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명소 사파 깟깟 마을 트래킹
서른 번째 생일의 아침이 밝았다. 그 아침은 베트남 사파의 함종산에 올라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맞이했다.
이런 게 바로 여행하는 재미고 보람이다. 뜻하지 않게 접어든 길이긴 하지만 여행을 업으로 삼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시간을 돌려 퇴사 직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에 나는 여행을 업으로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둘 것이다.
하루를 시작한 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이르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출 하나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떨어댄 부산 덕분이다. 이미 하루의 반은 지나간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다.
산에서 내려와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쌀국수 하나를 시켰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맛이지만 그저 웃음만 나온다. 기분 좋게 일출도 봤고 등산도 했다. 갑자기 밀려드는 온기에 온몸은 녹아내릴 듯하다. 여기가 바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고 천국이다.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기분 좋게 연유커피도 한잔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연유 커피는 이날도 어김없이 맛있었다. 왜냐하면 연유 커피는 언제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 원두를 이용해서 내리는, 정신없이 쓴맛이 특징인 베트남 커피와 달달한 연유는 꽤나 잘 어울리는 영혼의 투톱이다.
식당에 지불한 돈은 음식값이 아니라 사실상 경치값이다. 사파에서는 어딜 가든 훌륭한 전망과 함께 아침을 즐길 수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네지만 벌써부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한숨 돌렸더니 정신이 돌아온다. 사정없이 후들거리던 다리에도 중심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런 나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계곡의 바닥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탐방을 이어나갈 것이다.
나는 지금 몽족이 살고 있는 깟깟마을을 탐험하러 가는 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느리게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 깟깟마을의 면면을 느린 걸음으로 마주할 생각이다.
슬리핑 버스에서 청한 잠은 생각보다는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운했을 리는 만무하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고 꽤나 긴 휴식까지 취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고 몸뚱아리가 언질을 계속 건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질러 본다. 올라올 때 지옥도가 펼쳐질 것도 너무나 빤히 보이는 미래지만 그것 역시도 나중의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꽤나 동물복지가 좋은 마을. 곳곳에 귀여운 동물들이 가득하다. 어딜 가나 여유롭게 퍼질러진 모습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결같이 게을러 보이고 하나같이 권태로우니, 지켜보는 내 마음에도 나도 모르는 여유가 깃든다.
댕댕이만 많은 것이 아니다. 돼지도 곳곳에 가득하다. 분명히 주인이 있을 것 같은데 어디로 도망갈 생각도 않고 먹을 것도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 꼬리가 신나게 돌아가는 걸로 미뤄봤을 때 이 녀석들은 이 동네 생활이 썩 만족스러운 듯하다.
10분 남짓 걸었을 것이다. 깟깟마을 매표소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2023년 기준 9만 동이다. 내가 갔을 때는 7만 동이었는데 그새 요금 현실화가 한 번 이뤄졌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 테지만 아직은 부담스럽지 않다. 한국돈으로는 여전히 5천 원도 안 하니 뜨내기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거마비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별로 큰 마을은 아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찬찬히 톺아봐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가볍게 운동화 끈을 조이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겨 보자. 자연을 벗한 소수민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도 어김없이 댕댕이가 살고 있다. 역시나 팔자가 좋고 귀엽다. 애교가 많아서 더 귀엽다. 동네 사람들이 정을 많이 주나 보다. 이 녀석은 사람만 보면 배부터 발라당 까기 바쁘다.
예쁘게 손 잡고 걷는 연인들도 많은 깟깟마을이다. 현지 연인들의 여행 성지 같은 곳이다.
무덥고 습한 베트남답지 않은 기후를 갖고 있는 데다가 이곳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다. 외국인 못지않게 베트남 사람들도 이국적인 정취를 많이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여행객 중에는 베트남 사람들도 꽤나 많다.
아마도 '사랑의 그네' 같은 이름이 붙은 녀석이 아닐까 싶다.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그네를 만났다.
깟깟마을에는 곳곳에 포토존이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몰린다 싶으면 그곳에는 여지없이 예쁜 풍경과 사진각이 나오는 볼거리가 자리한다. 하지만 이 그네는 이상하게 인적이 드물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렇게나 예쁜 그네를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나라도 셀카를 남길까 싶었지만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설치려니 영 어설프다. 아쉽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쳐야겠다.
영 불안한 모습으로 얽은 출렁다리가 등장했다. 깟깟마을의 명물, 깟깟다리다. 꺼우 깟깟.
다리를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적한 쉼터가 등장했다. 나무로 엮은 그네와도 재회했고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나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렇게나 좋은 풍광을 앞에 두고 즐기지 않는 건 여행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람의 끝이 가까웠다. 넓어진 강폭만큼 여유가 깃든 물줄기에는 여행자의 쉼표가 슬며시 자리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앉아만 있어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만면한다. 잊을 수 없는 장엄한 풍경,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토록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쉬지 않고 지저귀는 참새들과 휘익 스치는 바람, 마지막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자갈의 물결 따라 부딪히는 소리 '따악, 따아악'
여정의 마침표가 가까웠다. 이별이 왔음을 알리는 폭포 소리가 시원스럽지만 섭섭하다.
시원하게 쏟아진다. 비가 많이 오면 훨씬 더 우렁차게 내리꽂는다고 한다. 비가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꽤 웅장하게 쏟아지는 중이지만 이것보다 훨씬 볼 만한 모습도 있다고 하니 괜히 궁금해진다. 이미 운이 좋지만 조금 더 운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역시 해답은 사파를 한 번 더 오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봅시다.
신나게 즐겼으니 세금 낼 시간이 됐다. 제대로 잠을 못 잔 후유증까지 몰아서 밀려오는 듯하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숨도 거칠어진다. 이걸 언제 오르나 싶지만 역시나 방법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뻘뻘 땀을 흘리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밖에 없다.
숨 넘어가기 직전에 다 올라왔다. 땀 비엣. 다음에 또 만나요. 오늘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게 많습니다만 다음에는 좀 가볍게 오겠습니다.
너도 안녕.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갑자기 식은땀이 쏟아진다. 당이 떨어진 듯하다. 깟깟마을을 벗어나기 무섭게 과일주스 한 잔으로 떨어진 당을 채운다.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꾸벅꾸벅, 나도 모르게 졸았더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몸뚱아리가 가벼워졌다. 마음 편하게 하노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좋다.
모든 여정이 걷기의 연속이었다. 배가 너무 고픈데 찾아보는 것도 귀찮고, 눈앞에 보이는 식당에 대충 들어가서 '아무거나'와 다름없는 주문을 시전했다.
그렇게 마주한 반미는 여지없이 옳았다. 역시 베트남의 반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어도 옳다. 특이하게 계란 후라이가 들어가는데 고기와의 조합이 상당히 좋다. 베트남에서 먹은 모든 반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녀석 중 하나다. 또 먹고 싶다.
길었던 여정이 마침내 끝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 버스는 나를 하노이로 실어다 줄 것이다.
그 사이에 적지 않은 고생이 있었지만 생략됐다. 어찌 됐든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려 한다.
꽤나 의미 있는 하루였다.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고, 2019년 첫 번째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여행이었기에 마지막 밤을 보내는 마음에는 섭섭함보다는 시원함이 더 크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나는 이렇게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나 보낸다.
베트남 여행 명소 사파 깟깟 마을 트래킹
서른 번째 생일의 아침이 밝았다. 그 아침은 베트남 사파의 함종산에 올라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맞이했다.
이런 게 바로 여행하는 재미고 보람이다. 뜻하지 않게 접어든 길이긴 하지만 여행을 업으로 삼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시간을 돌려 퇴사 직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에 나는 여행을 업으로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둘 것이다.
하루를 시작한 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이르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출 하나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떨어댄 부산 덕분이다. 이미 하루의 반은 지나간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다.
산에서 내려와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쌀국수 하나를 시켰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맛이지만 그저 웃음만 나온다. 기분 좋게 일출도 봤고 등산도 했다. 갑자기 밀려드는 온기에 온몸은 녹아내릴 듯하다. 여기가 바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고 천국이다.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기분 좋게 연유커피도 한잔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연유 커피는 이날도 어김없이 맛있었다. 왜냐하면 연유 커피는 언제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 원두를 이용해서 내리는, 정신없이 쓴맛이 특징인 베트남 커피와 달달한 연유는 꽤나 잘 어울리는 영혼의 투톱이다.
식당에 지불한 돈은 음식값이 아니라 사실상 경치값이다. 사파에서는 어딜 가든 훌륭한 전망과 함께 아침을 즐길 수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네지만 벌써부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한숨 돌렸더니 정신이 돌아온다. 사정없이 후들거리던 다리에도 중심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런 나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계곡의 바닥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탐방을 이어나갈 것이다.
나는 지금 몽족이 살고 있는 깟깟마을을 탐험하러 가는 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느리게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 깟깟마을의 면면을 느린 걸음으로 마주할 생각이다.
슬리핑 버스에서 청한 잠은 생각보다는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운했을 리는 만무하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고 꽤나 긴 휴식까지 취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고 몸뚱아리가 언질을 계속 건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질러 본다. 올라올 때 지옥도가 펼쳐질 것도 너무나 빤히 보이는 미래지만 그것 역시도 나중의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꽤나 동물복지가 좋은 마을. 곳곳에 귀여운 동물들이 가득하다. 어딜 가나 여유롭게 퍼질러진 모습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결같이 게을러 보이고 하나같이 권태로우니, 지켜보는 내 마음에도 나도 모르는 여유가 깃든다.
댕댕이만 많은 것이 아니다. 돼지도 곳곳에 가득하다. 분명히 주인이 있을 것 같은데 어디로 도망갈 생각도 않고 먹을 것도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 꼬리가 신나게 돌아가는 걸로 미뤄봤을 때 이 녀석들은 이 동네 생활이 썩 만족스러운 듯하다.
10분 남짓 걸었을 것이다. 깟깟마을 매표소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2023년 기준 9만 동이다. 내가 갔을 때는 7만 동이었는데 그새 요금 현실화가 한 번 이뤄졌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 테지만 아직은 부담스럽지 않다. 한국돈으로는 여전히 5천 원도 안 하니 뜨내기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거마비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별로 큰 마을은 아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찬찬히 톺아봐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가볍게 운동화 끈을 조이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겨 보자. 자연을 벗한 소수민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도 어김없이 댕댕이가 살고 있다. 역시나 팔자가 좋고 귀엽다. 애교가 많아서 더 귀엽다. 동네 사람들이 정을 많이 주나 보다. 이 녀석은 사람만 보면 배부터 발라당 까기 바쁘다.
예쁘게 손 잡고 걷는 연인들도 많은 깟깟마을이다. 현지 연인들의 여행 성지 같은 곳이다.
무덥고 습한 베트남답지 않은 기후를 갖고 있는 데다가 이곳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다. 외국인 못지않게 베트남 사람들도 이국적인 정취를 많이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여행객 중에는 베트남 사람들도 꽤나 많다.
아마도 '사랑의 그네' 같은 이름이 붙은 녀석이 아닐까 싶다.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그네를 만났다.
깟깟마을에는 곳곳에 포토존이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몰린다 싶으면 그곳에는 여지없이 예쁜 풍경과 사진각이 나오는 볼거리가 자리한다. 하지만 이 그네는 이상하게 인적이 드물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렇게나 예쁜 그네를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나라도 셀카를 남길까 싶었지만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설치려니 영 어설프다. 아쉽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쳐야겠다.
영 불안한 모습으로 얽은 출렁다리가 등장했다. 깟깟마을의 명물, 깟깟다리다. 꺼우 깟깟.
다리를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적한 쉼터가 등장했다. 나무로 엮은 그네와도 재회했고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나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렇게나 좋은 풍광을 앞에 두고 즐기지 않는 건 여행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람의 끝이 가까웠다. 넓어진 강폭만큼 여유가 깃든 물줄기에는 여행자의 쉼표가 슬며시 자리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앉아만 있어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만면한다. 잊을 수 없는 장엄한 풍경,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토록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쉬지 않고 지저귀는 참새들과 휘익 스치는 바람, 마지막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자갈의 물결 따라 부딪히는 소리 '따악, 따아악'
여정의 마침표가 가까웠다. 이별이 왔음을 알리는 폭포 소리가 시원스럽지만 섭섭하다.
시원하게 쏟아진다. 비가 많이 오면 훨씬 더 우렁차게 내리꽂는다고 한다. 비가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꽤 웅장하게 쏟아지는 중이지만 이것보다 훨씬 볼 만한 모습도 있다고 하니 괜히 궁금해진다. 이미 운이 좋지만 조금 더 운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역시 해답은 사파를 한 번 더 오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봅시다.
신나게 즐겼으니 세금 낼 시간이 됐다. 제대로 잠을 못 잔 후유증까지 몰아서 밀려오는 듯하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숨도 거칠어진다. 이걸 언제 오르나 싶지만 역시나 방법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뻘뻘 땀을 흘리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밖에 없다.
숨 넘어가기 직전에 다 올라왔다. 땀 비엣. 다음에 또 만나요. 오늘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게 많습니다만 다음에는 좀 가볍게 오겠습니다.
너도 안녕.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갑자기 식은땀이 쏟아진다. 당이 떨어진 듯하다. 깟깟마을을 벗어나기 무섭게 과일주스 한 잔으로 떨어진 당을 채운다.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꾸벅꾸벅, 나도 모르게 졸았더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몸뚱아리가 가벼워졌다. 마음 편하게 하노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좋다.
모든 여정이 걷기의 연속이었다. 배가 너무 고픈데 찾아보는 것도 귀찮고, 눈앞에 보이는 식당에 대충 들어가서 '아무거나'와 다름없는 주문을 시전했다.
그렇게 마주한 반미는 여지없이 옳았다. 역시 베트남의 반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어도 옳다. 특이하게 계란 후라이가 들어가는데 고기와의 조합이 상당히 좋다. 베트남에서 먹은 모든 반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녀석 중 하나다. 또 먹고 싶다.
길었던 여정이 마침내 끝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 버스는 나를 하노이로 실어다 줄 것이다.
그 사이에 적지 않은 고생이 있었지만 생략됐다. 어찌 됐든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려 한다.
꽤나 의미 있는 하루였다.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고, 2019년 첫 번째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여행이었기에 마지막 밤을 보내는 마음에는 섭섭함보다는 시원함이 더 크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나는 이렇게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나 보낸다.
하노이 여행기 #.14 베트남 고속도로 휴게소 탐방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