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홍콩. 펭차우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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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상업 빌딩의 꺼지지 않는 불빛이 만드는 야경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도시. 그야말로 사람의 바다가 만드는 북적거림이 빚어내는 활력이 곳곳에 가득한 도시. 아주 많은 이들에게 홍콩은 꺼지지 않는 빛의 공장,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동네 중 하나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홍콩의 모든 곳이 그러하리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의외의 반전, '평화로움' 그 자체. 센트럴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가면 닿을 수 있는 섬 '펭차우'에서 만날 수 있다.



란타우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조그마한 섬 '펭차우'. 센트럴 페리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만 가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게다가 뱃삯도 저렴하다. 성인 기준 평일 15.3달러,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21.9달러의 뱃삯을 내면 펭차우에 갈 수 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항구를 벗어난 페리는 펭차우를 향해 시원하게 달린다. 언제나 흐린 하늘이 나를 맞아준 홍콩이었는데 웬일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마음도 시원하게 갰다.



조금 더 남쪽에 있는 청차우와 달리 홍콩섬의 바로 서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30분 남짓한 시간이면 펭차우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다. 펭차우는 참 신기한 섬이다. 본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다. 매일이 전쟁과 다름 없는 홍콩의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냥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항구를 중심으로 펼쳐진 조그마한 동네가 이 섬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 도서관과 어시장, 그리고 동네 크기에 비하면 조금은 크다고 느껴지는 슈퍼마켓을 하나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정겨운 시장 골목이 아마도 동네의 전부다.



그 골목을 지나 언덕을 따라 난 길을 계속 걸어올라가다 보면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이 나타난다. 이곳이 내가 알고 있는 홍콩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벗 삼아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섬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백 미터 남짓하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닿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내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걷다가 만난 팻말. '이니스프리'라고 쓰여 있기에 혹시나 했는데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 이니스프리가 맞다. 세계 여러곳에 나무를 심는 캠페인의 일환이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곳 펭차우에서 이런 팻말을 만나게 되니 그 반가움이 각별했다.



조금 더 돌아 나오니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난다. 바다를 따라 시선이 닿은 끝에는 홍콩섬에 솟은 마천루들이 보이는데, 그곳의 분주함을 상상하니 이곳의 고요함과는 너무나 큰 대비가 되는 듯하여 기분이 묘했다.



길은 딱히 없었지만 계속 내려가 보았다. 어느 이름 모를 해변가에서 펭차우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노부부가 작은 배를 이끌고 고기잡이 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그저 이색적이기만 한 이곳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라고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정겨움에 가만히 앉아 한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항구로 내려가는 길에 지난 작은 마을.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잘 정돈된 이 동네를 흐르는 공기는 푸근했고, 따뜻했다.



아주 오랫동안 동네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으리라. 이 녀석은 만사가 귀찮은지 어떤 관심을 보여도 그저 뚱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에 반해 이 녀석은 매우 똑똑하고 생기가 넘쳤다. 마치 나와 여자친구의 말을 알아 들었다는 듯이 앞장서서 우리를 인도해 주었다.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는 사이에 어느새 펭차우에도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붉은 빛 감도는 조명이 밝히는 펭차우의 밤거리는 너무나도 정겹고 아름답다.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평화로움이 잔뜩 묻어난다. 홍콩에서 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단언컨데 이 조그마한 섬동네를 꼽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아름답고 좋았던 펭차우였다.



펭차우에 내린 어둠이 짙어졌다. 센트럴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다시 30분을 달린 끝에 만난 센트럴. 마치 꿈을 꾼 것 마냥 아련하기만 하다.


혹시나 홍콩의 북적거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없이 펭차우로 가는 배를 타도록 하자. 또 다른 홍콩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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