ~ '18.11.22(목)


갑작스레 다시 찾게된 후쿠오카, 맹렬한 기세의 더위로 말미암아 가을의 문턱을 넘기는 요원해보였던 9월과 달리 한껏 진지해진 가을은 곧 있을 겨울과의 교대의식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조금이라도 더 예쁜 가방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마음껏 헤매보았던 여행을 가장한 출장, 출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떠난 두번째 후쿠오카 여행. 그 후쿠오카의 가을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아마 처음이었다. 제주항공과 함께 떠난 것은. 지난 여행보다 한 시간 앞서 도착하는 일정이었기에 이번에는 중천에 뜬 태양을 벗삼아 후쿠오카에 내릴 줄 알았건만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북반구의 하루는 생각보다 더 짧다.


용량주의


한 해에 약 2천만이 넘는 여객 수송량, 일본 내에서 네번째로 규모가 큰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활주로가 한 본 밖에 없다. 그런고로 어느 방향에서 착륙을 하던지간에 후쿠오카 시내 위를 낮게 활주하기 마련이다. 구룡성채 위를 스치듯 아슬하게 미끄러져 내려오던 카이탁 공항 시절의 홍콩이 이러했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후쿠오카 공항으로의 착륙. 비록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쉴 새 없이 귓가를 파고드는 엔진 소음이 달갑지는 않을 듯 하지만 여행을 앞둔 설레임과 여정의 시작이 조우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흔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트리. 손에 잡히기에는 조금 먼 듯 하지만 어느 가정집의 앞마당에는 이미 크리스마스가 내렸다.



고요하게 내려앉은 한기가 저녁 한끼를 찾아 헤매는 여정을 방해하였다. 이 정도의 추위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예상에도 없었던 것인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정적에 갇혀버렸다.



철로 위를 규칙적으로 지나는 기관차의 바퀴 구르는 소리만이 이따금 조용한 저녁을 훼방 놓을 뿐이었다. 부지런히 달리고 있으니 충분히 달아올랐겠지만, 온기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 금속 덩어리의 광택은 충분히 차가워진 나의 몸뚱아리를 더 시리게 파고들었다.



이 열차를 보냄과 동시에 후쿠오카에서의 첫 끼를 해결하기 위한 걸음을 재촉하였다.



삼각대 위에 올려둔 카메라가 흔들렸을리는 만무한데 별빛이 자꾸 잔상을 남긴다. 일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밤하늘의 빛은 이 녀석들의 일주 역시 그대로 담아내었다. 오리온 자리를 이루는 별의 궤적이 사선을 가로지른다.



늦은 시간까지도 남은 업무가 많으셨던 듯 하다. 파고드는 추위가 바쁜 손을 더 재촉하는 듯 했다.



다음날의 고된 일정을 생각하니 조금은 심란한 밤거리였지만 유유자적히 흐르는 위로 비친 반영과 그것을 만들어 낸 동네의 풍경 덕분에 힘이 났다.



후쿠오카 타워에 올라 내려다보는 후쿠오카의 밤거리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 역이라고 성립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낮은 곳에 임해 후쿠오카 타워를 올려다보는 것 역시 충분히 아름답다.



비록 마음에 여유가 깃들지는 못했지만 이 녀석을 마주한 덕분에 조금은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결전의 둘째날 아침. 덩치는 나보다 훨씬 큰 놈이지만 앙증맞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 내가 가진 여행의 가장 큰 낙인데, 그 덕을 제대로 본 날이었다. 더위와 맞서 싸우며 고생했던 보람이 있었는지 첫 여정의 기억을 더듬어 후쿠오카의 예쁜 일상과 가방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지나가는 일상의 단편이지만 뜨내기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귀하고, 별 것 아닌 풍경이 소중하다. 흔해빠진 자전거 한 대가 가지런히 놓여진 이른 아침의 길거리마저도 말이다.



곧 있을 겨울과의 교대식을 준비하는 것은 조금씩 식어가는 공기만이 아니다. 애처롭긴 하다만, 계속 붙어있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구경을 더 하고플 이파리들을 나뭇가지는 조만간 남김없이 떨어내게 될 것이다.



하카타 부두로 통하는 이 통로는 괜스레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것 같아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별 건 없다.



아예 없지는 않다.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가까이에서 구경이라도 해볼 수 있다. 후쿠오카 국제선 터미널이 하카타 부두 근처에 있는 덕분에.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그리운 내 형제여..



많은 걱정을 안고 나선 길이었지만 기분 좋은 분발 덕분에 목표하는 바를 넘치게 이뤄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주변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기온역과 하카타역을 잇는 통로에는 이렇게나 많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보관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나는 여행지의 대학교 캠퍼스를 거닐어보는 취미가 있다.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은 나의 특기라고 할만한데, 굳이 대학 캠퍼스를 찾아가는 것 역시 대학 시절에 대한 미련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찾은 규슈대학, 학교의 이름을 딴 지하철역이 있는데 철조망과 철로 사이의 거리가 참으로 가깝다.



부지런히 갈길을 재촉하는 어느 흐린 수요일 오후의 지하철



도무지 학교로 통하는 길이 어딘지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게 헤매던 중 만난 건널목. 썩 편리해보이지는 않았던 덕분에 내가 이 동네에 살지 않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잠시 감사하게 되었지만 이들에게는 딱히 그런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는, 지극히 일상인 듯 하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청년은 차단봉이 걷히자마자 급하게 스로틀을 올리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 것 아닌 기찻길도 예뻐 보이는 것은, 심지어 구름이 잔뜩 머금은 습기가 포화수증기압과의 균형을 조금씩 깨기 시작한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저 좋은 것은 역시나 내가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로 말미암아 충분히 을씨년스러운데, 메이지 시대때 지어졌다는 이 낡은 건물들은 불빛 하나 새어나오는 곳이 없다.



한참을 걸어서야 규슈대학의 정문에 닿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출입이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유라도 물어보고 싶은데 나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비루한 일본어는 그런 발걸음을 자꾸 가로막는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던 중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규슈대학은 캠퍼스가 후쿠오카시의 여러곳에 흩어져있는데, 그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 조성중인 캠퍼스로 학과들이 이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공계 캠퍼스인 이곳의 많은 학과들 역시 이미 옮겨간 이후인 듯 하였고, 그런고로 적막과 을씨년스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해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짧은 여정에는 이별의 밤도 금새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저녁을 마무리하는 한끼가 무척 만족스럽지 못했던 탓에 길가에 보이는 편의점에 자꾸 눈이 간다.



불안하더니, 기어코 땅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우산을 사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애매한 빗줄기. 그냥 패딩에 달린 모자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매일 같은 표정만 짓고 있으면 재미가 없을테니 이렇게 빗방울도 내려주는 것인가 싶기는 하다만 밑창이 닳아버린 신발을 신고 있는 내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이곳의 표정은 사소한 일기의 변화에 아랑곳 않는다. 어제의 모습 그대로, 그 자리 그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지난 이틀을 책임진 숙소와 작별인사를 했다. 현지인이 많았던 덕분에 조용한 것은 장점이었지만, 현지인이 많았던 덕분에 너무 조용했다.



해가 떴으니 부지런히 일을 해야지. 아마 이 녀석들은 빛이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는 쉬지 않고 고개를 까딱거릴 것이다.



세이난가쿠인 대학과 후쿠오카 시영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니시진 역 부근을 걷다 만난 이 녀석은 이곳이 후쿠오카임을 알려주고 있다. 곧 다시 만납시다 후쿠오카.



땅바닥을 뒹구는 은행잎은 곧 청소부의 손길이 닿아 종량제 봉투 속에 담기게 될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흔적이 지워지는 만큼 겨울은 가까워온다.



오호리공원 앞에는 도넛집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도넛집의 유리창에는 피카츄와 이상해씨, 파이리가 살고있다. 꼬부기만 있었다면 포켓몬스터 1세대의 스타팅 포켓몬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이 녀석들만으로도 충분히 귀엽기 때문에.



한숨을 뱉어낼 수 있는 넓은 강과 호수가 있는 도시에 산다는건 큰 복이다. 거기에 더해 끝을 모르는 바다를 향해 언제든 넋두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후쿠오카가 바로 그런 곳이다.




꼭 경주에 온 것 같은 기분. 괜히 고향인 포항 생각이 덩달아 나는 순간이었다.



오호리코엔의 남쪽 끝에 면하여 텐진으로 향하는 어느 거리, 나는 이 거리가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다. 결코 북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존재감을 조용히 발산하는 이곳의 모든 것이 좋았다. 많지 않은 시간으로 말미암아 눈으로만 담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웠다.



이름부터가 거대하다. 이 마트를 발견하고 나서야 지금까지 일본에서 대형 마트를 찾은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절대로 없을리는 만무하고 단지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일텐데 과연 어디에 가면 있으려나.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본 유럽, 그것은 내 생에 첫번째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그 모든 여정을 책임진 것이 JAL이었기에 미니언이 그려진 저 비행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각별했다.



국제선 터미널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마침내 몸을 실었다. 이 버스가 멈추는 곳에서 나의 두번째 후쿠오카 여행도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싸늘하기는 하지만 후쿠오카는 아직 가을에 머물러있다고 생각을 했건만, 국제선 청사는 이미 겨울을 맞을 채비를 끝낸 듯 하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후쿠오카와 이별하는 마음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니 언젠가 우연을 가장한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안녕히 계십시오 후쿠오카. 다시 만납시다.



반갑습니다 울산.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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