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에서 만난 맛집들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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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집한 가고시마 최애 맛집 리스트


지는 해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2018년의 남은 날짜도 이제는 한 손으로 꼽아지니, 한 해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무술년의 마지막을 함께한 가고시마,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지만 부지런히 먹고, 마시고, 즐겼다. 그리고 이것은 그 옅어지는 여운이 아쉬워 남기는 기록이다.


1. 돈카츠 타케테이(とんかつ竹亭)

주소 : 7 Chome-2-14 Tagami, Kagoshima-shi

시간 : 11:30 ~ 21:30(평일 14:00 ~ 17:00 재료 준비 시간)



가고시마현은 규슈섬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160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조그마한 동네이다. 사쿠라지마섬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고는 하는데, 그것은 아마 일본 사람들의 사정일 것이고 한국인인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어찌됐든, 그것과는 별개로 가고시마는 한 번 쯤은 반드시 찾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적어도 일본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흑돼지가 나는 동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오직 맛있는 돈까스를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걸었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닐 뿐더러 시내에서는 한 시간 가까운 거리를 걸어야하는 곳이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싶었다만 착각이 과했다. 열두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지만 마당에까지 늘어선 손님의 행렬, 얼마나 기다려야 내 차례가 돌아올지는 감도 잡히지 않을 만큼이었다.



꽤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도, 일하는 분들도 워낙에 많다. 가만히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산만해지는데, 오랜 실전 경험으로 단련된 직원분들은 그런 북새통 속에서도 능수능란하게 본인의 몫을 해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자리가 배정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키는 맥주 한 잔은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마침내 영접하였다. 수북히 쌓인 양배추더미를 가지런히 덮고 있는 돈까스의 양이 결코 적지 않다.



피부가 거뭇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차이인지는 알 재간도 없고, 별로 관심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돈까스가 정말 맛있다는 사실이다. 씹는 과정에서 극명히 대조되는 겉과 속의 식감 차이는 말 할 나위가 없다.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노력해봐도 느껴지지 않는 돼지의 잡내 대신 퍼지는 기분 좋은 고기의 향은 접시를 비워내는 내도록 가시지 않는다.



돈까스가 훌륭했는데, 히레까스가 훌륭하지 않을리 만무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돈까스보다는 이것을 더 많이 먹는 듯 했는데, 더 두꺼운 덕분에 조금 더 씹는 재미가 있다.



잘하는 집은 뭘 해도 잘한다. 수북히 얹어진 양배추에는 마요네즈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뿌리는 것이 아닌 듯 했는데 그 마요네즈마저 진함의 정도가 다르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손님의 행렬을 감안했을 때 마요네즈까지 직접 만들리는 없을테고, 회전율이 워낙에 좋아서 재료가 조금이나마 더 신선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공산품이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먹어치우면 조금이라도 더 맛있지 않을까.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다만 말이다.



텅 빈 접시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무언가 말을 더 보태고 싶은데 딱히 할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혹시나 가고시마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은 분들이 있다면 그냥 이곳을 찾아가면 된다.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으니 무척 편리한 일이다.


2. 흑돼지 샤브샤브 쿠마소테이(熊襲亭)

주소 : 6-10 Higashisengokucho, Kagoshima

시간 : 11:00 ~ 22:00 (14:30 ~ 17:00 재료 준비 시간)



부산하면 밀면이 떠오르고 포항이라면 과메기를 자연스레 연상하듯이, 흑돼지 샤브샤브는 가고시마에게 그런 존재이다. 그런 덕분에 그것을 취급하는 식당의 수도 정말 많다. 쿠마소테이는 가고시마시의 가장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덴몬칸에 위치한, 타베로그 기준으로 이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평점을 가진 집이다. 언제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만큼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고,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유하는 화산재를 씻어내리는 빗방울이 조금씩 흩뿌리는 저녁이었다. 정적이 흐르는 거리에는 이 식당의 문을 여닫는 소리만이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가격대가 꽤 있는 식당이니만큼 접객을 위해 찾는 이들이 대부분인 듯 했다. 1층에 준비된 자리는 식사만을 위해 찾는 사람들을 위함인 듯 보였고, 우리는 이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저녁 식사는 3천엔부터 만엔이 넘는 코스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다. 경험에 의의를 두고자 하였기 때문에 3천엔짜리 코스와 함께 한 병의 소주를 곁들이기로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술이라면 모두가 사케를 떠올리지만, 적어도 가고시마에서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질 좋은 소주가 나는 곳이고 오랜 전통을 가진 소주 양조장들이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기나긴 여정의 시작은 영롱한 빛깔의 회 한 접시와 함께한다. 이것은 '키비나고'라고 불리는 청어과의 생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샛줄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곳에서는 '꽃멸치'라고 부른다고 하니 그것이 조금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가고시마 역시 이 생선의 유명한 산지 중 하나로서 이곳에서 잡히는 녀석들이 특히나 맛이 좋다고 하는데, 처음 먹어보는 생선인지라 그 진위 여부는 확인할 길이 마땅찮다.


꽁치처럼 적당히 진득한 맛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식감이 꽤나 단단하다. 몇 번 씹다보면 입 안의 이곳 저곳을 튀어다니다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게 되는데, 나름 신선한 경험이다. 무엇보다 근해에서 갓 잡아올린 것을 먹은 것일테니 뭔들 맛있지 않겠는가. 훌륭하다.



특히나 화산이 발달한 가고시마 일대는 현무암 지질로 말미암아 물을 가둬놓고 농사를 지어야하는 작물의 재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덕분에 일찍이 고구마 농사가 발달하게 되었는데, 고구마를 이용해서 빚은 소주가 유명해진 배경이면서 이 지역에서 나는 고구마 자체가 유명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맛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구황작물이 가지는 맛의 극한은 우리가 상상 가능한 범주안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주를 홀짝이며 기분좋은 취기를 끌어내고 있으니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하였다. 말이 필요없다. 쓸데없는 말의 성찬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함께 내어진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야채를 소담히 쌓아올린다. 2분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한데, 그 짧은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진다.



맛은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부지런히 감상하시라.



아직 밥을 먹지 못한채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자가당착에 빠진 듯 하다. 잘 키운 돼지에서는 향이 난다. 더불어 고기가 맛있니 어쩌니 하는 평가는 이 동네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고시마는 한 번 쯤 반드시 찾아야 하는 동네이다.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웬만하면 한 번 쯤은 찾을 수 있도록 하자. 조금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있음으로 하여.


3. 라멘 코킨타(ラーメン小金太)

주소 : Kagoshima-shi, Tenokuchichō, 11−5 北村ビル

시간 : 11:30 ~ 익일 오전 04:30 (15:00 ~ 18:00 재료 준비 시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일본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많이 없다. 작년 이맘 때 즈음하여 친구와 함께 찾은 나가노에서 먹은 라면이 유일한 듯 하다. 그렇기에 제발로 라면집에 발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만 이곳의 타베로그 평점이 유난히 높았다. 덴몬칸 공원 근처의 '라멘 코킨타'이다.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고된 여정을 이어간 탓에 배고픔의 정도가 과했다. 시킨 음식의 가짓수가 다섯가지가 넘어갔다. 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을 시킨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엔 언저리에서 해결이 된다. 긴 말이 필요없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곳은 찾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라면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훌륭했다. 일본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맞을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전형적인 일본 라면이었던 덕분에 간이 강하다. 고명으로 얹어진 차슈는 혀에 닿는 순간 눈이 저절로 감길만큼 소금기가 가득하다.



대마도의 키류켄에서 쌓은 한을 이곳에서 모조리 풀고 왔다. 비록 그곳이 규슈 100선에 꼽힐 만큼 훌륭한 집이라 할지라도 나는 경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니 화중지병일 뿐이다. 이곳의 교자는 눈이 뜨이고 입이 벌어질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나도 모르는 미소를 짓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라면에 들어간 녀석이나 이것이나 같은 놈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맛은 천양지차이다. 보드랍지만 씹는 재미가 충분한 돼지고기가 쌓인 이 접시로는, 의도하지 않아도 젓가락이 저절로 가게 된다. 겨자를 함께 내어주는것이 조금은 뜬금없다 생각이 들었는데, 모든 맛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기름에 볶아낸 중 훌륭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며 탄수화물이 가득한 것에 맛이 없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 교집합에 있는 이 녀석이 맛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본능에 새긴 주지의 사실이다. 대단한 재료가 들어간 것은 없었지만 '라멘 코킨타'가 아니라 '볶음밥 코킨타'로 상호를 바꾸는게 어떨까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이 식당의 볶음밥은 훌륭했다.



가끔 '미치도록, 환장하게 맛있는 무조림'을 먹고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비록 그런 식당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여 이루지 못한 꿈이기는 한데, 이곳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꿈을 이룬 듯 하다. 돼지고기를 이렇게나 맛있게 졸여낼 수 있다면 그 냄비 안에는 무엇이 들어가도 환장하게 맛있는 음식이 될 것이라, 나는 큼지막하게 썰어낸 무를 잔뜩 집어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씹는 내내 어느 한 군데 간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는데 그 정도가 너무나 적절하다. 한 입 베어 물어서 목구멍으로 삼키는데까지 이빨이 많이 움직일 필요도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혀 위에 덩어리를 하나 얹은 다음 입천장에 지긋이 누르면 녹아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걸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곳에서 일을 해야하나 생각할 정도였으니, 정말이지 너무나 훌륭했다.



소주까지 두 잔을 마셨으니,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먹고 마셔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천엔이 안되는 가격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꺼려지게 만들 만큼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무수히 많은 연예인과 운동 선수들이 다녀간 흔적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이곳의 이름은 라멘 코킨타이다.


4. 오카라빵공방(おからパン工房)

주소 : Kirishima-shi, Kirishimaōkubo, 霧島市 霧島大窪473-7

시간 : 11:00 ~ 20:30 (월요일 휴무)



가고시마시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기리시마진구라는 이름의 역이 있다. 이곳에는 프랑스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을 운영하던 요리사가 운영하는 빵집이 하나 있다. 아쉽게도 지금 소개하려는 곳이 그 사연의 주인공은 아니다. 다만, 꿩 대신 잡아올린 닭이 나름 훌륭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기리시마진구역 앞의 조그마한 빵집, 오카라빵공방이다.



파리에서 SOLA라는 이름의 식당을 낸 지 1년만에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실력 좋은 요리사는 기리시마 산으로 향하는 어귀에서 'A LA MINUTE'이라는 이름의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의 이튿날을 고스란히 할애했을 만큼 꼭 찾아가보고픈 곳이었는데 하필 가는날이 장날이다. 긴 장날. 그 빵집의 주인은 일주일이 넘는 휴가를 떠나고 없었다. 하필 기리시마진구를 찾은 그 날 부터.


목적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더불어 찾기로 한 소주 양조장은 다행히 오늘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근처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발길이 이끌려서 찾았다기 보다는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마땅한 대안이 없었음에 곧 감사하게 되었다.



이곳을 꾸려나가는 주인분의 남다른 감각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미소를 짓게 만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매대 주변으로는, 이 공간 안의 모든 것을 직접 고르고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주었을 주인의 손길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다.



여섯 종류의 빵에 한 잔의 커피를 더해 1,350엔이 나왔으니 그리 저렴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지갑을 여는 경험은 결코 불쾌하거나 찜찜한 종류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빵이 맛있으니 되었다. 양상추에 계란을 으깨어 소를 넣은 단촐한 구성의 빵이지만 정성스레 만들었음이 느껴진다. 시장이 반찬으로 더해진 것은 보정의 여지가 있겠다만 그것을 감안하여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어진 빵이다.



정말 별 것 없어보이는데 계속 들어간다. 빵 위에 올려진 모든 야채가 신선하다. 간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덕분에 씹을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든 것들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



근처에 이런 빵집이 있다면 나는 내 일상의 아주 많은 시간을 이 공간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놓여진 책상 하나, 의자 하나, 그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대단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아마 주인분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허전할수도 있는 단촐한 공간이지만 곳곳에 놓여진 고양이들로 말미암아 이곳은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백열등의 노란 불빛은 빵집 안을 모자람 없이 채워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행복할 것 같은 이 공간의 모든 것이 그저 좋았고, 가까이에 있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가끔 생각이 날 것 같다. 언젠가 가고시마를 다시 찾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 한 권을 들고 와야겠다.


5. 소주 양조장 밝은 농촌(霧島町蒸留所, 明るい農村)

주소 : 564-1 Kirishimataguchi, Kirishima-shi

시간 : 09:00 ~ 17:00

홈페이지 : https://akarui-nouson.jp/



일본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네이지만 그 존재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산품, 가고시마의 소주이다. 조금 전에 이야기 한 것 처럼 고구마 농사가 발달하면서 이를 이용해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자연스레 생겨났고,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그 명맥을 이어가는 곳들이 가고시마 곳곳에 산재해있다. 양조장을 둘러볼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찾게된 이곳은 '농가의 며느리'라는 고구마 소주로 유명한 '밝은 농촌'이라는 이름의 양조장이다.



기리시마진구역에서 삼십분 정도를 걸어야하니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정확한 이름도 모르고 찾은 곳이지만 발을 딛기가 무섭게 스미는 누룩익는 냄새가 이곳이 술을 빚는 곳임을 만방에 알리고 있다.


1911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니 곧 110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의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묻어나는 낡은 흔적들이 이곳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술을 보관하는 저장고가 양조장을 벽처럼 두르고 있다. 술을 빚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견학도 가능한데, 안타깝게도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덕분에 양조장을 한 번 둘러보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한국인 관광객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우리를 맞아주신 직원분께서는 안되는 영어를 섞어가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알려주시려고 많은 노력을 하셨다.


혹 일본어가 가능한 분들이 계시다면 양조장 견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하다. 홈페이지에서 견학 신청을 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가볼 수 있도록 하자.



양조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난 끝에는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소주를 직접 맛보고 구매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양조장의 주력 제품인 '밝은 농촌'과 '농가의 며느리'를 시음할 수 있다.


두 가지의 발견에 놀라게 되었다. 다 같은 소주라고 생각을 했건만 그 어느 하나 맛과 향에 개성이 없는 것이 없다는 것에서 한 번 놀라였고,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며 너무나 향긋하고 그윽하게 퍼지는 여운에 다시 한 번 놀라였다. 그저 감탄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그것이 조금 과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취기가 가득하였다.



이곳에서 양조하는 모든 술을 구입할 수 있다. 너무 맛있게 먹었던지라 한국에서 주문을 할 방법이 없을까 하여 찾아보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해외 배송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나는 이곳의 소주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가고시마를 몇 번 더 찾아야 할 듯 하다.



3년을 숙성시킨 '밝은 농촌'이다. 한 모금 하기가 무섭게 이 녀석을 손에 집어들고 말았는데, 과일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반드시 다시 찾을 것이다. 귀하게 모셔온 소주는 이미 마시고 없기 때문에. 아마 나는 이곳의 존재로 인하여 가고시마를 꽤나 자주 찾게 될 듯 하다.



이렇게 입이 즐거운 여행이 있었는가 싶다. 결제를 완료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훌륭했다. 인천에서 한 시간 반 남짓이 걸리니 찾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여름이 찾아오기 전, 규슈를 자전거로 횡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때는 이곳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아야겠다. 여정의 모든 끼니가 기대되는 곳, 바로 가고시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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