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14 베트남 고속도로 휴게소 탐방 후기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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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고속도로가 있고 휴게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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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당연히 고속도로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당연하지 않다. 전 국토에 거미줄처럼 고속도로가 뻗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베트남은 고속도로의 수가 많지 않고 그 역사도 길지 않다. 상황이 이러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낮은 차량 보급률에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베트남 전역의 차량 보급률은 3.4%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평균인 2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도인 하노이가 그나마 10% 넘는 차량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12%로 역시나 세계 평균 아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속도로를 놓는다 한들 당장에 민간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베트남에 건설되고 있는 고속도로의 대부분이 화물 수요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내륙 지방의 산업 도시에서 생산한 제품을 항구로 실어나르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딱히 알 필요는 없는 사실이다. 베트남의 고속도로를 경험하려면 버스를 타는 것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버스를 타는 일은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나 역시도 베트남 출장을 그렇게나 많이 다녀봤지만 버스를 탄 적은 손에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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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딱히 소개를 할 필요가 없지만 굳이 끌고 와 봤다. 신기해서 가지고 왔다. 사실 나는 베트남 고속도로에 휴게소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다. 하노이에서 하이퐁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 휴게소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해였다. 베트남의 고속도로에도 휴게소, 당연히 있다.


사파 여행을 끝내고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 버스가 뜬금 없는 곳에 멈춰 섰다. 휴게소에 들른 것이다. 하지만 잠에 들었다가 이제 막 일어난 참이다. 칠흑같은 어둠 속 비몽사몽 간에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아무것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고 지금은 몇 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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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두 다리를 쉴 새 없이 혹사한 탓이다. 온몸이 녹아내릴 듯이 피로에 절었다. 만사가 귀찮고 밖을 쳐다보는 것조차 귀찮다. 하지만 궁금하다. 어차피 화장실도 가야 된다. 그래서 발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뭐가 있는지 구경이나 하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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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레 트인 공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겨울 걱정을 안 해도 돼서 가능한 구조인 듯하다. 우리처럼 추운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구조다.


꽁꽁 싸매는 걸로도 모자라서 중문을 만들고 사방에 온풍기까지 두르는 마당에 창문은 고사하고 벽체조차 없는 뻥 뚫린 공간이라니. 차라리 천막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희한한 구조의 건물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역시나 마트다. 뭘 팔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물이 다 떨어져서 물을 한 병 살 필요도 있었다.


꽤나 큰 규모와 잘 갖춰진 구색은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점원. 핸드폰을 꺼내 보니 이제 막 일곱 시를 지난 시간이다. 그런데 직원이 퇴근한 듯하다. 모든 것이 훌륭했지만 점원이 없었던 덕분에 나는 물을 사지 못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결말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라 당황스럽다.



황망한 마음을 추스리고 옆으로 걸음을 옮긴다. 식당이다. 꽤나 규모가 크다. 얼핏 봐도 낡은 의자와 식탁이 잔뜩 놓여 있다. 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은 덕분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나 넓은 공간을 유지할 이유도 없고, 그걸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VIP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 얼마나 높은 사람이 돼야지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일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슬쩍 둘러보고 올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 행색으로는 불순분자로 몰려서 공안한테 잡혀가지나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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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꽤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팔고 있다. 쌀국수나 분짜 같은 건 당연히 있고 핫팟 같은 것도 있다. 휴게소에서 먹는 핫팟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흥미롭다. 혹시 먹고 있는 사람이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기념품 가게인 듯하다. 아예 불을 꺼 놓고 진즉에 장사를 접었다. 이쯤 되니 불이라도 켜 놓고 있었던 편의점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슬쩍 둘러보니 오늘은 아예 문은 연 적이 없는 듯하다. 애초에 이용객의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평일에는 인건비도 안 나오니 그냥 문을 닫아버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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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있고 빵집도 있다. 하지만 여지없이 손님이 없다. 다시 한 번 인건비 걱정을 하게 된다. 이래서 직원들 월급이나 제대로 줄 수 있을까. 내가 할 걱정은 아니지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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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물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은 물을 사지 못했다. 마실거리가 있는 냉장고는 이거 하나가 전부였는데 안에 든 것은 몇 종류의 맥주와 약간의 과일 음료, 그리고 콜라가 전부다. 내가 마시고 싶은 건 그저 물 한 병이 전부일 뿐인데 이렇게나 만나기 힘들 줄이야. 아쉬운 대로 콜라 한 캔을 고르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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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화장실이다. 꽤나 크고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나중에 당황하지 마시라고 미리 알려드리자면 베트남의 휴게소 화장실은 돈을 받는다.


2019년 기준으로는 2천 동, 한국 돈으로는 단돈 백 원이었으니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짤짤이가 생긴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물론 늦게 가면 돈 받는 사람이 없다. 개꿀.



휴게소니깐 당연히 주유소도 있다. 하지만 불만 켜 놓았을 뿐, 사장님은 퇴근한 지 오래다.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 듯하다.


휴게소가 있다는 점은 놀라웠지만 구색만 갖추고 있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여행에는 더 많이 발전한 휴게소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화장실도 잘 썼고 콜라도 맛있었습니다. 다음 하노이 여행 때도 사파를 갈 생각이 있으니 다시 뵐 수 있겠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웃는 얼굴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