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7 교토 월계관 사케 박물관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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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철도 박물관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철도와 기차에 별로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의 연속이었다.


일본 전역에서도 손에 꼽게 잘 꾸민 박물관이라고 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공간의 면면 덕분에 1,200엔이라는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두 시간 가까운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 문을 나섰지만 시간은 아직도 이르다. 워낙에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댄 덕분이다. 오늘은 절대로 자전거 안장에 오르지 않겠다 다짐했기에 운신의 폭도 훨씬 더 넓어졌다.


어제는 교토 산토리 맥주 공장 투어를 다녀왔다. 하지만 나는 공장에서 갓 나온 생맥주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갔기 때문이다. 나에게 허락된 것은 무알콜 맥주가 전부였다.


슬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은 어제의 아픈 상처를 만회해야겠다. 월계관 사케 박물관으로 떠나자. 어제의 한을 공짜 사케로 푸지게 달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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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타기 위해서 교토역으로 가던 중에 교토 타워를 만났다.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목욕탕스러움으로 동네의 명물이 된 교토타워다.


생긴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니 생긴 직후에는 오죽했을까. 역사와 전통이 가득한 도시에 어떤 놈이 이따위 건물을 지었냐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꿋꿋하게 버틴 세월 따라 이제는 동네의 명물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욕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거 같다. 솔직히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어떤 놈이냐 대체.



사케박물관까지 가는 길에는 생각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열차를 잘못 탔다. 불과 7정거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귀신이라도 들렸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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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힘들고 험난할 줄은 몰랐다. 정말로 무수히 많은 난관을 뚫고 마침내 마주했다. 여기는 교토의 월계관 사케 박물관이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왔습니다. 부디 저에게 주님의 은총과 은혜를 아낌 없이 내려주시고 딛는 걸음걸음 주님의 성령과 축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옴 마니 반메 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사케는 간바레 오또상 미만잡이지만 일본에서는 월계관이 가장 대중적이고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케 중 하나다. 교토에는 그런 월계관 사케의 역사를 톺아보고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가 있다. 내가 찾았던 2019년에는 400엔이었지만 2022년 현재 600엔까지 오른 듯하다. 공짜로 사케 한 병을 주니깐 그나마 정상참작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느낌이다.



약수터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탐방을 시작하자. 대단한 건 아니고 '우리가 술 만드는 물이 이렇게 깨끗합니다'를 자랑하기 위함이다. 어릴 적 동네에 하나씩 있던 약수터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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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관 사케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술의 역사보다는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 조금 더 많은 신경을 쓴 느낌이다.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하던 시절의 갖가지 도구들을 가져다 놓았다.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구색 맞추기의 느낌이 강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곳의 본론은 사케와 월계관의 역사를 알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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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박물관까지 굳이 일부러 발걸음한 사람이라면 목적은 하나밖에 없다. 공짜 술이 없으면 여기는 올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입장료가 있으니 엄밀하게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의 진짜 본론 등장. 월계관에서 새로 나온 제품들이나 잘 나가는 제품들을 원 없이 마셔볼 수 있다.


직원분께서 직접 따라주시기 때문에 계속 마시는 건 살짝 눈치가 보이지만 염치 불구하면 계속 마실 수 있다. 나는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 못했지만 어르신들 중에는 이 공간을 떠날 생각이 아예 없어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직원분들은 최소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신다. 어차피 내 돈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거나 말거나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아마도 이 박물관에서 가장 바쁜 분들이다. 밀려드는 손님들을 향해서 술을 건네는 손길에 쉴 틈이 없었다. 추가 수당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바쁜 분들이었다.



기분 좋게 술 몇 잔을 얻어 마시고는 매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적당한 녀석을 한 병 집어들어야겠다. 어떤 놈으로 고를까나.



생주 당첨. 열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은 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마실 수 없는 녀석이다.


교토에 온 김에 이 동네에서만 마실 수 있는 녀석으로 골라잡았다. 아직 계산하기도 전이지만 기분이 좋다. 숙소로 돌아가서 술 한 잔 할 생각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잘 구경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기체후 일향만강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동네 빵집에서 사온 빵과 함께 즐겼다.


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독한 술이었다. 10도를 살짝 넘어가는 도수와 달리 체감은 20도는 족히 될 듯했다. 오히려 좋아. 나는 독한 술이 좋다. 바람직한 하루의 마무리다. 맛있는 빵과 술이 함께하는 저녁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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