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현, 우베에서 먹은 것들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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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 '19.02.09(토) ~ '19.02.11(월)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이 워낙에 대단한 덕분에 뜻하지 않게 수혜를 입고 있는 요즈음이다. 애초에 스스로가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도무지 생소한 동네들의 이름이 인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오르고 내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생경한 모습이 아니다.



세토내해의 서쪽 끝, 야마구치현이라는 영 낯선 동네의 남쪽 자리 한 켠을 차지한 우베와의 인연 역시 그런 덕분에 맺어질 수 있었다. 에어서울에서 정기편이 취항한 지 일 년 반 남짓이 되어가니 그 시간이 마냥 짧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곳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괜한 호기심의 발로 덕분에 종국에는 우베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골 동네, 우베에서 먹고 즐긴 것들이다.


1. 一代目 豊

주소 : 1 Chome-1-4 Chūōchō, 中央町 Ube-shi, Yamaguchi-ken 755-0045

지도 : https://goo.gl/maps/LQUVrqB6iFo

시간 : 11:00 ~ 14:00 / 17:30 ~ 자정 (금, 토 새벽 2시까지 연장 영업)



YUTAKA라는 뜻 모를 단어가 워낙에 눈에 잘 띈 탓이다. 이 글을 위해 구글 지도를 찾아보기 직전까지 나는 이것을 식당의 이름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풍성하다'를 뜻하는, 사진 속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이 단어는 이곳의 이름이 아니다.


호텔 직원분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두 군데의 식당이 있었다. 이곳이 그 중 하나였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예약 없이는 한 상 받을 자리조차 잡기가 어려운 그들의 사정 덕분에 급하게 돌린 발걸음이 이곳에서 멈춘 것도, 사실은 주변에 마땅히 발길 돌릴 만한 곳이 없는 탓이었다.



뭐, 과정이 중요한가.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긴 시간은 충분히 훌륭하고 즐거웠다. 뜻하지 않은 친절까지 더해진 이곳에서의 한 끼는 우베라는 곳에 고이 모셔두고 온 추억의 한 켠을 양보하기에 충분했다.


야마구치현은 일본에서도 복어의 어획량이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한다. 그런고로 복어를 재료로 한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하늘과 땅에 딱히 경계를 두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 역시 복어이며,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주된 용건 역시 그것인 듯 하다.



다른 언어로 제공되는 메뉴판이 없는 탓에 무언가를 고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구운 닭고기와 복어 덮밥을 겨우 시킬 수 있었고, 언제나처럼 하이볼 한 잔이 함께했다.



밑반찬처럼 내어주는 이 녀석들도 돈을 받는 것이라 들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거절의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술 한 잔 놓고 홀짝거리기에는 주린 배가 짊어지는 고생이 과하지 않은가. 식감은 물론이거니와 과하지 않은 간이 매력적인 새우는 하이볼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



잘 구워진 것이 맛이 없을리 만무하고 닭은 원래 맛있는 녀석이니 잘 구워진 닭고기인 이 녀석은 훌륭하지 아니할 수 없다. 자신있게 사진을 내건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합리적인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밥 한 공기가 방점을 찍어준다면 완벽한 기승전결이 되겠다 생각하였지만, 덮밥 한 그릇을 접시에 받치고 나에게 가까워지는 직원 분의 모습이 보였기에 그것은 생각으로만 그쳤다.



복어 덮밥일 것이라 생각하고 시킨 것이긴 한데 정체가 무엇인지 사실 지금도 모른다. 기억나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맛있었고, 얹어진 꽃 한 송이 덕분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 정도.



싹 비워냈다. 몇 숟가락 들지도 않았는데 바닥이 드러났던 것을 보면 큰 기대가 없었던 이 한 그릇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듯 하다. 대단한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숟가락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니깐 결론은, 매우 맛있었다. 무척.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분 역시 혼자만의 저녁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으신 듯 하였다. 그 분이 갑작스레 나에게 내민 손길은 한 접시의 생선 요리와 함께였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양념이 스며든 이 생선이 너무나 맛있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예기치 못한 친절과 기쁨이 함께한 덕분에 우베에서의 첫 날은 유난히 푸근하였다.



비록 피치 못해 찾게 되었지만, 받은 것은 나의 의도와 기대를 한참 넘어섰다. 시린 어느 겨울의 우베에 따뜻한 기억을 한 소끔 놓게끔 해준 이곳이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잘 먹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나요.


2. 中華ダイニング食彩 三国志

주소 : 2 Chome-2-8 Takezakichō, Shimonoseki-shi, Yamaguchi-ken

지도 : https://goo.gl/maps/ACcUcZKN3vD2

시간 : 11:30 ~ 14:30 / 17:30 ~ 22:30 (월요일 휴무)



우리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일본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생소한 도시인 우베지만, 이곳은 혼슈의 최남단에 위치하여 시코쿠와 큐슈를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의 묘가 있다. 한 시간만 열차에 몸을 실으면 시모노세키로, 기타큐슈로 건너가는 것은 일도 아니니 이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리하여 시모노세키를 위해 할애한 둘째날의 오후, 그 방점은 삼국지라는 이름의 중화요리집에서 완성하였다.



시모노세키역 근처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인들이 이룬 거리가 있다. 일본어가 무척이나 유창한, 중국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그 한인거리의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구글지도에 평을 남긴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한인거리에서 맛 볼 수 있는 중국 본토의 맛', '시모노세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중국' 정도로 귀결될 수 있으니, 가히 호기심 때문이라도 발걸음이 옮겨가지 않을 수 없었다.


따뜻하게 데워진 소주 한 잔으로 시작한 이곳에서 경험한 것은 생선이 재료가 된 깐풍기 비스무리한 무언가와 달콤한 소가 들어간 호빵 한 접시. 기다림의 시간이 적지는 않았으나 넓게 트인 주방 너머로 바삐 움직이는 부부의 부산스러움 덕분에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밥 한 공기가 필요한 음식들을 유독 많이 만난 듯 하다. 이 음식을 두고는 길게 주절거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 자체만으로는 훌륭한 생선 깐풍기, 만일 밥 위에 붓는다면 밥도둑, 이라는 말로는 조금 부족할 듯 하고 '밥해적선장'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한인 거리에서 중국인이 요리하고 내어준 깐풍기라니, 어딘지 모르게 조합이 어색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요리가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 이것은 삼팔까지는 아니라도 일팔광땡 수준은 되는 맛있는 깐풍기이다.



한 번 찾는 것으로는 부족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호빵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직접 만든 것 같지도 않았고 전혀 특별할 것도 없어보이고, 입에 가져가기 전까지는 괜한 호기심이 화를 불렀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입에 넣기 전까지는. 일본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맛있는 호빵은 교토의 가와라마치 어느 시장통에서 좌판처럼 팔고 있던 고기호빵이었는데, 동일선상에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 녀석은 너무나 맛있었다. 우유의 향이 그윽하게 퍼지는 첫 만남이 달달한 소에 닿을 때 까지 이어진다. 몇 번의 저작활동 끝에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 맛이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별 것 없는데, 별 것 있는 맛이다. 지금도 또 다시 먹고싶을 만큼.



너무나 맛있는 한 끼가 함께했던 덕분에 시모노세키의 저녁이 즐겁게 저물었다. 나는 조만간 시모노세키를 또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식당이 있음으로 하여.


3. 大島珈琲店

주소 : 2 Chome-7-1 Shintenchō, Ube-shi, Yamaguchi-ken 755-0029

지도 : https://goo.gl/maps/r7nGKS4M4xG2

시간 : 09:00 ~ 17:00 (목요일 휴무)



아마 이곳을 위해 얹을 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 하면 문을 닫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다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지난해와 올해, 스무 번 남짓의 여행에서 찾게 된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면 단언컨데 분위기와 향이 훌륭한 카페를 찾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곳은 하노이의 서호에서 발견한 심플 커피와 함께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훌륭한 카페 중 하나이다. 우베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하나만 꼽아보라고 하면 이곳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베 사람들과 30년 남짓의 세월을 함께 했다는 이곳은 곳곳에 지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 자취는, 약간은 색이 바랜 손잡이의 끄트머리에도 내려앉았다.



낮게 흐르는 하프시코드 선율과 원두 볶는 향이 가득한 이 공간은, 아주 세련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품이 있고, 간결하게 꾸며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무엇보다 차분히 가라앉은 이곳의 공기가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공간이 집 앞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한다는,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 커피는 430엔이다. 커피의 맛을 구분할 만큼 즐기는 것이 아니기에 훌륭함의 정도를 논하는 것은 무척 주제 넘는 일이다. 조심스레 생각을 덧붙여보자면, 첫 한 모금 뒤에 따른 생각이, 이곳에서 맛 볼 수 있는 모든 커피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는 정도.



무척이나 다양한 원두를 갖추고 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커피의 종류도 아주 많다. 비싸게는 한 잔에 2만원 가까운 것도 있으니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만, 수중에 부족한 현금으로 말미암아 그 한 잔을 겪지 못했다는 것이 아직도 못내 아쉽다. 아마도, 나는 머지 않아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곳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다시 한 번, 아니 몇 번 더 찾게 될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 우베는 이 곳이 있음으로 해서 다시 찾을 만 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워낙에 조그마한 시골 동네인지라 걱정이 적지 않았지만, 푸근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한 덕분에 따뜻한 마음을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만납시다 우베, 곧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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