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12 베트남 사파 여행, 함종(함롱)산에 올라서 본 일출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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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파의 일출 명소, 함롱(함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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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벽 다섯 시를 갓 넘긴 이른 아침, 어둠을 뚫고 부지런히 달린 슬리핑 버스가 사파에 도착했다. 비몽사몽 간이지만 고지대의 한기가 가녀린 몸뚱아리를 사정없이 엄습한다. 삽시간에 잠에서 깨버린 나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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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 왔다는 것이 온몸으로 체감된다. 얼마나 산길을 오른 건지 꽤나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있었지만 미친듯이 파고드는 한기는 막을 방법이 마땅찮다. 차게 식은 공기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산능성이를 따라 마을까지 불어온 바람마저도 요란하다.


제 아무리 1월이지만 그래도 베트남인데. 라고 혹시 나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파를 올 때만큼은 그 생각을 접어두는 게 좋다. 여기는 적도 부근의 따뜻함 같은 건 찾아 볼 수가 없는 동네다. 7, 8월에도 한낮의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곳이니 한겨울의 추위가 어떨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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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에 프랑스 사람들의 휴양지로 각광받았던 동네다. 서구적인 모습을 한 건물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이 건물의 뒤편으로 건너가면 판시판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은근히 높은 건물 탓에 안 보이지만 뒤로 가면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다.


해발 고도 3,147m의 판시판산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산이다. 그 덕분에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나 높은 산의 정상을 케이블카는 단 20분 만에 주파한다. 각잡고 하이킹을 해도 이틀이나 걸리는 산인데 말이다.



이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 있는 날이었다. 지나고 보니 딱히 의미부여는 필요없는 날이었지만 막상 서른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꽤나 복잡미묘했다. 그래서일까, 웬만해서는 하지 않을 짓이지만 산에 올라 일출과 함께 하루를 열어 보기로 했다.



알파벳을 그대로 읽으면 '함롱산'이지만 베트남식으로 제대로 읽으면 이 산의 이름은 '함종산'이다. 누이↑ 함종. 고도가 높지는 않아서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애매하다. 그래도 근방에서는 그나마 고지대라서 아침해를 맞이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뜬금없이 매표소가 나타났다. 입장료가 있는 산이다. 높이는 남산과 비슷한데 입장료는 3,500원이나 받는다. 베트남의 물가를 감안했을 때 비싼 건 물론이고 한국에서 받아도 비싸다고 할 법한 수준의 입장료다. 그런데 꼭두새벽에 가면 아무도 없다. 의도치 않게 공짜 등산을 했다. 개꿀.



껄적지근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매표소 직원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다. 1분 남짓을 서성거리다가 등산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침이 오는 속도가 빨라서 당황스럽다. 어느새 밝아오는 하늘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진다. 게다가 내가 출발한 지점은 산의 서쪽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일출을 보려면 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닿기 위해서 종종걸음을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했다.



작지만 정원이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느긋하게 구경할 요량으로 찾았다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높은 곳으로 오르는 데에만 급급한 판국에 이렇게 대칭성을 강조한 구조물은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거추장스러운 불청객일 뿐이다.



망했다 후후. 해가 이미 중천에 걸리는 중이다. 게다가 나는 길까지 잃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늦은 거 마음 놓고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잔뜩 헤매기로 했다.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쏘다니다가 발견한 비탈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편으로 옮긴 시선에는 판시판산의 웅대한 능선이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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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한 숙소가 한가득 자리한다. 판시판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도 운행을 준비하는 듯하다. 꽤나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양새가 상당히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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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곡의 이름은 '무앙 호아'다. 무수하게 펼쳐진 계단식 논밭 덕분에 꽤나 독특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파의 하이킹 코스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사파를 소개하는 영상마다 반드시 찾는 곳이기도 하다.


벼가 고개를 숙일 즈음의 풍경이 정말 예쁘다고 들었다. 내가 본 것은 황량하게 메마른 계곡이 전부였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그때는 느긋하게 하이킹도 즐기고 판시판산의 정상에도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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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이하는 건 애저녁에 물건너갔다. 하지만 괜찮다. 서른 번째 생일의 아침이다. 산에서 헤맨 것 따위가 대수겠는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산능성이를 타고 넘는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잠시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되는대로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는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은 무겁고 패딩은 두껍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몸뚱아리는 둔하다. 그런데 한기까지 스산하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올라오는 내도록 짐짝처럼 여겨졌던 패딩이 갑작스레 고맙게 느껴진다. 이 녀석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방금 전까지 나를 투덜거리게 만들었던 패딩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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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서른 살.


드디어 마주하는 중이다. 사파에서 맞이하는 서른의 아침.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른의 생일 아침은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맞이하리라, 막연하게 상상만 했다. 그런데 정말로 현실로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참 신기하다. 막연하게 품은 꿈만으로도 사람은 목적지에 닿게 된다.


'창업이 아니면 내 인생에 다른 길은 없다' 같은 결연한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막연하게 품었던 창업에 대한 생각만으로 나는 가방을 만들고 글을 쓰는 1인 창업가가 되었다. 무의식의 발로라는 게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는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아야겠다. 내 인생에 우울한 날들보다 좋은 기억과 사건이 훨씬 더 많이 찾아올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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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2019년 4월부터 계속된 일본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2개월 뒤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이, 2020년의 시작에는 코시국이 연이어 찾아왔다.


그 탓에 나의 여행 가방 사업은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다. 이 글을 다시금 써내려가고 있는 2023년 1월에는 모두 지나간 일이 되었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훨씬 많은 분들이 다시 가방을 찾아주고 계신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쉽지 않았지만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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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서른 아침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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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베트남의 보석 같은 고원 도시, 사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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