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19 화롄을 떠나 타이페이로 가는 기차 여행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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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부 해안 기차 여행, 화롄에서 타이페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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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롄의 첫 번째 아침이자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대만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밀크티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열어 본다. 열심히 흔들고 있는 이 녀석은 상상 이상으로 비싼 밀크티다. 아마도 대만 일주를 하는 동안에 가장 비싸게 주고 마신 밀크티였다. 기본 밀크티도 비싼데 여기다가 타피오카까지 추가했다.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호사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호기롭게 질렀다.


하지만 망했다. 맛있어지라고 주문까지 외우고 타피오카까지 추가했지만 하나도 달지 않다. 타이난 역에서 먹었던 비싼 밀크티가 떠올랐다. 그 녀석도 화롄의 밀크티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비쌌고, 비슷한 이유로 망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만의 비싼 음료는 대체로 건강한 맛이 난다. 그래서 나와 맞지 않다. 나는 이렇게 몸에 좋아질 것 같은 맛을 원한 게 아니었다. 건강을 챙기고 싶어서 버블티를 마시는 게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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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롄역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라서 여유가 많다. 조금만 무리하면 왠지 타이루거 협곡을 갔다올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타협하고 말았다. 마지막 날인데 혹시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전적으로 나만 손해 아니겠는가. 그냥 안전하게 기차를 타고 타이페이로 돌아가기로 한다.



긴 시간 함께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느긋하게 즐기러 오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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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로 돌아갈 시간이다. 어쩌다 보니 구간차에 몸을 싣게 됐다. 지하철 같이 생겼지만 엄연하게 기차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올 때는 세 시간이 걸렸지만 이 녀석으로는 네 시간 반이 걸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몸을 실은 이유는 그나마 깨끗한 열차이기 때문이다. 딱히 편할 리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참기 힘든 화장실 냄새가 나지 않는 열차는 이 녀석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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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시간이 되었다. 안녕히 계세요 화롄.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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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이 열차가 멈추는 순간, 나의 여정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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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만 해도 날이 흐렸다. 오늘도 예쁜 바다 구경은 물 건너갔구나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앉아 있었는데 어느 틈에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대만의 동부 해안가를 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너무 행복했다. 떠나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대만에서 나에게 주는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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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역마다 다채로운 표정을 가지고 있다. 긴 여정이지만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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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할 때마다 내렸다. 그리고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면 왠지 오래도록 후회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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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차 여행은 꼭 해 보자. 특히 동부. 아니 무조건 동부. 진짜 대만을 만나고 싶다면 대만 동부 해안 기차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참고로 대만에도 우리나라의 '내일로'와 비슷한 열차 패스가 있다. TR 패스라고 부르는데 일정 기간 동안 고속철도를 제외한 대만의 모든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기차 여행을 조금 더 편하게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TR 패스와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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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의 연속이라니. 대체로 아름다운 볼거리가 많은 대만이지만 대만의 동부 해안은 기차여행으로 즐길 때 가장 아름답다.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난다. 그리움이 반,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남기고 온 아쉬움이 반이다. 다음에는 타이페이로 들어가서 대만의 동부만을 조금 더 진득하니 즐기고 오고 싶다. 그때는 대만 동쪽의 가장 아래, 타이동보다 아래인 컨딩까지 가서 물놀이도 하고 옥산에 올라 장엄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도 마주하고 싶다.


남기고 온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올 정도로 짧은 시간 만에 정이 많이 들어 버린 대만이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익숙한 표지가 나를 반긴다.


마침내 어제 떠나온 루이팡과 재회했다. 불과 하루 전에 떠나온 루이팡인데 이렇게나 반가울 일인가 싶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맺힌다. 여기서부터 타이페이는 불과 45km가 떨어져 있다. 정말로 끝이 가까웠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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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마음 담아 루이팡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즐거웠습니다. 또 만납시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올 때는 지우펀에서 끝내지 않고 남은 근방의 여행지들을 모조리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즐기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간차를 타는 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한 번은 몰라서 했는데 두 번은 절대로 못 하겠다.


살짝 진절머리 날 정도로 멀다. 구간차라서 자리를 혼자 넓게 쓰는 건 좋지만 그걸 제외한 모든 게 단점이다. 구간을 이동할 때만 타라고 구간차인 듯하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이 녀석은 무조건 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쯤 마침내 돌아왔다. 간만에 뵙습니다 타이페이 선생님.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상가로 내려가서 저녁을 먹었다. 김밥천국 비슷하게 생긴 가게에 들어가서 국수 한 그릇과 조개 비스무리한 게 들어간 국과 반찬 하나를 시켰다. 맛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딱히 기억은 안 난다. 아주 맛있지도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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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별이 빛나는 자리에서 술 한 잔과 함께 떠나가는 밤을 축하했다. 이 밤이 지나면 마침내 이별이다. 마지막 밤이 떠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