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기 #.1 이 시대의 '따거' 주윤발의 뿌리를 찾아서, 홍콩 람마섬 여행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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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숨겨진 여행 명소, '따거' 주윤발의 고향 람마섬. 



뻔하게 반복되는 홍콩 여행에 질린 분들을 위해서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홍콩에는 홍콩섬뿐만 아니라 여행하기 좋은 예쁜 섬이 많다.


센트럴에 있는 항구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겨 시간표를 훑어 보자. 생각보다 다양한 행선지에 놀라게 될 것이고 줄지어 배를 타는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행렬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옛날에 비해서 많이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홍콩의 '부속 도서'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땅이다. 오늘은 그런 홍콩의 부속 도서 중에서 유람 난이도가 가장 낮은 람마섬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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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IFC 앞에 있는 항구에서 람마섬으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구글 지도를 켜서 'central pier'를 검색하자. 접안 시설마다 번호가 있고 각각의 행선지가 있다.


람마섬과 홍콩섬 사이를 잇는 배는 Pier4에서 떠난다. 'Yung shue wan'과 'Sok kwu wan'이 쓰여진 간판을 따라가면 된다. 혹 'lamma island(람마 아일랜드)'가 없다고 당황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간판에 쓰여진 두 곳 행선지가 곧 람마섬이다. 둘 다 람마섬에 있는 항구의 이름이니깐 초행길인 분들은 Pier4에서 출발하는 아무 배나 타도 상관 없다.


요금은 상당히 저렴하다. Yung shue wan(용수완)으로 가는 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3천 원 남짓이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4천 원 정도 한다. Sok kwu wan(소쿠완)으로 가는 배는 각각 3천5백 원, 5천 원 남짓이다. 왕복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섬을 다녀올 수 있으니 가성비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혹시 홍콩 여행이 처음인 분들을 위해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홍콩 여행할 때는 반드시 옥토퍼스 카드를 지참하길 바란다.


사진 속 미니언이 들고 있는 카드인데 활용도 120%의 교통카드다. 지하철, 버스, 람마섬으로 가는 뱃삯은 물론이고 편의점과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도 쓸 수 있다. 사실상 외국인도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는 체크카드나 다름없다.


홍콩 공항 로비에서도 살 수 있으니깐 홍콩이 처음인 분들은 입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이 녀석부터 만들자. 두고두고 쓸 데가 많다. 나는 2013년에 발급 받은 녀석을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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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마1호 출항하겠습니다. 뿌아아아아아아앙아앙. 홍콩섬에서 배를 타고 20분에서 3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아마도 센트럴에서 갈 수 있는 섬 중에서는 제일 가깝다. 그런 만큼 배편도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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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천혜의 자연이 있는 람마섬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람마섬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인 용수완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할 일은 아주 명쾌하다. 산 넘고 바다 건너 남쪽에 있는 항구인 소쿠완까지 부지런히 걷고 또 걸을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람마섬이기 때문에 두 다리만 있으면 섬 전체를 유람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만가지 딴짓을 하면서 쉬엄쉬엄 유람해도 여기서 소쿠완까지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니깐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조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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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맛은 딱히 없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소담한 풍경이 람마섬의 매력이다. 시가지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형성된 상점가의 이곳저곳을 톺아보는 것도 즐겁고, 아무 가게에나 들러 맥주 한 잔을 걸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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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타향에서 만난 고향의 향기. 다시는 K-아이스깨끼를 무시하지 마라.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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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좁고 기름을 구하기도 힘든 데다가 대부분의 섬이 워낙에 작은 덕도 있다. 홍콩의 어느 섬을 가든지 자동차 구경은 쉽지 않다.


여기에서도 그랬고 청차우에서도, 펭차우에서도 그랬다. 앰뷸런스나 소방차 혹은 사진 속 작고 앙증맞은 운송용 '카트'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차를 본 적이 없다. 덕분에 도보 여행자는 꽤나 쾌적한 환경에서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소음이나 매연 공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교통사고의 염려도 없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람마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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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자연을 벗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소소한 즐길거리들이 이따금 나타나는 덕분에 람마섬 여행은 여정의 대부분이 즐거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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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거를 알현합니다. 람마섬은 이 시대의 '따거', 주윤발의 고향이다. 꽤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알려진 그지만 고향에 대한 애정이 굉장한 걸로 유명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여전히 고향 사랑이 남다르다. 과연 따거답다.


아직도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형님답게 고향에서도 소탈함은 다르지 않은 듯하다. 형님과 함께 찍은 사람들의 사진이 곳곳에 즐비하다. '이런 곳에도?' 싶을 정도로 온갖 곳에 형님의 사진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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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담하게 쏟아지는 볕이 매력적인 조용한 해변가에 닿았다. 발전소를 벗한 해변인데, 이 발전소는 날이 깨끗한 때면 빅토리아 피크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가까이에서 마주했을 때의 위압감은 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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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고도가 높아진다. 산을 하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까마득하게 솟은 발전소의 굴뚝이 어느새 발 아래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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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북쪽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바로 섬을 여행하는 재미다. 홍콩의 어느 섬을 가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청차우에서도, 펭차우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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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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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왔으면 어떻게든 비탈을 따라 해변가에 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중이다. 아쉽지만 본격적인 모험은 다음 기회에. 오늘은 남쪽 항구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게 먼저다.



북쪽 항구는 어느새 언덕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꽤나 깊게 패인 만을 따라 형성된 마을 하나가 우리 눈앞에 새롭게 나타났다. 오늘 여정의 종착지인 남쪽 항구 소쿠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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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의외로 멀다. 지금까지 걸어온 만큼을 걷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멀다. 가로질러 가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해안선을 따라서 둘러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만의 끝이 아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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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 이만저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걷는 수밖에 없다. 집에 가려면 어떻게든 소쿠완에 닿아야 하니 말이다.



마침내 여정의 끝이 보인다. 해산물 식당이 줄지어 선 거리의 끝에는 나를 홍콩섬으로 실어다 줄 배가 있는 소쿠완항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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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따거를 만났다.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따거가 있다. 누구보다 고향 사랑이 각별한 따거의 흔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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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착했다. 소쿠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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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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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바다 위로 잘게 흩어지는 오후의 볕이 잣는 창연한 풍경 아래에 유유히 흘러가는 화물선 한 척.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맥주 한 병만 얹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순간이다. 이 자체로도 이미 완벽한 듯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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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30분 남짓을 달려 우리의 여정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왔다.


홍콩에서 즐길거리가 더는 없다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본인이 걷는 것을 좋아한단면, 맛있는 해산물이 필요하다면 배를 타자. 홍콩의 부속 도서 여행은 언제나 옳지만 셋 중 하나에 해당된다면 조금 더 옳다고 느낄 것이다. 아, 주윤발 형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선택지가 없다. 무조건 람마섬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싣자.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람마섬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