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찾은 홍콩의 맛집들

2017-08-16
조회수 3782

직접 경험하고 추천하는 홍콩 맛집 리스트



홍콩에 가면 늘상 찾는 음식들이 있다. 팀호완에 가서 딤섬을 먹는다거나, KFC에 들러 에그타르트를 하루에 하나씩은 입에 물어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어렵게 쪼갠 시간을 가지고 겨우 찾은 홍콩인데 적어도 내가 경험하고 누릴 것은 뭐든 최선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걸까.


지금은 거의 없다. 여전히 안 가본 곳도 많고 안 먹어본 음식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적어도 홍콩에서 만큼은 조금 생겼다.


작년 겨울, 여자친구의 생일을 맞아 홍콩을 다녀왔다. 어떡하다 보니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음식점들만 찾게 되었다. 대체로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내 입맛에는 쉽지 않은 음식도 있었다.

1. Tequila on Davis


이번 여행은 비행기 표를 워낙에 저렴하게 구했던지라 숙소에 평소보다 조금 더 돈을 썼다. 홍콩대로 이어지는 HKU역 바로 앞에 있는 코스코 호텔이라는 곳에 묵었는데, 동네가 동네이니 만큼 꽤나 값 나가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조금은 생뚱맞게도 멕시코 음식을 파는 곳을 가게 되었다. 의아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와 여자친구는 이번 홍콩 여행에서 이 멕시코 음식점을 두 번 다녀왔다. 왜냐하면 두 번을 찾을 만한 가치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여기보다 맛있는 살사와 연어필레를 한국 어딘가에서도 팔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만큼 맛있는 크로넨버그 블랑 생맥주를 파는 곳은 경험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식당이기도 하지만 퇴근하고 술 한 잔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데낄라' 온 데이비스이다.



이곳에는 드래곤볼에 나오는 '미스터 사탄'을 닮은 직원이 한 분 계신다. 사장인지 직원인지 동업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웬만해서 웃음기라고는 보이지 않는, 깊이 500미터 정도 되는 갱도의 끝자락에서부터 뿜어내는 듯한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그 직원 분이 있음으로 하여 이 식당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국 돈으로 13,000원 정도 하는 나초. 무슨 나초가 이렇게 비싸지 싶었지만 돈 많이 벌고 싶어지는 맛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올라간 게 많은 나초는 여기서 처음 먹어 봤다.


고수향이 그득한 살사는 멕시코 가까운 샌디에이고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여자친구의 말을 빌자면 본인이 살면서 먹어본 살사 중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것이라고 한다. 고수 특유의 알싸한 향을 싫어한다면 이 집 살사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향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상큼함 가득한 정말 맛있는 살사였다.



내가 이곳을 두 번이나 찾게 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연어 필레'


사실 나는 연어 필레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여자친구에게 물어서야 겨우 연어를 구워낸 스테이크 같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어본 적이 없으니 딱히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식감이 어디에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종류의 것이었다. 연어 회를 먹는 것 같이 부드러운 가장 안쪽부터 완전히 바삭하게 익힌 겉면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불연속면도 없이 깊이에 따른 식감이 달랐다. 소스와 살사의 어우러짐도 기가 막힌다. 지금도 홍콩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 연어 필레를 먹고 싶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너무나 훌륭한 음식이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1인당 35,000원 정도는 생각해야 하는 꽤나 비싼 식당이다. 평소엔 절대로 가지 않았을 식당이지만 이번 여행은 여지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먹는 데 원 없이 돈을 써 보고 오자는 게 목표였기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이곳을 또 가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그 정도로 데낄라 온 데이비스의 음식들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했다. 좋은 음식이 즐비한데 분위기는 말 할 것도 없다.


주소 : Shop 7, G/F & C/L., Grand Fortune Mansion, No. 1 Davis Street, Kennedy Town

영업시간 : 17:00 ~ 02:00

가격대 : 접시마다 100 ~ 200 홍콩 달러 사이

2. 탐짜이 (운남 쌀국수)


홍콩에서 유학을 하고 온 많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찾는 음식 중 하나로 '탐짜이'(혹은 탐자이)라는 것이 있다. '운남 쌀국수'라고 부르는 음식인데 탐짜이는 그 음식을 만들어 파는 브랜드 중 하나다.


고기뼈를 우려낸 육수에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마라와 한국말로는 향채라고 하며 홍콩 현지에서는 '샹차이'라고 부르는 향신료를 잔뜩 집어 넣어서(고수라고 알고 있는데, 먹어 보니 고수와는 향이 조금 달랐다.) 구수하면서도 특유의 톡 쏘는 향을 가진 매운맛이 나는 국수. 나는 마라의 매운맛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홍콩에서 유학을 한 여자친구와 그녀의 동문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 탐짜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운남 쌀국수를 시도해 보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총 두 번 쌀국수를 먹었다. 마수걸이는 여자친구가 학교 다닐 때 종종 가던 곳이 있다고 하여 별 생각 없이 따라간 곳에서 했다. 침사추이 어딘가에 있는 쌀국수 식당이다. 사실 이름도, 위치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나는 그 마라향 그득한 매운 국수를 먹고 싶지 않았으므로...



가격대는 홍콩의 물가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두 명이서 꽤나 배부르게 먹어도 2만 원 이상 나오는 경우가 잘 없으니 말이다.


주문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국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선택하고 국수의 종류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나면 온갖 선택지로 가득한 종이를 하나 내어 주는데, 고명으로 어떤 것을 얹을지 고르는 단계다. 원하는 만큼의 고명을 잔뜩 고르고 나면 이제 면의 종류와 매운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영어로 써 있다고 하지만 영어가 잘 안 통하기도 하기에 나는 주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반쯤 빠져 버렸다.



운남 쌀국수의 맛은 한번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추어탕에 넣어 매운맛을 낼 때 많이 쓰는 '산초가루'의 얼얼한 매운맛이 아주 강하게 올라온다. 먹다 보면 입술이 아파 오고, 장까지 약한 나는 먹으면서 속이 계속 좋지 않았다. 향채에서 올라오는 익숙하지 않은 향 또한 곤혹스러웠다. 분명히 풀냄새이긴 한데 한번도 맡아 본 적 없는 특이한 냄새다. 은은하기보다는 꽤나 톡 쏘는 향에 가까워서 먹다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두 번을 먹으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곤욕이었다. 몸에서 받지 않는 음식이라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국수와 함께 시킨 반찬은 마늘로 간을 한 삼겹살 요리였다. 그나마 이 녀석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맛을 가졌다. 삼겹살의 식감을 가진 마늘통닭이 딱 맞는 표현일 것 같은데, 한국 사람 입맛에 매우 잘 맞는다. 저 녀석이라도 없었다면 나는 식사시간 내내 쫄쫄 굶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생각이 나기는 한다. 굉장히 자극적인 음식이니 생각이 가끔씩 나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홍콩에 꽤나 오래 살았던 한국 사람들은 여지없이 이 음식을 찾는 것을 보면 분명히 매력이 없는 음식은 아닐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호기심에 한 번쯤 먹어볼 만은 한 음식이다. 혹시나 시간과 돈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특이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시도해 보도록 하자.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해답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