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15 원조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를 찾아서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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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카스테라의 고장, 대만 단수이 여행



타이페이에서의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간밤에 머릿속을 번뜩 스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대왕 카스테라. 대빵 큰 카스테라가 먹고 싶어졌다. 나는 그렇게 단수이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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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라고 쓰여진 박스를 품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지나간 과거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왕 카스테라다.


정말 인기가 많앗다.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매장에는 언제나 줄이 있었다. 그래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줄 서는 걸 죽어라 싫어하는 나는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생각하며 매번 무심하게 지나쳤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쩌다 보니 나는 단수이 카스테라의 마수걸이를 정말로 원조가 있는 동네에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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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에서 아주 가깝지만 타이페이는 아니다. 행정구역 상 신베이시에 자리한 동네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하철로 환승 한 번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동네라는 게 중요할 뿐, 무슨 간판이 붙었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한자를 읽어 보니 '담수', 민물을 의미하는 담수가 쓰여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그 뜻이 맞다. 하지만 이 동네는 바다를 벗하고 있다. 대체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싶어서 내막을 알아보니 강의 하구에 위치한 지리적 배경 때문이었다. 민물과 바다가 합쳐지는 동네라서 담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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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고 싶다면 단수이로 오면 된다. 타이페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바다가 있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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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있는 곳에 이들이 없을 리 없다. 평일이었지만 물가에 늘어선 강태공들은 오늘도 하세월을 낚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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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동네다. 바닷물은 전기가 조금 더 잘 통하는데 괜찮으려나.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에는 어떡하려고 여기다가 가로등을 세워 놨을까.



일을 안 하는 녀석이겠지 싶었지만 전깃줄이 달려 있다. 꽤나 뜬금없이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아무리 봐도 현역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


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배가 고팠기에 대왕 카스테라를 파는 가게로 직행했지만 빵이 나오기 전이었다. 너무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댔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부둣가로 돌아와 사진을 찍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한가롭게 늘어졌다.


역시 노는 게 최고다. 아무리 놀아도 언제나 노는 게 제일 좋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게로 돌아왔더니 갓 나온 카스테라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대빵 큰 카스테라를 원 없이 먹어 보는 게 소원이라서 되도록 가장 큰 걸 시키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 녀석 커도 너무 크다. 반으로 자른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그 녀석마저도 너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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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주했다. 원조 입장. 찐 원조가 입장했다.


한 박스에 2,500원짜리 카스테라다. 큰 건 한 박스에 4,500원이다. 다양한 맛이 있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녀석으로 골랐다.



살짝 작아 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실제로 보면 엄청나게 크다. 작은 놈이었지만 내 손바닥보다 훨씬 컸다.


두께도 상당해서 아무리 먹어도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맛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남들이 별맛 없다고 하길래 딱히 기대한 적은 없는데 딱 그만큼의 맛을 가지고 있다. 이따금 계란 껍질이 씹히고 아주 부드러운 카스테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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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양이 많았다. 끼니를 해결하려고 밥도 안 먹고 먹은 카스테라였는데 다 못 먹었다. 3분의 1을 남긴 시점이 되니깐 내가 일을 하는 건지 밥을 먹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곁들이던 버블티까지 떨어지고 나니 도무지 입으로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넣으면 넣을수록 식도에서는 병목 현상이 과해지고 정체도 심해지는 느낌이다. 결국은 다 못 먹고 남기고 말았다. 쓰레기통을 찾아서 남은 카스테라를 버리고 동네를 둘러보니 배가 한 대 들어오고 있다. 이 녀석은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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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를 기다리는 동안에 배표를 미리 사놨다. 배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반대편을 향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쪼그마한 녀석이 상당히 거칠었다. 홍콩의 스타페리처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다. 레이싱카를 연상시키는 속도와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한 승차감은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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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봐도 재밌는 게 많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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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동네다. 바다로 향하는 끄트머리에 자리한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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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만 하나 있었으면 그대로 낮잠을 즐겼을텐데 아쉽다.


이곳저곳을 둘러본 결과 이 동네에서 가장 망중한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바로 옆에는 나무로 엮은 2층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에는 의자도 있다. 그늘도 좋고 바람도 서늘하니 조심스레 벽에 머리를 기대는 순간 30분 정도 삭제하는 건 일도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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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평화로운,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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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만 개에 달하는 리뷰수에 빛나는 오징어 튀김 가게가 이 거리에 있다.


오징어 튀김이 아니라 사약을 팔고 있어도 궁금해서 한 번은 먹어볼 것 같은 엄청난 인기. 하지만 나는 배가 너무 부르다. 맛이라도 볼까 싶었지만 너무 더워서 과일주스까지 밀어 넣은 직후였다.


걸음은 엉거주춤하고, 쉴 새 없이 물소리가 찰랑대는 배에서는 그만 좀 처먹으라고 비명이 요란하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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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기 위한 배를 기다렸다.


표를 살 때 편도로 끊어 버려서 돌아갈 때는 고생을 좀 했다. 타이페이까지 걸어갈까 생각까지 했지만 다행히 표 파는 곳을 찾았고, 가까스로 배를 타고 돌아갈 수 있었다.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단수이가 가지는 의미는 조금 더 유난할지도 모르겠다. 대만 영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인 주걸륜과 계륜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 단수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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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걸륜의 모교에서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하야 '담강중학'. 덕분에 주걸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순례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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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 주말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내가 단수이를 찾은 때는 하필 평일이었다. 그래서 들어가지 못했다. 평일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상당히 번거롭다. 그러니깐 마음 편하게 주말에 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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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번 더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 다음에는 반드시 주말에 와서 담강중학의 면면을 톺아보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 동네를 즐겨봐야겠다. 배가 너무 불러서 먹지 못했던 오징어 튀김도 먹어야 한다. 할 게 많다. 다음 타이페이 여행에서는 가장 먼저 단수이부터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