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기 #.3 홍콩 여행 중에 만나 전기차 경주 대회, E-Prix 관람기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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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아니라 E-Prix, 뜻하지 않게 홍콩에서 만난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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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어느 봄날의 홍콩이었다. 조금씩 빗방울이 추적거리고 한기도 살짝 서린 그런 홍콩 말이다.


홍콩을 두고 그저 덥기만 한 동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곳의 3월은 의외로 춥다. 생각보다 추운 것이 아니라 그냥 춥다. 긴팔 없이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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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하루의 시작은 역시 따끈한 국물과 함께 열어야 한다. '막스 누들'이라는 곳에서 완탕면을 먹었다.


오뎅 국물에다가 완탕을 넣고 곤약면을 말아 놨다. 내 입맛에는 영 아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애매하다. 그 애매함의 근원은 면이다. 어째선지 고무줄을 씹는 느낌이다. 씹는 맛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데 입에 한가득 물고 있어도 희한하게 만족스러운 감이 없다. 양이라도 많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한 손으로도 품을 만한 그릇에 담긴 완탕면은 한 입 거리라고 말하기조차 애매한 수준이다.


내 생각에 밥으로 먹기보다는 술안주 삼기에 훨씬 좋은 음식이다. 면 없이 완탕만 있는 메뉴가 있는데 그 녀석에 소주 일병을 곁들이면 그게 바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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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탕면은 기대 이하였지만 이 녀석 덕분에 상처 받은 마음에 튼튼한 반창고가 붙었다. 오래전부터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했다고 하던데 나는 일곱 번째 홍콩 여행에서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청흥키(cheung hing kee)'라는 이름의 겉바속촉 튀김만두다.


별을 받은 건 아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만큼 맛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딤섬을 찐 다음에 아래 부분만 튀겨낸 음식인데, 한 입 베어 물면 만날 수 있는 육즙 욕조가 정말로 기가 맥히다.


이 녀석은 진짜다. 정말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살을 찌울 수 있다면 까짓거 쪄도 보람 있을 듯한 맛이다. 먹어도 먹어도 맛있고 꿈에도 나타날 만큼 맛있다. 돈도 많이 벌고 싶어지는 맛이다. 사랑해요 청흥키.



기쁜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점심으로 먹으려뎐 햄버거집이 망해 버렸다.


정말로 맛있는 케찹이 있는 햄버거집이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케찹만 따로 사서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을 정도였다. 케찹뿐 아니라 불맛 그득한 패티가 얹어진 수제버거도 무척 훌륭해서 정말로 좋아했던 집이었다.


하지만 식약처의 철퇴 한 방에 으깨졌다. 내용을 유심히 읽어 보니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탓이다. 두 번째 실사에서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이건 뭐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게 아니라서 슬퍼하기도 애매하다. 뭐 이런 희한한 퇴장이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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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대로 씹은 쉑쉑버거의 감자튀김은 여지없이 옳았다. 언제나처럼 밀크쉐이크와 함께 말이다.


밀크쉐이크에 찍는 감자튀김, 처음에는 뭐 이런 얼빠진 조합이 다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얼빠진 건 나라는 인간이었다. 이 정신 나간 조합을 생각해낸 사람은 돈 벌 자격이 있다. 이미 많이 버셨겠지만 앞으로 더 많이 버세요. 저도 많이 벌어서 부지런히 갖다 바치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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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본론 시작. 부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들기며 IFC를 배회하던 중이었다. 애플 매장 안에 사람들이 빼곡하다.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에 별 생각 없이 지나치려는데 어째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유리창에 붙어 있던 것이다.


괜히 궁금하다. 군중심리에 이끌려 나도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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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지만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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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겠습니까 달리러 왔지.


대학 다닐 때 나의 룸메이트 중에는 F1 덕후가 한 명 있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딱히 관심 가진 적은 없지만 룸메이트의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것 덕분에 조금이나마 그 바닥의 생리를 알게 됐다.


F1 경기는 하루 만에 뚝딱 열리는 것이 아니다. 제 아무리 평생 차만 모는 프로들이라고 해도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도 익혀야 하고 노면 상태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동네의 기후에도 적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있기 며칠 전부터 F1 경기가 열리는 코스 인근은 연습 주행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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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보다 진심으로 달리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것이 포뮬러E라는 이름의 행사라는 것을 알아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큼지막한 메인 배너에서는 홍콩 대회의 개최를 알리고 있다. 3월 10일에 열린단다.


??? 오늘이 3월 10일인데.


아. 본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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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를 뒤따르는 머신의 행렬. 서행하는 중이라서 모든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헤일로가 달린 머신의 생김새는 F1 머신에 비하면 조금 더 둔한 느낌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속도는 상당히 빠른데 희한하게 조용하다. 역시 애플 매장이라서 통유리마저도 좋은 걸 쓰는구나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전기차구나.



조금 더 현장감을 느끼면서 구경하고 싶어졌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하지만 여지없이 조용하다. 인위적으로 만든 배기음이 울려퍼지긴 하지만 웅장한 느낌은 하나도 없다. 허공을 가늘게 가로지르는 모터 소리는 차라리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가슴을 뛰게 하는 엔진음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건 차라리 귓전을 간지럽히는 모기의 엥엥거림에 가깝다.


웅장한 배기음의 부재가 주는 심심함은 어쩔 수 없지만 전기차만의 장점도 있다. 코너를 돌자마자 뛰쳐나가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낮은 RPM 구간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월한 토크를 가지는 전기차의 특성 덕분이다.


어쩌다 보니 코너링이 필요한 구간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전기차만의 색다른 매력을 원없이 즐길 수 있었다. 총알처럼 튀어나간다는 말도 모자란 듯하고, 그야말로 빛처럼 사라진다. 제로백을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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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구경 많이 했다.


아마도 E-Prix 2018-19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논란의 장면 중 하나를 마주하기 직전이다. 사고 바로 직전 랩에 찍은 사진이었을 것이다. 사건은 이 구도가 그대로 지속된 채 한 바퀴를 더 주행한 시점에 발생했다. 뒤에 달리는 차가 앞에 있는 차를 찔렀다. 앞차의 타이어가 터져 버렸고, 1등으로 달리던 황금색 머신은 그대로 꼴지로 내려앉고 말았다.


실격을 시켜야 하니 마니 말이 많았지만 경기의 일부로 인정이 됐다.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완주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경기가 이어졌다면 이변 없이 포디움에 올랐을 황금색 머신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머신들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뱉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제의 사고 장면이다. 화질이 시원찮아서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황금색 머신의 오른쪽 타이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피슈욱.



그는 더이상 없어. 결국 황금색 머신의 뒤를 쫓던 검정색 머신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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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서 즐거웠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서 재미가 두 배였다. 뜻하지 않게 만났지만 오히려 좋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또 만나게 되겠지요. 즐거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Formula E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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