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대만 타이중, 마지막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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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 '18.03.07(수) ~ '18.03.11(일)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정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천 근의 무게를 짊어진 듯하다. 월요일 아침의 출근길처럼 말이다.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여행이었다.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는데, 숙소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눈에 띄는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은 없었지만 어딜 가나 잘 정돈되어 있었다. 덕분에 밤 늦은 시간까지 일에 파묻혀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을 말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전날 먹은 우육면이 밤새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 끼는 당연히 우육면이 될 줄 알았다. 설레임 가득한 발걸음의 끝에 굳게 닫힌 셔터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그 대신 찾은 곳은 타이중 중심가에 위치한 어느 백화점의 푸드코트였다. 한참을 맴돌다가 어느 덮밥 가게에 정착했다. 적당한 맛과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을 가진, 백화점 푸드코트의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마주할 수 있었다.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딱 한 가지가 있는데, 매운 덮밥이 이름값을 과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 전부다.



우리를 공항으로 데려다 줄 버스는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한국 아이돌로 보이는, 잘생긴 청년들이 붙어 있는 버스를 쫓아 다니는 소녀들의 무리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버스 외벽을 화려하게 장식한 청년들은 다름 아닌 BTS였다. 펄-럭.



비행기가 타이중을 떠나는 시간이 애매하기 그지 없다. 나름은 서두르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출발이 늦었다. 버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연속이다.



구글은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늦을 것이라는 경고를 쉬지 않고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도착 시간은 구글의 예상보다 30분 이상 빨랐다. 구글 지도에 대한 신뢰를 3할쯤 거두게 된 계기다. 게다가 연착이라는 뜻하지 않은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타이중 공항의 통 큰 마음 씀씀이가 나와 여자친구는 마음에 들었다.



진정으로 선물이었다. 그 갑작스런 여유를 선물 받지 못했다면 나는 타이중의 봄을 반만 기억했을테니 말이다.



잘 다듬은 나무 장판을 깔아놓은 것처럼 고르게 정돈된, 붉은 빛이 감도는 밭고랑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개 두 마리. 이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오늘의 볕에 결례를 범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낡은 건물 사이로 난 좁은 골목에는 포근한 바람이 옷깃을 하늘거리며 여유로운 봄기운을 실어나른다.



뛰어들면 풍덩 소리와 함께 파문을 일으킬 것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평화로운 광경이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인형을 왜 새장 안에 두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정말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 온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쉽기만 하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타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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