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먹은 것들

트래블러스 하이
2019-01-21
조회수 661

하노이, '19.01.06(일) ~ '19.01.17(목)



한 해의 시작을 베트남에서 열었다. 새롭게 생산하는 가방의 검수를 위한 출장이 그 목적이었으나, 시베리아 기단의 매서움을 피해 따뜻한 남쪽을 향하는 인파의 경쟁 속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표값 덕분에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표를 찾다보니 결국 12일이나 되는 긴 시간을 베트남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런 덕분에 2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표를 구할 수 있었으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결정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생산이 워낙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에 출장이랍시고 공장을 찾은 것은 3일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런 문제 없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덕분이었으니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고, 긴 시간을 들여 하노이의 면면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었으니 금상첨화이다. 마음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웠던 지난 하노이에서 먹고 마신 것들이다.



1. 분보남보


주소 : 67 Hàng Điếu, Cửa Đông, Hoàn Kiếm,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AQGcHX3cD9T2

시간 : 07:30 ~ 22:30



베트남은 면으로 만든 요리들이 다양하고, 대체로 맛있다. '백종원 쌀국수'라고 알려진 퍼 자 쭈옌 만큼이나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은 참 정직하게도 '분보남보'라고 불리는 국수를 팔고 있다.



분보남보가 아닌 다름 음식들을 팔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구색을 맞추는 수준이다. 빽빽히 들어찬 식탁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분보남보 아닌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행지에서까지 한국인들이 많은 틈바구니에 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적잖게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기 때문이다. 이 음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소고기가 올려진 샐러드 국수 정도가 될 것 같다. 꽤나 달지만 그 뒤를 바로 잇는 상큼한 육수와 야채의 식감 덕분에 결코 질리지 않는다.


지난해 7월에 하노이를 처음 경험하였는데, 당시의 첫 끼니가 분보남보였다. 찌는 볕이 워낙에 대단했던 탓에 무언가를 찾는 행위마저 귀찮은 일 처럼 여겨졌고 그런고로 적당한 검색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을 찾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후에도 틈이 날 때 마다 분보남보를 찾게 되었다.


무난하다는 것은 군계일학이나 낭중지추와 같은 단어와는 뜻이 멀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쉽게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담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분보남보는 참으로 무난한 곳이다.



그럴 일은 없을 듯 하지만, 딱히 먹을게 없어서 고민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곳을 한 번 찾아보자. 너덧 명의 일행이 있다면 실망하는 사람이 나올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하는 가장 무난한 선택 중 하나가 되어 줄 것이다.



2. 분짜(Bun Cha Nem Cua Be)


주소 : 150 Ngọc Khánh, Giảng Võ, Ba Đình,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U72XvpVSpXP2

시간 : 10:00 ~ 20:00



베트남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덕분에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즐긴다. 물론 베트남에서 먹는 맛과 절대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랠 수준은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리만치 분짜만큼은 그 아쉬움의 간극이 크다. 그렇기에 베트남 땅을 밟을 때 마다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자연스럽게 분짜일 수 밖에 없다.


사실 분짜는 어떻게 먹어도, 베트남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굳이 더 맛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서 이런 저런 분짜를 경험하며 느끼는 아쉬움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곳이 있는데, 그건 바로 Bun Cha Nem Cua Be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이다.



아마도 호안끼엠 북서쪽 부근의 '분짜 닥킴'이나 마찬가지로 호안끼엠 남쪽의 '오바마 분짜'라는 곳이 한국 분들이 가장 많이 찾고 익숙한 곳일텐데, 그곳의 분짜들 역시 충분히 즐겁지만 이곳은 훌륭하다. 일단 가격부터가 훌륭한데, 별 차이 아닌 듯 하지만 10만동에 달하는 분짜 닥킴과 비교를 한다면 무려 2천원이나 저렴하다. 정말이지 기특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가지 주의해야하는 점은 이 거리에는 세 개의 분짜 식당이 나란히 위치해있다는 것이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식당을 마주보고 섰을 때 가장 왼쪽에 있는 곳이다. 다른 두 곳 역시 모두 먹어보았지만 결코 이곳에 견줄만하지 못하다.



어느 현지 식당을 가나 그렇겠지만, 위생에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이곳의 분짜를 먹고 탈이 나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찾을 예정이다.



분짜가 내어지는 과정은 일사불란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어찌나 업무분장이 잘 되어있는지 주문으로부터 분짜가 식탁 위에 올려지기까지는 노래 한 곡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그 역시 참으로 매력적인 부분이다.



잘 구워진 돼지고기는 어딜가나 맛있기 때문에 차이를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국물을 한 입 떴을 때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인데, 이곳의 그것은 텁텁한 느낌이나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하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 국물의 주된 재료가 되는 느억맘이라는 장이 가진 특유의 향이 있고, 그것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잡내 역시 지금까지 먹어본 분짜 중에는 이곳이 가장 덜하다.



개인적으로는 넴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과하지 않은 덕분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이 식당을 찾을 때 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참 깔끔하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방점은 역시나 채소 무더기가 찍는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훨씬 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녀석이니 모조리 먹어 치워야 한다.



문답무용, 맛있는 음식은 입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그 소임을 다 하는 것 아니겠는가. 잘 먹겠습니다.



비록 점심시간이지만 맥주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잘 먹었습니다. 곧 다시 만나겠습니다.


이곳은 롯데호텔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여타 유명한 분짜집에 비해서 한국 분들이 찾기가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가 그 맛과 가격 역시 무척 훌륭한 곳이니 혹시나 근처를 지나게 될 일이 생긴다면 한 번 쯤은 들러볼 수 있도록 하자. 적어도 당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3. 퍼 자 쭈옌(Phở Gia truyền Bát Đàn)


주소 : 49 Bát Đàn, Cửa Đông, Hoàn Kiếm,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RFUMqwGRzx12

시간 : 06:00 ~ 20:30 (중간에 재료 준비 시간 있음, 오후 영업 17:00부터 시작)



나는 쌀국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국수의 식감으로 말미암아 한 끼를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잘 없기 때문이 가장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은 쌀국수 집이 몇 군데 있다.



의도치 않게 찾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목에 위치한 몇 군데의 식당 중 구미가 당기는 곳을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는 중이었고, 별 생각없이 찾아본 리뷰에 잔뜩 남겨진 '백종원 쌀국수'라는 단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저녁 영업을 준비하는 중이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먹어보게 되었다.



큼지막한 고기들이 잔뜩 걸린 주방에서는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였다.



아주 단순하며 명쾌하다. 쌀국수에 들어가는 고기가 익은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소고기 쌀국수 한가지이다. 덜 익힌 고기로만 내어주는 것이 5만동으로 가장 비쌌기에 그것을 시켜보았다.



처음에 베트남에 와서 가장 당황하였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저 작은 그릇에 담긴 고추이다. 어느 식당을 가나 워낙 푸짐하게 쌓아놓는지라 그리 맵지 않은 줄 알았던 것이 화근이다. 포 10이라는 곳에서 쌀국수를 먹었을 때의 일인데, 반 숟가락 정도의 고추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나는 그날 새로운 쌀국수를 시켜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고추는 절대로 건들지 않는다. 조금은 맑아보이는 국물의 빛깔 덕분에 과연 맛이 제대로 우러났을까 하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일게 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 입 가져가자마자 어떻게 이렇게 국물이 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으니 말이다.



끝없이 빗줄기가 흩뿌리는 음험한 하노이의 날씨 덕분에 감기기운이 몰려들고 있었고, 설렁탕을 닮은 이곳 쌀국수의 국물은 그것을 쫓아내는데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한국의 소주를 함께 판매한다면 이곳의 매상 진작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무척 훌륭한 소주 안주, 이 국물에 대해서 그 이상으로 적절한 묘사는 없을 듯 하다.



한 입 씩 홀짝이다보니 어느덧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웬만해서는 국물을 다 먹지 않는데 다 비워버렸다. 왜냐하면 그만큼 정신없이 맛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훌륭한 국물을 가졌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가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인지 알게 해준다. 명성에는 다 이유가 있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이곳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곳이다.



4. 반미 포(Bánh mì Phố)


주소 : 97 Hàng Bông, Hoàn Kiếm,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eGmYWRLraSk

시간 : 06:00 ~ 22:00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는 덕분에 베트남은 빵이 꽤나 맛있다. 그리고 베트남의 샌드위치 역시 무척 훌륭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으면서 딱히 실패할 일도, 이유도 없는 음식인지라(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경험해 보았다만) 반미는 의도치 않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찾게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워낙에 빵을 좋아하는 탓도 있다만.



호안끼엠의 서쪽, 성요셉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식당은 체인점인 듯 하였다. 그리 대단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줄을 길게 늘어서있길래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서브웨이와 유사한 구조의 주방에서는 너덧명의 직원들이 끊임없이 빵을 굽고, 샌드위치를 찍어내고 있었다. 재료가 떨어지는 기세가 워낙에 대단해서 재료의 신선함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나의 입에 들어갈 샌드위치가 오븐에서 나오는 순간이다. 무척 배가 고팠던지라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만큼 기뻤다.



아마 소고기 미트볼이 들어간 샌드위치였던걸로 기억을 한다. 구글 리뷰에 따르면 다른 곳에 비해서 이곳의 반미는 소스의 맛과 향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그것이 전통적인 베트남 방식의 샌드위치는 아닌 것인지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보이던데, 결론은 그렇기에 무척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많이 넣으면 더 맛있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마치 만유인력의 법칙과도 같은 인류 보편의 상식이다.



목욕탕 의자같은 것을 쭉 늘어놓고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빈 의자가 많았기 때문에 하나는 의자 삼아, 하나는 식탁 삼아 자리를 펴고 앉았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변변한 자리가 필요가 없으니 이것 역시 장점이라면 장점.



맛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빵이 맛있고 소고기는 원래 맛있고 소스 역시 맛있는데, 그것들이 어우러지면 더 맛있는 것이야 말 할 나위가 없다.



사실 샌드위치라는 것 자체가 엄청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보니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단한 맛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이곳의 샌드위치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 있다. 그렇지만 샌드위치는 원래 맛있는 음식이지 않은가. 이곳은 충분히 훌륭한 샌드위치를 만드는 곳이다.



5. Bánh Mì Bôm Bốp


주소 : 92 Hàng Trống, Hoàn Kiếm,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xRaKhKzna7r

시간 : 정보 없음



길거리에서 먹기에 딱 좋은 음식이 반미인 만큼 노점 역시 정말 많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곳 역시 그런 노점 중 하나인데, 이곳은 꽤나 재미있는 맛을 가진 반미를 팔고 있다.



비록 많은 이들의 평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경험한 이들 모두가 본인이 하노이에서 먹은 최고의 반미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호기심에 찾은 곳이다. 처음에는 노점인줄도 모르고 찾아갔기 때문에 찾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역시나 저렴한 가격은 반미가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콜라 한 캔과 함께해도 3천원을 넘지 않으니,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이곳에서도 성립한다.



조금은 얇지만 바삭하게 잘 구워진 바게뜨 빵의 식감이 무척 훌륭하다. 고수를 아낌없이 넣어주기 때문에 입에 넣는 순간 상쾌한 향이 코를 찌르듯이 넘어온다.



먹으면서 굉장히 익숙한 맛을 계속 느꼈는데 그것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과연 정체가 무엇일까 계속 고민을 했는데, 정확하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추어탕 맛을 가진 샌드위치이다.


대체 어떻게 샌드위치에서 추어탕 맛이 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해보았는데, 아마 지피가루(산초가루)가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산초의 익숙한 향이 코에서 끊임없이 맴도는데 그런 덕분에 느끼함 없이 마지막 한 입 까지도 상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하노이에서 먹은 반미 중에 가장 훌륭했다. 아마 다음에 하노이를 찾게 되어 반미를 먹을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이곳을 찾아오게 될 듯 하다. 그때까지도 건강하게 이 자리를 잘 지키고 계셨으면 좋겠다.



6. 서호(西湖) 콩카페


주소 : 15 Trúc Bạch, Ba Đình,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GenKx3AyjKv

시간 : 07:00 ~ 23:00 (공휴일에 대한 안내 없음)



베트남은 호수의 나라이다. 어디를 가나 크고 작은 호수들이 즐비하다. 그것은 하노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혹 하노이를 찾을 일이 생긴다면 롯데호텔에 한 번 쯤은 묵을 수 있도록 하자.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으로도 이 정도의 숙소에 묵을 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무수한 호수의 향연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서호는 그런 하노이에서도 규모 면으로나, 아름다움 면에서 으뜸이다. 마치 바다를 담은 듯 광활한 이곳을 걷고 있노라면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 진입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제는 연남동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귀한 것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여행을 와서 찾지 않는다면 섭섭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콩카페일 것이다. 워낙에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보니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이 카페만이 가진 그 특별한 분위기를 오롯이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서호의 동쪽에 있는 콩카페라면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과연 입구가 맞는 것인지 의문을 만드는 작은 철문을 열면, 낡은 티를 숨길 수는 없지만 아기자기하게 정돈된 공간이 나를 반긴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나름의 다정함이 있기에 충분히 정겹다.



아마도 콩카페는 '박씨우'라고 불리는 연유커피와 더불어 이 코코넛 커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코코넛 커피는 내가 마셔본 콩카페의 코코넛 커피 중에 가장 맛있다. 비록 열군데 남짓한 표본 사이에서 얻어낸 결과라서 그 정확성이 담보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나의 취향에는 코코넛 얼음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향긋한 원두 내음이 훌륭하기를 따진다면 이곳이 단연 으뜸이다.



여유를 즐기고자 스스로에 허락한 하루였기 때문에 노트북을 켜놓고 이런 저런 일을 하였다. 코코넛 커피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서 블랙 커피를 한 잔 시켜본다. 아메리카노를 생각했건만 내어준 결과물은 에스프레소, 미간이 저절로 찡그려질만큼 강한 쓴맛이 혀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조용히 낮은 빛을 발산하는 백열전구는 오래된 나무의 향 아래의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한 번의 실패 끝에 아메리카노와 조우할 수 있었다. 베트남 커피는 굉장히 저돌적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이곳 역시 그 고정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둔탁함에 적응이 쉽지 않은 분들이라면 '레전드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곳에서는 훨씬 은은하고 온순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정신없는 하노이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서호를 찾도록 하자. 그리고 이곳을 발견하게 된다면 한 번 들러보자. 당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곳은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맛있는 커피와, 정겨운 분위기와 조용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서호의 콩카페이다.



7. 서호 심플 커피


주소 : Số 87 ngõ 50, 59 Đặng Thai Mai, Quảng An, Tây Hồ, Hà Nội

지도 : https://goo.gl/maps/4o5SEbbN6Mx

시간 : 07:30 ~ 18:00 (토, 일 08:00 ~ 16:00)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을 찾으라면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발견에서 오는 기쁨이 단연 첫번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종류의 것들은 기대하지 않은 중에 찾아오는 덕분에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기쁨이며, 그 잔상과 여운도 훨씬 길게 남는다. 서호의 또 다른 발견, 단언컨데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 느낀 가장 큰 기쁨이 함께 했던 이곳은 심플 커피이다.



딱히 말이 필요없을 듯 하다. 나는 이 공간의 정체성을 이 사진 한장으로 전부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교 없이 산세리프 서체로 써내려진 간판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움은 사진 속 공간에서 역시나 특별한 꾸밈 없이 완성된다. 서호의 동쪽 가운데, 안으로 음푹 들어간 끝에 위치하여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단점이겠으나, 나는 부디 이곳이 계속 나만을 위한 조용한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하여 앞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으면 하는 불손한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비단 내세울 것이 공간 뿐이었다면 내가 이토록 크게 감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확신컨데 이곳에서 마신 콜드브루는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모든 콜드브루 중에 가장 맛있었다. 계피향이 소담하게 올라오는 커피의 첫 모금을 넘겼을 때 내가 지은 표정은 아마도 사파에서 아침을 맞이했던 날의 웃음 만큼이나 기분좋은 것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만들면서 참 많은 노력과 배려를 했구나 싶은 지점이 다양한데, 저 빨대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어디를 가나 종이로 만든 빨대에서는 좋지 않은 향이 올라온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종이 빨대를 무척 싫어하는데 이곳의 빨대에서는 그런 기분나쁜 향이 전혀 나지 않는다. 즐거움의 맥을 끊는 주기적인 장애물이 없는 덕분에 온전하게 커피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부디 나만의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은 널리 알려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큰 결단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틈이 날 때 마다 무수히 많은 커피를 마셔보았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였지만, 적어도 10일 남짓 했던 하노이에서 만난 모든 카페 중에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말로 표현해도 찬사의 마음을 담기에는 모자랄 것 같다. 그저 직접 경험하는 것 밖에는 대리만족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곳일테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을 공간이길 바란다.



무얼 먹어도 맛있는 이곳은 하노이이다. 가격적으로 부담마저 없기 때문에 먹는 재미에만 빠져도 충분할 정도이니, 이곳에 대한 믿음은 앞으로도 굳건할 예정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고 싶다면, 하노이를 찾자. 이곳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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