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홍콩, 마지막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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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3.12.10(화) ~ '13.12.13(금)



- 벌써 귀국이다! 간밤에 페리를 타고 바닷가에서 본 야경은 아마 한동안은 찾기 힘든 여유일 것이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오후 한 시 비행기로 귀국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간밤의 흥청거림은 온데간데 없고, 말끔히 청소가 된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오른쪽의 아주머니가 나눠주신 조간 신문을 하나 받아서는 집에까지 들고왔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 몽콕에 온 김에 랑함플레이스에 들러서 여자친구 줄 디즈니 피규어를 사야지 생각했는데, 11시부터 개장이라고 한다. 나에게 시간이 한시간만 더 있었다면...


큰 실수를 했다.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 몽콕에 도착했는데 그 어디에도 문을 연 상점이 없었다. 아직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아직 못 샀는데 말이다. 디즈니 피규어도 있지만, 전날 점찍어둔 춤추고 노래하는 '미니언' 인형이 랑함플레이스 안에 있는데. 굳게 닫힌 문이 야속하기만 하다.


- 왠지 공항가면 내가 찾는것들이 다 있을 것 같다.


제니베이커리의 쿠키는 흥미가 동하지 않았지만 기화병가에서 파는 펑리수는 꼭 사서 가고 싶었다. 막상 찾으면 없다. 여행하는 내내 그렇게 자주 보이던 과자집이 정작 찾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미니언 인형도 기화병가도, 도무지 뜻대로 되는 게 없다. 특히나 미니언은 나와 여자친구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녀석이라서 반드시 사서 돌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했는데 실패가 눈앞이다.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하지만 괜찮다. 공항에는 왠지 있을 것 같으니깐. (그리고 실제로 공항에 전부 다 있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말이다)


- 버스를 탔다. 기다리는 동안 어떤 아줌마가 무어라 말을 거는데 못 알아들어서 쏘리라고 했더니 혼자 중얼거리며 갈 길 간다. 갑자기 나를 노려보면서. 돈을 달라고 했는데 내가 못준다. 이렇게 됐나보다.


정말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글을 다시 읽는 순간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쫓아가서 한 대 걷어차고 싶을 만큼 아주 기분나쁜 표정을 지으면서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뒷통수라도 한 대 빡시게 후려칠 걸 후회하는 마음이 다시금 일렁인다.


- 3박 4일.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피크도 두번이나 올라가고, 밥먹는 곳을 못 찾아서 헤매기도 하고. 솔직히 여행객에게 좋은 동네는 전혀 아니었다. 깨끗하지 않고, 안내 표지도 잘 없으며, 의외로 영어로 소통이 쉽지 않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고 북적거리는 덕에 사람 사는 곳에 있는 느낌을 받았고, 불친절한 표지 덕에 정말 이곳 저곳을 방랑객처럼 들쑤시고 다닐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은.. 빨리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이렇게 돌아가면 나는 이제 직장인이 될거다.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곳에 와서 좋은 기억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다.


그렇다. 별로 넓지 않은 땅덩어리에 사람이며 건물이며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빽빽한 동네다. 큰 기대를 하고 가면 꽤나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밤하늘을 밤새 수놓고 온갖 명품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들이 즐비하다 하여도 차가운 도시의 표정이 완벽히 숨겨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서도 그리 큰 친절을 바라는 것은 힘들어 보였으며, 흥청거리는 밤거리의 한 켠에는 감옥처럼 좁은 공간에서 매일을 거칠게 살아내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그렇지만 홍콩은 언제나 나에게 설렘을 주는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2013년의 겨울 이후에도 여러번 찾은 홍콩은 갈 때마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풍경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홍콩의 지도를 많이 살펴 보았는데, 아직도 가보지 않은 곳이 엄청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나의 다음 홍콩 여행은 어떤 모습이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집에 돌아가는 날까지 해무는 걷힐 생각을 않는다. 이쯤 되면 징하다.


어마어마한 홍콩항.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면 잔뜩 쌓인 컨테이너, 도열한 화물 크레인과 한동안 나란히 달릴 수 있다.


- 첫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 탔던 공항철도 선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같은 곳인데, 느낌이 색다르다.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디즈니 랜드 리조트 가는 길' 이라 써있는 팻말을 계속 볼 수 있는데 떠나는 마당에 그런 표지판까지 계속 눈에 띄니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 수속 게이트 직원이 대한민국 여권을 확인하며 건넨 말. '고맙습니다'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좋다. 앞으로는 여행지의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도는 최소한 알아가야겠다.


정말 말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나의 첫 홍콩 여행은 마지막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 정말로 끝. 비행기만 타면 된다. 안녕 홍콩!


단 한번이라도 흐리지 않은 순간이 없다.


첫 번째 홍콩 여행. 끝.




여행 결산


혼자 여행을 가면 아주 세세하게 기록을 한다. 특히 돈쓰는데 있어서는 10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기록을 하는지라 다음번 여행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얼마나 썼는지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여행 일기에서 제일 꼼꼼하게 적는 것은 역시나 내가 쓴 돈.


- 항공권(인천 - 홍콩, 이스타제트 ZE931, ZE932) : 282,700원 (찾아보기 귀찮아서 꽤 비싸게 주고 샀다.)

- 숙박(3박, 홍콩 우리집) : 135,000원 (1박에 45,000원. 역시 비싼 편이다. 홍콩 현지 게스트 하우스 찾아보면 더 싸게 구할 수 있는데가 많다.)

- 선물 : 한화 328,000원 / 홍콩달러 848불, 도합 약 450,000원


'13.12.10(화)

- 식사

아침(맥모닝) 3,700원 / 저녁(도원주가) 195불

- 간식

맥주(산미구엘) 10.9불 / 에그타르트(KFC) 6불

- 그 외

지하철(침사추이) 60불

합계 271.9불 / 3,700원


'13.12.11(수)

- 식사

점심(크리스탈 제이드) 116불 / 저녁(맥도날드) 21불

- 간식

에그타르트(타이청 베이커리) 6불 / 간식 46불 / 음료(버거킹) 20불 / 에그타르트(KFC) 6불

- 그 외

지하철(센트럴) 8.7불 / 스카이테라스 40불 / 피크트램 28불 / 지하철(침사추이) 7.8불

합계 299.5불


'13.12.12(목)

- 식사

점심(팀호완) 71불 / 저녁(맥도날드) 25불

- 간식

오렌지(2개) 10불 / 물 4.8불 / 에그타르트(KFC) 6불 / 맥주 9.9불 / 라면 + 맥주 11.8불

- 그 외

버스(몽콕) 4.7불 / 지하철(샤틴) 6.9불 / 지하철(몽콕 이스트) 4.9불 / 페리 5불

합계 160불


'13.12.13(금)

- 식사

점심(공항 샌드위치) 82불

- 그 외

버스(몽콕) 4.9불 / 버스(공항) 33불

합계 119.9불


총 결산


한화 결제액 : 749,400원

외환 결제액 : 1,699.3불(약 238,000원)

약 990,000원


선물을 사는데 45만원 가량 썼으니 실제로 쓴 돈은 55만원 내외이다. 충동적으로 떠나서 많은 것을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항공권은 잘 찾아본다면 평일에는 18만원 아래로도 구할 수가 있으며 숙소 역시 현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3만원 내외로 1박이 가능하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3박 4일에 50만원 안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혹시나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남들이 하지 않는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조그만한 동네 답지않게 다양한 표정을 지닌 홍콩의 매력에 조금 더 빠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처 올리지 못했던 사진들


몇 장 되지는 않고, 잘 찍은 사진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묵혀 두기는 아까웠다.


이 길을 따라가면 스타의 거리가 나온다. 괜히 좋은 산책로라는 것이 아니다.


남들 다 찍는 시계탑. 저도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이게 진짜 희한하다. 둑방에 타이어를 잔뜩 둘러놓고는 계단 하나 만들어놨다. 그러면 저렇게 배가 정박해서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구룡공원에는 재밌는게 많다. 이날 저녁에는 칼을 들고 무술을 수련하는 살벌한 무리를 만났다.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인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디에나 있는 SASA는 이 사진 안에도 있다.


12층이었나 그랬는데 까마득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더럽다. 여행객이니 망정이지, 여기서 살아라고 했으면 갑갑했을 것이다.


센트럴에서 계단을 한참 올라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허름한 건물 숲 너머에 우뚝 솟은 빌딩은 마치 바벨탑을 연상시킨다.


기억에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는데, 실제로 엄청 붐볐던 것이었다. IFC의 크리스탈 제이드


홍콩은 아직도 건물 공사할 때 쓰는 비계를 대나무로 만든다. 현대식 건물 외벽에 둘러쳐진 대나무 구조물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그냥 에스컬레이터다.


센트럴에서 바다를 따라 Admiralty로 걷다보면 아주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홍콩섬에서 구룡반도를 바라보기 좋은 장소이다.


'청차우'라는 섬이다. 2014년 겨울에 다녀온 섬인데, 맛있는 것도 많고 걷기도 좋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 얼마나 평화로운가.


모든 강아지들은 내 여자친구를 아주 좋아한다. 청차우를 걷다 만난 이 강아지도 다르지 않았다. 눈이 참 아련하다.


청차우의 모든 강아지들은 왜 이렇게 팔자가 늘어졌는지. 참 한가로운 오후의 모습이다.


청차우의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이다. 상당히 낡았지만 평화롭다.


팀호완. 왼쪽의 죽에는 계란같은 게 들어가 있는데 맛있다. 가운데에 있는 고기빵도 무지하게 맛있다. 꼭 먹어 보자.

여행을 가다. 홍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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