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2 베트남식 비빔쌀국수 분보남보, 기찻길 마을, 성요셉 성당과 분짜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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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맛집과 명소 - 취향 저격 샐러드 쌀국수 분보남보와 분짜, 기찻길 마을과 성요셉 성당


하노이 분보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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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했던 간밤이 떠나가고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잠을 고작 세 시간, 그나마도 자는 둥 마는 둥 해서 약간 멍한 상태지만 그렇다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니 왠지 모르게 시간이 아깝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은 카메라를 들쳐 메고 밖으로 나왔다.


너무 많이 긴장했던 탓에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니 비로소 허기가 느껴진다. 자연스레 식당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오늘의 점심은 분보남보다.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고 숙소 가까운 곳 중에서 그나마 구글 리뷰 평점이 괜찮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발견 과정의 성의없음에 비해서 결과물은 과하게 훌륭했다.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샐러드 쌀국수인 분보남보는 완벽하게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맛이었다. 입 안에서 펼쳐지는 단짠단짠의 황홀경은 맹렬한 기세로 몰려드는 피로를 단박에 몰아냈다.

하노이 성요셉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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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곳은 성요셉 성당이다. 하나님의 은총이 거룩하사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나는 그걸 모르고 소심하게 쭈뼛거리다가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무리가 줄지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한 다음에야 조심스레 발걸음을 안으로 디뎠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그러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오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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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는 성요셉 성당뿐 아니라 예쁜 성당이 많다. 프랑스가 남기고 간 몇 안 되는 유산이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이런 거라도 남기고 가는 게 맞다. 제국주의 시대 정신으로 무장한 서구 열강들의 정복과 수탈의 역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봐 줄 구석이 없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프랑스가 남기고 간 것이 정말로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이 남기고 갔지만 빵을 기반으로 한 서구식의 식문화도 싹을 틔웠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자를 남기고 갔다.


실로 어마어마한 유산이다. 알파벳인 듯 아닌 듯 묘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베트남 문자는 '쯔꾸옹응으'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선교사가 발명해서 베트남에 보급한 것이다.


그 전에는 한자를 기반으로 한 '쯔놈'이라는 문자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표의문자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살아 남았다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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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셉 성당 구경을 마치고 기분 좋게 동네를 유람하던 중에 정체불명의 다이소 짝퉁을 발견했다. 이름하야 무궁생활.


누가 봐도 짝퉁이다. 너무 대놓고 베끼니깐 웃음밖에 안 나온다. 어떻게 생겼는지, 매장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고 했지만 모든 직원들이 화를 낸다. 딱히 그럴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안 봐도 뻔하다.


사진으로 담아 오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의 상태 역시 모두가 예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촌철살인도 이런 촌철살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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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때깔 고운 귤을 파는 행상을 발견했다. 가격을 물어 보니 한 봉지에 천오백 원에 줄 수 있단다. 나도 모르게 지갑이 스르륵 열린다. 빛깔도 곱고 꽤나 묵직한데 2천 원도 안 하다니. 저렴하게 잘 산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봉지를 받아들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입으로 가져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싱글벙글했다. 껍질을 까는 동안 아무런 향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살짝 이상하긴 했지만 후각이 잠시 마비됐구나 생각했을 뿐 귤에게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애써 가치를 찾아 보자면 물이 궁할 때 갈증을 가시게 하는 용도로는 쓸 수 있을 듯하다. 한 조각을 입에 넣자마자 표정이 싹 굳었다. 뭐 이런 과일이 다 있나 싶었다. 맛이 없다. 문자 그대로 아무 맛이 없다. 때깔에 속으면 안 된다. 베트남의 귤은 당신이 흘리게 될 눈물보다도 맛이 없다.


사실 귤을 먹기 전에는 빵도 한 봉지 샀는데 그건 바가지를 썼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천 원이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빵을 8천 원이자 주고 사 먹었다. 이쯤 되면 속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속는 놈이 문제다.

하노이 기찻길 마을


여정을 시작한 지 반나절도 안 돼서 두 번이나 호구당한 게 마음아프긴 하지만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렇게 옮긴 발걸음이 닿은 곳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 기차가 다니는 선로를 벗한 마을이다. 구글 지도에서도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는지 '하노이 기찻길'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장소다. 베트남에서는 꽤나 흔한 풍경이긴 하다. 베트남에는 기찻길과 벗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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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어느 틈에 어둠이 찾아온 하노이의 밤거리에는 살짝 한기도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즐기러 가는 길이다. 딱히 먹는 데에 진심을 담는 성격은 아니다. 뭐든지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나조차도 베트남에서는 식사 시간이 즐겁다.



오늘 저녁은 분짜가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왜 분짜냐면 분짜는 언제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나는 베트남 음식 중에서 분짜를 제일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좋아하고 사랑한다.


오늘의 저녁을 책임질 식당은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분짜집이다. 세 개의 분짜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골목이었는데 그 중 첫 번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간판에는 '리엔 아잉 분짜 넴 식당'이라고 쓰여 있다. 제대로 읽은 게 맞다면, 그리고 제대로 해석한 게 맞다면 이 집의 이름은 Liên Anh 분짜다.



역시나 분짜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불맛 그득한 돼지고기와 단짠단짠이 폭발하는 느억맘 육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1년 365일, 삼시세끼 분짜만 먹고 살아도 행복할 것 같다. 그것이 분짜니깐 (끄덕)


맛있는 음식이 있어 행복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행의 첫째날은 꽤나 많은 호구짓과 아주 맛있는 음식이 있어 지루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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