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6 호치민 묘소와 하노이 맛집 탐방, 나의 최애 분짜와 반미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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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여행 명소 호치민 묘소, 하노이 분짜 맛집 '분짜 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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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귤을 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중이다.  한 번은 속인 놈 잘못일 수도 있지만 또 속으면 그건 속은 놈 잘못이다.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있는 동안에 귤은 없는 과일이라 생각하겠다 그토록 굳게 다짐했건만, 나는 오늘도 홧김에 열어버린 지갑을 탓하며 눈물로 하루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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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냐고 책망하지만 이 광경을 앞에 두고 또 당하지 않을 거라 보장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자신 없다. 베트남의 귤은 믿을 수 없이 먹음직스럽게 생겼고, 놀라우리만치 아무 맛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형도 이거보다는 향이 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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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이는 빗줄기를 벗삼으며 하루를 열었다. 빗방울 소리가 더해진 기찻길 마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유와 풍류가 넘실거린다.


기찻길을 따라 걷고 있는 나는 마치 구름 위를 나는 선인이 된 듯하다. 비는 내리지만 오늘도 전속으로 전진이다. 어제 벌인, 장장 40km에 가까운 강행군의 여파가 살짝 거슬리기는 하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늘도 하루종일 곳곳을 유람할 참이다.

호치민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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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마을을 떠난 발걸음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의 묘소다.


일생을 검소하게 살았다고 알려진 그답지 않게 엄청나게 거대하고 호화로운 묘소. 역설적이게도 그의 유언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호치민은 화장한 유골을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에 한 줌씩 뿌려주길 원했다.


그토록 베트남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그놈의 이데올로기가 뭔지. 호치민은 그렇게나 생전에 원치 않았던 우상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영겁의 시간을 영어의 몸으로 존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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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금까지 다녀본 베트남의 모든 여행지 중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이다. 공항보다도 감시하는 눈초리가 많고 분위기도 살벌하다.


공안으로도 모자라서 군인들까지 동원해서 묘역의 곳곳을 지키고 있다. 외부 공간도 이 정도로 살벌한데 내부는 오죽할까. 아무 때나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겁이 나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사진은 꿈도 못 꾸고 전자기기 반입도 당연히 안 된다. 여기서라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전혀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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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묘소는 못 들어갈 것 같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은 호치민의 생애를 반추할 수 있도록 갖가지 자료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다. 묘소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산책하듯이 소소하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금방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아무것도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박물관의 초입에서 몇 장을 남기긴 했는데 불편한 장면 하나를 마주한 뒤 여기서 찍은 모든 걸 지워 버렸다.



나를 껄적지근하게 만든, 그래서 결국은 모든 사진을 지우게 만든 원흉이다. 이미 떠나간 지 한참 된 사람의 기록을 두고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껄적지근했다. 괜히 불편해서 이 공간에서 남긴 모든 사진을 지워 버렸다.



남아 있는 사진은 한 장도 없지만 좋아진 세상의 덕을 보는 중이다. 'https://baotanghochiminh.vn'에 들어가서 'bao tang 3D' 코너에 들어가면 구글어스처럼 박물관의 곳곳을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다.


사각지대 없이 모든 공간을 담아 놓았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에 구애받지 않고 박물관의 면면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자. 별도로 플러그인 같은 걸 깔 필요도 없이 웹 환경에서 바로 구현되기 때문에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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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경하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노이 분짜 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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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찾은 호치민 묘소였지만 나도 모르게 머리를 많이 써 버렸다. 생각지도 않게 체력을 많이 소모했다. 평소라면 밥 시간은 아직 멀었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분짜를 먹으면서 소진한 원기를 충전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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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짜는 언제나 맛있다. 하지만 여기 분짜는 유난히 맛있다. 레알 맛집이다. 첫날 찾았던 분짜집의 바로 옆에 있는 집인데 지금까지 하노이에서 먹은 분짜 중에서 가장 맛있는 분짜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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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고기에는 불맛이 그득하다.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비슷한 '느억맘'으로 맛을 낸 국물은 특유의 쿰쿰함 없이 무척이나 깔끔하다.


그 냄새가 있어야지 제대로 된 분짜 국물이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깔끔한 국물이 조금 더 취향에 맞는 듯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만큼 정말로 부지런히, 열심히 다양하게 먹고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내 기준에는 여기를 능가하는 분짜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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넴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여기는 넴조차 맛있다. 아마도 하노이에서 먹은 넴 중에서 유일하게 맛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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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난잡해서 이름을 알아내기가 힘들지만 이 집의 이름은 '분짜 호아'다.


구글 지도에다가 'bun cha hoa'라고 검색하면 혼자서만 'HOA'라고 쓰여진 집이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을 눌러서 따라가면 이 간판을 마주할 수 있다. 정확한 주소는 '150 P. Ngọc Khánh'로 시작한다. 잘 확인하고 찾아가자.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 골목에는 분짜집이 세 개인가가 나란히 붙어 있다. 잘못 찾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HOA'라는 글자를 꼭 기억하자.



즐겁게 분짜를 즐겼으니 맛있는 후식이 빠질 수 없다. 하노이 여행을 하는 동안 하루에 두 개는 먹은 듯하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고 오직 롯데마트에만 있는 아이스크림인데 정말 맛있다.

식감도 쫀쫀하고 초콜렛도 엄청나게 진하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다. 다음 베트남 여행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롯데마트에 있는 모든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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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아이스크림도 먹었겠다 유람을 계속 이어간다. 잘 정돈된 풍경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면서 만나는 풍경에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주변에서 많이 본 듯하면서도 슬며시 느껴지는 이국의 향기. 나는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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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익숙한 풍경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이국에서 느끼는 고국의 향기. 살짝 고전적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평범할 뻔했던 여행지에 더해진 묘한 이질감 덕분에 나의 여정도 훨씬 즐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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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습니다.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스름이 찾아왔다. 호치민 묘소에서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나 보다. 나는 지금 어둠이 찾아온 롯데호텔 하노이를 지나는 중이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한다. 사우론 타워는 잠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롯데호텔에는 일관된 분위기가 있다.

하노이 반미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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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어느새 다시 허기가 찾아왔다. 오늘은 간만에 반미를 먹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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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했더니 이 근방에서는 꽤나 유명한 프랜차이즈다. 호안끼엠 주변으로만 네 군데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명망 있는 브랜드다. 이름하야 '반미 포'. 포장 손님도 많고 대충 얽어 놓은 낚시터 의자에 앉아 저녁 시간의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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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바삭한 바게트에 갖가지 재료를 푸짐하게 쌓았다. 사진으로는 별 거 없어 보이지만 한입 물면 꽤나 실하다. 빵도 맛있고 재료도 맛있다. 게다가 소스까지 단짠이 폭발한다. 이 반미는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흙흙 오늘은 점심도 저녁도 다 맛있었다. 하루종일 맛있는 음식과 함께해서 행복한 하루였다. 하노이 여행의 셋째 날 저녁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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