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15 마침내 이별, 다시 만난 하노이 국제 공항.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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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노이 빅씨마트를 탐방했고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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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길었던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드디어 집에 가는 날이다.


제 아무리 노는 게 제일 좋다지만 이것도 2주 정도 되니깐 슬슬 지겹다. 조금만 있으면 집에 가지만 그거보다도 더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는 지금 하노이의 이름 모를 거리를 거닐고 있지만 마음만은 이미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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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편하게 묵고 갑니다. 감사했습니다. 라고 인사는 하지만 나는 여기서 묵은 기억이 없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전날 밤에도 간판을 찍었고 아침에도 간판을 찍었다. 분명히 여기는 나의 숙소였다. 하지만 '도모다치 하우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사진들을 찾아 봐도 기시감이 없다. 나는 여기에서 하룻밤을 보낸 게 맞을까. 진짜로 귀신에 홀린 것 같다.



여전히 기억에 없어서 도모다치 하우스를 찾아 보니 호안끼엠 근처였다. 그래도 여기부터는 기억이 있다. 나는 조금 더 서쪽으로 향하기 위해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밥도 먹어야 했고 선물도 사야 했다. 여전히 할 게 많이 남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공항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사전작업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하노이 빅씨마트


롯데마트는 갈 이유가 없다. 한국에도 차고 넘친다. 버스에서 내린 나의 발걸음은 이내 빅씨 마트로 향했다.


오직 빅씨 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게 있다. 사야할 것이 있다면 딱 하나가 있는데, 그걸 파는 데가 빅씨마트밖에 없었다. 하노이 롯데호텔 지하에 있는 롯데마트가 시설도 훨씬 좋고 입에 맞는 식당도 훨씬 많지만 고작 그런 것 따위가 나를 롯데마트로 이끌지는 못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종종걸음으로 매대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반쯤의 설레임과 나머지 반의 초조함을 품은 길, 불과 1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영겁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갓챠. 할렐루야.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처님도 감사합니다.


없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는데 이 정도로 많이 걸려 있는 경우는 또 처음이다. 오직 빅씨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코코넛 땅콩이다. 나는 코코넛을 좋아하지 않고 땅콩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 모든 제약 사항을 가볍게 뛰어 넘은, 완전히 규격 외의 진정으로 미친 땅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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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봉지가 있으면 열 봉지를 사 왔을 것이다. 백 봉지가 있으면 백 봉지를 사왔을 것이다. 그 정도로 존맛이다. 진정 대존맛이다.


여건만 되면 한국에 수입해서 내가 팔고 싶을 정도로 미친 존맛이다. 한 봉지에 한국 돈으로 2,500원 정도다. 결코 저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다. 아마도 아주 높은 확률로 돈값을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먹어 보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느낄 것이다. 그 정도로 대존맛이다.


남녀노소 인종 불문 종족 불문 누구에게나 추천하지만 평소에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특히나 추천하고 싶다. 그 분들은 보이는 족족 집어오시면 좋다. 땅콩 봉지를 뜯고 하나 입에 문 순간 얼굴에 미소가 만면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라거 한 모금을 들이키면 절로 쾌재를 부르게 되고 눈물이 흐를 것이다. 이 땅콩과 라거 맥주는 그 정도로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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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땅콩을 잔뜩 집어 왔다. 원하는 바는 모두 이뤘으니 이후에 일어날 일들은 아무렴 상관없다. 점심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이렇게나 푸근한데 먹는 게 뭐가 중요한가. 물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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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에 들러서 적당히 한 끼를 때웠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가장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세계구급 프랜차이즈의 힘을 믿은 이유도 있다. 한국에서 먹은 징거버거도, 탄자니아에서 먹은 징거버거도, 베트남에서 먹은 징거버거도 다 맛있다. 역시 전세계를 무대로 장사하는 프랜차이즈는 다르다. 훌륭하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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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향하기 직전에 박물관 하나를 지나쳤다. 베트남전에서 쓰인 온갖 장비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적성국이 사용했던 무기들이다. 6.25 전쟁에서 북한이 사용했던 전투기도 만날 수 있고 탱크도 만날 수 있다. 용산에 있는 전쟁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적성국 장비들을 거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동족상잔의 아픔이 이곳에서는 승전의 영광이다. 일순간 묘한 기분이 스쳤다.



택시를 탈까 했지만 이왕 버스 타기 시작한 거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볼까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버스와 함께다.


물론 다음에는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이다. 다음 여행과 출장에는 무조건 택시다. 뒤도 안 돌아보고 택시다. 만 원 아낀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 번은 경험 삼아 탔다지만 두 번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 할 짓이다.



흙탕물이 자욱한 홍강을 지나 내가 탄 07번 버스는 부지런히 북쪽으로 바퀴를 구른다. 참으로 길고 험했던 여정이 끝을 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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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돌아왔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눈물나게 반갑습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거쳐야 할 관문이 아직도 남았다. 그건 바로 왕복 12차선에 달하는 도로를 건너는 것. 이게 왜 관문인지 의아한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여기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공식적으로 도로가 없다.



2022년 말미에 구글지도를 통해서 하노이 공항 근처의 변화상을 살펴본 적이 있다. 혹시나 횡단보도를 설치했을까 싶어서 둘러본 것이었는데 역시나 어림없었다.


여태까지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듯하다. 이곳을 건너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편에서 시속 80km 남짓의 속도로 달려오는 차들을 잘 피해서 조심스레 건너가는 것뿐이다.



내 생각에 베트남이 초행인 분들은 이거 때문이라도 절대로 버스를 타서는 안될 듯하다. 언어도 제대로 안 통하는 곳에서 공항을 앞에 두고 건너갈 수 없는 황망함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무사히 건너갈 자신이 없다면 아무 생각 말고 택시를 부르자.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그런 참사를 겪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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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뜨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생각이다.


가장 먼저 즐겨볼 것은 한 잔의 커피다. 여기는 노이바이 공항 국제선에 위치한 레전드 커피,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 커피 'G7'의 쭝웬 그룹이 가진 또 다른 커피 브랜드다. 여기는 G7과는 달리 상당히 고급진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데, 가격 역시도 상대적으로 고급지다.



맛있다. 아주 맛있다. 이 집의 쓰어다에서는 묘하게 품격까지 느껴진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하고 흔한 카페 브랜드인 '하이랜드'에 비해서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살짝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있다. 여전히 유아기에 머무르는 나의 입맛에는 정신 나갈 정도로 달달한 하이랜드의 쓰어다가 그래도 조금 더 입맛에 맞다. 하지만 레전드 커피의 기품 있는 부드러움도 이따금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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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셨으니 다음으로는 저녁을 먹을 차례다. 즐거운 쌀국수와 맥주의 시간이다.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이퐁 국제 공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하이퐁 국제 공항의 노점에서 파는 음식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맛있는데 하노이 공항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 있다. 다시 돌이켜 봐도 다르지 않다. 하노이 공항에서 먹은 것 중에서 레전드 커피를 제외하면 맛있게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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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캔의 맥주를 들이키다 보니 어느새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 온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연발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만 해도 비행기가 언제 뜨나 시계만 연신 쳐다볼 뿐이었는데 어느 틈에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쉴 새 없이 찾아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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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자



이날은 베트남의 2019 아시안컵 마지막 예선이 있는 날이었다. 본선 진출의 향배를 가르는 무척 중요한 경기였다. 공항에 있는 모두가 숨죽여 TV 속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나 역시도 그 대열에 합류해서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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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베트남이 예맨을 2:0으로 꺾고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합니다.


이 경기의 종료 직후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결정 지은 것은 아니었다. 지독하게 복잡한 '경우의 수' 끝에 가까스로 진출한 본선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팀은 그렇게나 어렵게 진출한 본선에서 16강을 넘어 8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실로 쾌거였다.


축구에 정신을 팔다 보니 어느새 나를 한국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정말 여정의 끝이 가까웠다. 그토록 길고 험했던 여정이 종지부를 찍으려는 순간이다.



이제 정말 집에 갈 시간이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정말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다시 만납시다.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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