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20 3주의 대만 일주 여행, 그 종지부를 찍는 순간.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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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간의 대만 일주 여행, 이별의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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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남짓의 시간이 꿈처럼 흘렀다. 어느 틈에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을 앞두고 있다. 대만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드디어 밝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아쉬운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식사로 하루를 열기로 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 들러 딴삥 한 접시를 시켰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어김없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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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게 부친 계란후라이가 실하게 들어간 토스트도 하나 시켰다. 입에 토스트와 딴삥을 한가득 물고 열심히 우물거리고 있으니 눈에서 뭐가 자꾸 떨어진다. 먼지가 들어갔나.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공항철도가 수고해 줄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공항철도다. 시간은 35분 정도 걸렸던 듯하고 요금은 150위안이다. 한국 돈으로는 6천 원 남짓이다. 꽤나 비싼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타는 공항철도도 이거보다는 덜 비싸다. 여기는 우리나라보다 짧은 거리를 운행하면서 요금은 훨씬 비싸다.


안 그래도 공항철도의 비싼 요금 때문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타는 데에도 살짝 물음표가 생기는데 공항 갈 때마다 이 요금을 지불해야 하면 꽤나 머리가 아플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무사히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잘 놀다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 길의 끝에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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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후반기는 대체로 하늘이 흐리더니 집에 가는 날이 되니깐 화창한 얼굴을 드러낸다.


갑자기 볼멘소리가 나온다. 화롄에서 이렇게 맑았으면 좀 좋았냔 말이다. 잠시 터져나오는 불만을 뒤로한 채 열차는 앞으로 달린다. 이미 지난 일, 후회해도 아무 의미 없다. 어쨌거나 아쉬움을 남기고 가니깐 또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기지 않았나.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저는 떠납니다. 안녕히 계세요!



타이페이 시내에서 별로 멀지 않기 때문에 삽시간에 도착했다. 여기는 타이페이의 관문인 타오위안 국제 공항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공항답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날도 어김없이 사람이 많았다.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내가 극복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딱히 공항에 용건이 없었다. 그래서 표를 받자마자 바로 출국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살 만한 술이 없을까 구경하던 중에 58도짜리 금문고량주를 발견했다. 주변으로부터 맛있다는 얘기를 워낙에 많이 들었던 고량주다. 지갑을 열기 직전까지 갔지만 58도라는 도수가 마음에 걸린다. 결국은 빼든 카드를 조용히 집어 넣었다. 결국 나는 이날 한 병의 술도 사지 않았다.



비행기가 뜨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지만 괜찮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에는 재미난 라운지들이 많이 있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대만의 역사를 다루는 라운지도 있고 기업이 후원한 공간도 많이 있다. 라운지만 돌아다녀도 시간을 때우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시간도 잘 가고 재미까지 있으니 돌아다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치 던전을 탐험하는 느낌이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꽤나 머리를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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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구경하기 좋은 라운지도 있다. 비행기 덕후들은 다른 곳에 갈 필요 없이 여기에만 머물러도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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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공간이다. 대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금마장을 주제로 한 라운지가 있다.


대만 영화 산업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역대 금마장 수상자들의 면면도 살펴볼 수 있다. 익숙한 얼굴이 많이 있다. 여명, 유덕화 같은 형님들 말이다.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라운지 구경을 마치고 나니 입이 살짝 심심해졌다.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가 버블티를 샀다. 공항에서 파는 음식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 녀석도 적당히 비싸고 적당히 맛 없겠지 생각하며 한 모금을 들이켰는데 웬걸,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훌륭한 버블티다.


베트남 하이퐁 공항에서 파는 쌀국수와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파는 치킨라이스 말고는 눈이 번쩍 뜨이는 공항 음식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간만에 공항 맛집 리스트에 신규 항목 하나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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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스쿠트 항공과 함께할 예정이다.


스쿠트 항공은 꽤나 재밌는 구석이 있는 항공사다. 스쿠트 항공의 비행기들은 모두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로 된 이름도 있다. 내가 탈 녀석은 방랑벽을 뜻하는 'wanderlust'에서 따온 'wandermust'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별명인 듯하다. 적절한 순간에 꽤나 적절한 친구를 만났다.



간만에 보잉 787과 함께라서 기분이 좋았다. 회사 다닐 적에 출장을 다니면서 항상 탔던 기종인데 참으로 간만이다. 만든 지 얼마 안 됐는지 실내는 아주 깨끗했다. 이렇게 좋은 비행기와 함께하는 이별이라니. 왠지 아주 많이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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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딩 브릿지를 벗어난 비행기는 활주로를 따라 출발선에 정렬했고, 이내 출력을 높여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이제 정말로 집에 갈 시간이다. 지난 3주의 시간이 꿈처럼 곁을 스친다. 인사를 건넬 때가 되었다. 안녕. 다음에 또 만나.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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