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먹은 것들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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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19.04.17(수) ~ '19.05.09(목)



발 없는 말이 실제로 천리를 간다면, 내가 기르는 발 없는 말은 아마 귀소본능이 있는 놈일테다. 떠난 길을 돌아온다면 모자람 없이 이천리가 되니, 이것은 지난 간사이에서 부지런히 바퀴를 굴린 거리만큼이 된다.


돌아오는 비행기로 향하는 보딩 브릿지를 걷는 마음에 단 하나의 아쉬움도 남지 않았으니, 아쉬울 것 없이 달리고 즐긴 봄의 간사이였다. 그 중 오사카에서 먹고 즐긴 것들이다.


1. 551 호라이(551 Horai)

주소 / 지도 / 시간 : 체인점이므로 구글 지도에 '551 horai' 를 검색하자

홈페이지 : http://551horai.co.jp (워낙 유명하니 굳이 필요있을까 싶긴 하지만..)


※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필요 자체가 없는게 워낙에 지점이 많다. 보일 때 마다 먹어볼까 이런 호기심은 갖지 말도록 하자. 술자리에서 호기심에 장범준 게임을 해본 이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직접 장범준 게임을 겪어봐서 드리는 당부라고는 차마 이야기를 못하겠다.)



..나 알죠?


아마 큼지막하게 쓰여진 두 자의 한자가 뜻하는 바일 것이다.


오사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았다면 이곳의 존재를 모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맛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차치하고라도 방명록에 흔적 하나 남기듯이 거쳐가는 곳 중 하나이니 말이다.



물론 경조사 자리에서 방명록에 이름 남기는 것조차 여전히 어색한 나는 이번에서야 이곳을 처음 경험하였다.


이곳의 유명세는 그 지분을 상당 부분 교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맛이 없기가 더 힘든 교자가 아니겠는가. 슈마이와 함께 돼지고기 호빵을 먹어보기로 하였다.


딤섬이라는 음식을 홍콩에서 처음 경험했는데, 그래서인지 슈마이에는 당연히 새우가 들어가야 하는줄로만 알고 있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슈마이라니, 맛있는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니 그것의 훌륭함은 말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무수히 다녀간 일본이니만큼 발 닿는 곳곳마다 다양한 감정들이 밀물 차오르듯 넘실거린다. 그런 중 나에게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처럼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는 것이 하나 있다. 교토의 가와라마치 근처에 있는 니시키 시장에서 우연하게 먹은 돼지고기 호빵이 그것인데, 길거리 좌판이었던 탓에 좌표를 머릿속에 넣어두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날 그곳을 다시 찾았지만 마치 어느날 전설처럼 사라져버린 뮤 대륙처럼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지금도 교토를 가노라면 츄르에 홀린 한마리의 길고양이처럼 니시키 시장을 배회하고는 한다.


지난 사랑은 새 사람으로 잊어야한다고 했던가. 그때 먹었던 호빵의 맛이 지나간 추억의 보정이라고 할지언정 그 비슷한 맛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소위 말하는 '하위 호환'의 역할은 충실히 해낼 수 있는 맛이었다. 교토에서 먹은 그 녀석이 현 시점의 류현진 선수라고 한다면 이 녀석은 아쉬운대로 역시나 현 시점의 클레이튼 커쇼 선수 정도는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둘의 부등호 관계가 이렇게 바뀔줄은 몰랐는데.. 야구 오래 볼 일이다.)


단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이곳의 음식은 물음표가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함께 곁들이도록 내어주는 겨자와의 호흡이 꽤나 인상적이다. 이것은 마치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먹는 지음과도 같은 조화로움이니, 아마도 그것은 전성기 시절 박찬호 선수와 채드 크루터 포수의 그것을 닮았으리라.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이곳의 음식들은 맛이 있다. '길가다 보이면 먹을만한'이라는 관용어구는 이곳을 설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는게 학계의 정설이니, 나는 그것에 무척 동의한다.


2. 점보 주점(じゃんぼ総, Jambosohoten)

주소 / 지도 / 시간 : 역시나 체인점, 아래의 지도 결과를 참고하자. 간사이, 간토 할 것 없이 골고루 분포해있다.

홈페이지 : http://www.takoyaki.co.jp/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 주소가 타코야키라니)


※ 점보가 아니라 '쟘보'라고 되어있어서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점보'라는 뜻이 맞다고 하니, 이곳은 점보주점이 맞다.



이곳을 갈 생각은 정말이지 추호도 없었다. 기괴한 가발을 뒤집어 쓴 채 활짝 웃고있는 그의 모습은, 그저 점포 옆을 지나치는 것 만으로도 꿈에 나올까 괜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야말로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완벽히 사라진 상황이었다. 하필, 소위 '골든위크'라고 불리우는 십일 남짓의 긴 연휴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가게 문을 여는게 중요하다지만 사장님들이 놀고픈 마음조차 거세당한 인공지능은 아니지 않겠는가. 술이 간절했던 이날의 저녁에, 나는 '휴가 갑니다'라는 문장이 대충 휘갈겨진 종이가 붙어있는, 굳게 잠긴 셔터를 붙잡으며 오열하기를 반복하였다.



기대도 아니고 기피를 하다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만족의 격차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두 명이서 꽤나 배 부르게 먹고서 하이볼도 한 잔 하였음에도 만 오천원 남짓이 나오는 것은, 이곳이 아니고서는 동네 편의점을 통해서나 실현 가능한 일일테다.



지점이 많으니 동네마다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으나 음식의 종류가 워낙에 다양하다. 한 번의 실패를 겪었다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한 곳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말미암아 기회비용이 상당히 낮은 것에 기인하였으니, 딱히 무언가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괜스레 술이 한 잔 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분명히 즐거운 저녁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3. 餃子と唐揚げの酒場

주소 : 1-chōme-10-17 Nishishinsaibashi, Chūō-ku, Osaka

지도 : https://goo.gl/maps/5EBSKY4jj9Jht9Qz9

시간 : 17:00 ~ 익일 02:00(일요일은 자정까지 영업)



자전거로 말미암아 억눌러야 했던 술에 대한 열망이 오사카로 다시 귀환한 이후에 폭발하고 말았다. 정리하면서도 이렇게 주점밖에 찾은 곳이 없었나 싶어 잠시 놀랐지만 어쩌겠는가, 내도록 술만 부어댔는가보다.



이곳은 이 녀석이 있음으로 하여 그 존재의 의의가 생긴다. 이름하야 '산토리 메가 하이보루'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탓에 맥주공장을 견학 갔음에도 한 모금의 맥주도 입에 댈 수 없었던, 뼈가 시리게 아픈 기억을 선물해준 산토리이지만 그 알량하고 소인배같은 감정을 계속 담아두는 것은 나에게 손해밖에 돌아올 것이 없다.



특이하게도 마늘로 속을 꽉 채웠다. 양을 생각한다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맛으로 인해서 더해지는 가산점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편한 일이다. 이런 맛의 교자를 어디 가서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간단하게 한 잔'을 위해서 더 할 나위 없이 적절한 곳이다. '메가' 사이즈의 존재 덕분에 번거롭게 종업원을 여러 번 찾을 필요도 없는데다가 무얼 먹더라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의 수준은 되니 말이다. 당신의 얼큰한 저녁에 조금의 흥을 더 돋구길 원한다면 이곳은 꽤나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줄 수 있다.


4. 끄룽 텝(Krungtep, クンテープ )

주소 : 일본 〒542-0071 Osaka, Chuo Ward, Dotonbori, 1 Chome−6−14 平松扇屋ビルB1

지도 : https://goo.gl/maps/w9WHBPtHM3W1NLzS9

시간 : 11:30 ~ 22:00



일본에 가서 일본 음식 아닌 것을 먹는 게 무언가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면 딱히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추천이 필요하다.


지금은 야인이 되신 모 야구팀 감독님의 말을 빌자면 '도톤보리에는 참 재밌는 태국 음식점이 있다.' 왜 재미가 있는고 하니 추천을 하고픈 지점이 조금은 미묘하기 때문인데, 이곳은 일본에서 한국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태국 음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이곳의 점심에는 단 돈 천오백엔으로 한시간 반 동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뷔페가 있다.



태국은 물론이고 태국의 음식 역시 별로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한 접시로도 잔뜩 차오른 위장을 달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정갈하게 준비된 음식들은 그 익숙함까지 더해진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혹여나 고수를 싫어한다면, 그것만 피할 수 있으면 완벽하게 한국의 한 상을 옮겨놓은 듯 하다. 주방장께서 한국에서 요리를 배워오신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고향의 정취가 그득하다.



이국의 맥주와 이국의 음식에서 그리운 한국의 냄새를 맡았다. 혹시나 김치 생각이 간절히 난다거나, 한국의 라면이 머릿속에 자꾸 멤돌아 힘들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근원을 뿌리 뽑지는 못하겠지만 임시방편의 처방으로는 꽤나 훌륭하다.


별책부록, 교토


교토 블루보틀

주소 : 64 Nanzenji Kusakawacho, Sakyo Ward, Kyoto

지도 : https://goo.gl/maps/PqiVqbk7dgzodAVt7

시간 : 08:00 ~ 18:00



이번 여행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연코 교토가 되어야 하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못한 것은, 교토에 너무나 완벽하게 몰입해 버린 탓이다. 이곳이라면 정착을 해도 좋겠구나 싶을 만큼 고즈넉한 교토의 정취는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던 탓에 무언가를 기록할 생각마저 생략이 예사였다. 그리하여 교토는 별책부록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너무 즐거워서 별책이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성수에 블루보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일본에서 전해들었다. 블루보틀이라는 이름이 텀블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카페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워낙에 관심이 없었지만 호기심은 동했다. 교토 블루보틀은 그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찾게 된 곳이다.



한때 가정집이었던 이곳은 그 시절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이 공간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곳은 찾을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친다. 교토에서 다시 경험하고픈 공간을 꼽으라면 이곳은 여지없이 세 손가락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예쁜 것을 찾고싶다면 아라시야마와 더불어 권하고 싶은 공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휴식이 되었고, 그게 곧 행복이었다.



정말 아무런 아쉬움이나 후회를 남겨두지 않은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워낙 기간이 길었던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원 없이 즐겼다. 이곳을 언제 다시 가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분명히 입이 즐겁고 배가 즐거운 곳일 것이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오사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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