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만나는 색다른 방법, 트램

201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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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갈 때마다 꾸준하게 받는 인상이 있다. 참으로 입체적인 도시라는 느낌이 바로 그것. 서울보다 조금 더 넓은 땅 위에 상업지구를 만들고 사람도 살아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시를 공중으로 쌓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숨겨진 공간을 계속 찾아내는 것을 보면 참 좁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요모조모 잘 활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모습은 대중교통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그만 미니버스를 제외하면 웬만해서는 1층짜리 버스를 찾아 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이 동네는 트램조차도 한 층을 더 쌓아 올렸다. 저렇게 가다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절로 일지만 그런 걱정에도 아랑곳 않고 제 갈길 가기 바쁜 홍콩의 트램. 무려 백 년이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이 동네의 진정한 터줏대감이다. 그런 전통의 교통수단이 전하는 새로운 느낌의 홍콩을 만날 시간이다.


홍콩 트램의 노선도. 매우 단순하다.


트램은 홍콩섬 북부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른다. 홍콩대가 멀지 않은 Kennedy Town부터 스탠리와 리펄스베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Shau Kei Wan까지 관통한다는 표현이 그 무엇보다 잘 어울리게끔 꼼꼼하게 훑고 지나간다.


1904년에 개통한 트램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철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성전차가 1899년에 개통하여 서울 지하철 개통 전까지 운행했다고 하니 가장 먼저 개통한 철도 체계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남아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교통 체계 중에는 아시아 제일의 노장이라 할 수 있다.


트램 정류장. 별로 정류장같이 생기지 않아서 가끔은 헤매기도 했다.


트램을 타기 위해서는 트램 정류장을 찾아가면 된다. 대부분의 트램 정류장이 위의 사진처럼, 무언가를 탈 수 있을 것 같지만 대체 뭘 위한 곳인지 용도가 조금은 애매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버스와 달리 트램은 정말 쉴 새 없이 노면 위를 달리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정류장에 서서 노래 한 곡을 다 들어 보자. 앞을 지나쳐 가는 트램을 적어도 다섯 대 이상은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램 하나 탔을 뿐인데 홍콩의 인상이 달라 보인다.


트램은 2.3 홍콩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환율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단돈 360원. 처음 탔을 때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기본요금만 2.3달러고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인가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어느 곳을 가도 가격은 동일하다.


트램 2층에 앉아서 보는 홍콩의 풍경도 색다른 맛이 있다.


왜인지 모르게 참 홍콩과 어울리지 않는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테슬라의 전기차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련된 도시에서, 사람의 조금 빠른 걸음걸이보다도 느린 것 같은 트램이 웬 말인지. 그것도 홍콩의 가장 중심되는 곳이 즐비한 홍콩섬 북단을 그대로 관통해서는 말이다.


적어도 트램에 몸을 싣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했다. 느리고, 교통에 방해가 되고, 관광객이 아니면 아무도 타지 않을 것 같고, 나름의 낭만이긴 하나 현지인들에게는 눈엣가시처럼 보일수도 있겠구나. 같은 생각들.


느리지만, 정겹다.


물론 느리다. 바깥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으면 조깅하는 사람이 트램을 앞질러가는 경우는 예사. 그렇지만 그런 덕분에 나는 홍콩을 새로운 시선에서 조금 더 오래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한국 못지 않게 모든 것들이 숨가빠 보이는 홍콩이지만 그런 덕분에 그 느림이 주는 대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 생각보다 교통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듯하다. 2015년에 교통혼잡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센트럴 ~ 애드미럴티 구간의 트램을 폐선하려고 했다고 한다. 허나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실행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 차선을 통째로 차지하고 지나다니는 트램이지만 오랜 시간의 공생이 꽤나 성공적이었나 보다.


참 작은 도시지만 그 덕분에 한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름의 매력이다. 홍콩을 해마다 가지만 참 신기하게도 새로운 경험이 주는 설렘은 해를 거르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알면 알수록 매력있는 도시 홍콩, 트램과 함께 색다르게 만나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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