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후쿠오카, 두번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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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18.09.03(월) ~ '18.09.0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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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쉴 새 없이 하이볼을 들이부은 간밤이었다. 관자놀이를 관통하며 주기적으로 들이닥치는 두통과 온전치 못한 육신, 마치 소리굽쇠가 된 듯하다. 2018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녹록지 않은 후쿠오카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일본 본토가 태풍 제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잠에 들었다. 숙소 문을 열었더니 해양 생태계가 펼쳐지는 건 아닌가 두려웠지만 천만 다행으로 큐슈 지방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도리어 사그라들지 않은 땡볕에 태풍이 몰고 온 습기가 스민 덕분에 탈진 없이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지경이 되었다. 천운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한 하루의 시작이다.




전날 마신 술이 여간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일찍 일어날 생각이 없었으니 오늘의 첫 끼는 자연스레 점심이 되었다. 전날 술자리를 함께한 동생의 안내를 받아 근방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초밥집으로 향한다.



숙소가 있는 나카스카와바타에서 텐진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한 정거장이다. 웬만하면 걸을 만한 거리지만 오늘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스친다. 살갗에 닿는 공기의 감촉으로 미뤄봤을 때 그런 객기를 함부로 부리다가는 길거리에서 객사하기 딱 좋은 날이다.



영업이 막 시작된 이후였다. 하지만 초밥집은 만석이 된 지 오래다. 그것도 모자라 늘어선 줄마저도 끝이 없다. 기다릴 이유는 전혀 없고 이번 여행에서 이뤄야 하는 목표 같은 건 더더욱 아니었기에 새로운 목표를 찾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은 지근거리에 자리한 어느 덮밥집. 대기열이 없으니 안 기다려서 좋고,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덮밥이라서 좋다. 발견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게 문을 열어 젖혔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단정한 메뉴판은 매우 직관적인 듯보이지만 별 쓸모는 없었다. 우리 중에 카타카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 영어 메뉴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점심밥을 두고 돌려돌려 돌림판을 벌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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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가 대부분이었지만 나의 점심은 치킨 난반 정식이었다. 메뉴판 속 사진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탓이다. 정확하게 상상하던 맛이라서 무척 기뻤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벽하게 상상하던 맛이다. 구운 듯 잘 튀긴 치킨과 상큼한 소스의 조화, 구수한 국물과 든든한 밥 한 그릇.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나의 여정에 비로소 여유가 깃들었다.



오후부터는 꽤 거센 바람이 비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별다른 일정 없이 조용한 카페에서 일을 하려고 했지만 쾌청한 하늘이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 누가 이런 하늘을 앞에 두고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 있을까.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후쿠오카 타워가 여기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동네의 면면도 즐길 겸 천천히 걸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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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특별할 것 없는 어느 화요일의 오후지만 이방인에게는 의미를 달리 한다. 요즘처럼 숨 돌릴 틈조차 모자란 시대에 평범한 속도로 흐르는 일상을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들과 보폭을 맞춰 가며 도시를 걷는 것은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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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150만이 넘어가는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후쿠오카는 어딘지 모르게 귀엽다. 특별한 구석은 없지만 왠지 모를 익숙함과 정겨움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나로 하여금 이 동네에서 한 번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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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이방인의 눈에는 만사가 평화롭기만 하다. 횡단보도 위의 표지판을 무심코 지나쳤다면 나는 아마 이곳이 법원이라는 것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 했을 것이다. 그저 잘 지어 올린 도서관 하나가 서 있구나 생각하면서 지나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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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선 골목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짱구는 못말려를 현실에 옮겨 놓은 것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지나지 않아도 되는 길이지만 굳이 지나쳐 보았다.



꽤나 의욕 넘치게 길을 나섰지만 이내 지쳐 버렸다. 아침 겸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보람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으로 바닥에 팽개쳐지는 중이었고 지금까지 온 만큼을 더 걸어야 한다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구글 지도의 안내는 야속함만 더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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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주택가를 지날테니 볕을 피해갈 수 있겠구나 희망에 젖었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 가로수길이 해변가에 닿기 전 마지막 그늘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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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볕은 마치 교류 전기처럼 구름으로부터 벗어남과 가려짐을 반복한다. 탈수 직전의 빨랫감처럼 늘어진 몸뚱아리는 내 의지대로 이끄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안면 근육이 요동친다. 매번 이런 여행을 하다가는 산 안드레아스 단층보다 거대한 계곡을 머지 않아 세 줄 정도 이마에 갖게 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란 빛깔 만연한 하늘은 나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추게 한다. 카메라 셔터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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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 후쿠오카돔이 보이면 걸을 힘이 날 것 같았는데,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기대했던 힘은 솟아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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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타워는 모모치 해변을 벗하고 있다. 타워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에 실린 짠내의 농도가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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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들이닥칠 때마다 마음을 졸이겠지만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탁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의 입지는 부럽다는 말을 연신 내뱉게 만들었다. 고향이 포항인 덕분에 어릴 적에는 바다가 있는 삶이 일상이었는데, 먹고 사는 것이 우선하다 보니 조금은 멀어져 있다. 바다가 보이는 집을 갖고 싶다. 조금 더 부지런히 노력해서 시일을 앞당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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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곧게 솟은 것이 바로 후쿠오카 타워, 비로소 힘이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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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착한 모모치 해변. 여전히 작열하는 한낮의 볕이 있어서 여름의 퇴장은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지만 이곳에는 이미 가을이 찾아온 듯 한산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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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연주를 할까 싶었다. 잠시 앉아서 기타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타 넥을 다루는 능숙함을 보면 등짝이 허전해서 메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한데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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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다행으로 태풍을 빗겨간 후쿠오카의 하늘은 푸르고 높다. 가만히 서서 이 모습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리 길지 않은 해변의 끝자락에는 이런 저런 상점들이 모여 있다. 유럽의 거리를 옮겨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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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뒤편에는 대망의 후쿠오카 타워가 있다. 구름이 점점 두터워지기는 했지만 날은 여전히 더웠기에 얼마 남지 않은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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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이상으로 별 것 없는 후쿠오카 타워에 마침내 도착했다.


아무 기대를 안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별 볼 일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쿠오카의 야경을 제외하면 마땅히 올 이유가 없는 곳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동안 후쿠오카의 전경은 차고 넘치게 즐겼다. 그런 마당에 굳이 혼자서 대낮에 전망대를 올라서 이미 본 것을 또 눈에 담을 필요는 없다. 어둠이 내린 이후라면 잠시 고민했겠지만 지금은 해가 중천을 막 지난 오후 2시다. 어떤 식으로 핑계를 만들어 봐도 전망대에 오를 이유는 전혀 없다.



참으로 뜬금없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어폰이 운명했다. 이어폰 팁이 워낙에 잘 빠졌던 탓에 이어폰보다 팁 사는데 돈을 더 쓰게 만들었던 녀석이었다. 팁을 사러 갈 때마다 짜증을 내는 나에게 눈치가 보였는지 영원한 안식의 길에 들어 버렸다. 본의 아니게 하카타 요도바시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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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생각에 마음이 급하였지만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정 없는 일이다. 비록 뒷문으로 들어가 화장실 한 번 다녀온 게 후쿠오카 타워에서 한 일의 전부였지만 다녀온 티는 내야겠으니, 어느 좋은 날의 사진으로 잘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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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참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이어폰이 발길을 막는다. 후쿠오카 시립 박물관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20분쯤 걸었을까. 니시진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농협의 현수막을 발견하였다. 3만원 이상 결제 시 10% 캐시백. 그러니 우리는 엔화를 멀리 하고 농협카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농협카드 쓰세요. 농협.



하카타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플랫폼을 둘러보았다. 광고임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을 사진으로 옮겨 담는다. 요즘은 머릿속에 가방 홍보 생각만 가득해서 길을 가다 마주치는 모든 광고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지하철 노선이 짧은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다. 15분 만에 도착한 하카타역은 우메다역의 위용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난이도의 미궁이다. 여기까지 오기가 참 눈물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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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후쿠오카의 하늘. 잠시 멀어져 있었다고 표정이 더 어두워진 것 같은데, 부디 기분탓이길 바라면서 요도바시 하카타를 찾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빗방울이 길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급해진 마음만큼 발걸음도 빨라진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스치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흠칫하게 되는 갈색 곰과 노란 오리놈인데 현실에서 만난 이 녀석들은 꽤 반가웠다. 나름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일본 사람들에게는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내 마음에 드는 이어폰을 손에 쥐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이어폰을 파는 곳이 어디인지 찾지 못한 것이 첫 번째요, 사고 싶은 이어폰이 실물은 없고 왠 종이쪼가리만 휑하니 걸려 있으니, 분명 어디론가 들고 가서 교환을 하라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카운터는 어디에 있는지 헤맨 것이 두 번째 이유다.


하지만 모든 상품을 청음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AKG와 오디오 테크니카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 일색이었던 탓에 뽑기의 순간이 마침내 도래하고 말았구나, 눈앞이 아득해지는 듯했지만 모든 제품을 청음할 수 있게 해 놓은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마침 약정이 끝난 직후라서 새 핸드폰을 사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산 V30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만 그중에 단연 으뜸은 이어폰이었다. 기본으로 주는 녀석이 그렇게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줄이야. 덕분에 일본에서 급하게 샀던 녀석은 일주일도 되지 못해 짧은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국에서 팔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책꽂이 한 켠에 잘 모셔두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현역으로 복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어폰에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써버린 탓에 밀린 일을 처리할 시간이 촉박해졌다. 부지런히 카페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단언컨데 여행을 다니면서 본 가장 단호한 환영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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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비가역적인 것은 아니어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비구름이었는지 숙소가 있는 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파란 하늘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잔뜩 졸이던 마음도 다시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혼자서 일을 한다는 것의 정말 큰 장점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나의 일터가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는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타지에 있을 때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시간이 계속된다. 물론 가방이 계속 팔릴 때 얘기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지금의 일을 2년간 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이 일의 가치이다.



밀린 일을 부지런히 끝내 놓고 잠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땀에 잔뜩 절어 있는 몸뚱아리가 찝찝해서 견디기 힘들기도 했고 하루종일 어깨를 눌러대는 가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간단한 샤워 후 짐을 다시 챙겼다. 그리고 나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조금 더 진득하니 시간을 들여 마음에 드는 식당을 만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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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릴 채비를 마친 후쿠오카의 밤거리는 아늑하다. 대전에서 꽤나 오랫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마치 바다를 건너 대전을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아늑함이 특별함이라면, 이 동네는 특별함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도 남을 동네이다.



꽤나 멀리에서부터 이 간판이 눈에 띄었다. 너무나 정직한 이름인데, 과연 얼음을 취급하는 회사의 간판이 이렇게 감각적일까 싶어 반신반의 했지만 놀랍게도 얼음을 파는 대리점이 맞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모든 간판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었다. 맞은편 화단 모퉁이에 걸터앉아 주인장 내외의 일하는 모습을 오 분 가까이 지켜봤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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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헤매고 싶다는 생각에 지도 한 번 켜지도 않은 채로 골목 골목을 헤집다보니 돈키호테가 있는 중심 거리에 닿게 되었다. 조용하게 흐르는 강물 위의 풍경에 멍하니 시선을 흩어 놓은 채 지나는 후쿠오카의 밤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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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헤맨 끝에 찾은 곳은 돈키호테 근방에 위치한 작은 꼬치집. 닭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듯한 사장님은 가게 곳곳에 닭을 그려 놓고는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지만 왜 가게 이름이 산림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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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도 닭으로 꼬치 요리를 꽤나 잘하는 일본식 선술집이 있다. 그곳에 가면 닭껍질을 잔뜩 시키고는 하는데, 이곳에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뱃속에 들어오려고 번호표를 뽑은 녀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검붉은 빛깔만큼 강한 맛이 인상적이다. 맥주와 함께 하기에도 딱이다. 마지막 밤이 떠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소금 사태에 쓸개즙을 짜 넣은 것 같이 그저 짜기만 했던 닭날개만 차치하면 모든 것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식사 삼아 시킨 주먹밥이 너무나 훌륭했는데, 별다르게 간이 된 것도 아니고 뭉쳐진 밥 사이에 버터 한조각이 들어간 것이 다였지만 살면서 제일 맛있는 주먹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여운이 오래 남았다.


고구마 소주 역시 처음 마셔보는 것이었는데, 고구마는 찌거나 구워서 먹자. 아니, 사실 난 고구마를 안 좋아한다.



잘 먹었습니다.



어차피 먹을거리를 사려면 아침에 다시 들러야 하지만 근처에 온 김에 찾은 돈키호테, 농협의 침투력은 김신조 일당의 그것보다 예리하고, 전방위적이다. 10% 캐시백. 최대 30%까지. 농협카드 쓰세요. 농협 최고야.



일본은 참 좋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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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아서 잠시 여유를 갖기로 했다. 강을 따라 조용히 어둠 속에 가라 앉은 후쿠오카 거리를 걸어 본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는 덕분에 바람에 실린 비릿한 소금기가 정겹다. 이곳의 밤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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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스치는 바람의 감촉만이 빛의 부재를 대신하는 후쿠오카의 밤, 마지막 날 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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