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와 중화민국, 타이페이 여행 명소 중정기념당
한 개인의 공과를 평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을 적에는 말 할 필요가 없고 과거의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도 무조건 객관적인 잣대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때때로 변화한다. 아무리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 역사라지만 언제나 진실만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을 떼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 놈이 타국의 역사를 두고 배 내놔라 감 내놔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에게는 중국의 자존을 위해 투쟁했던 영웅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동족을 핍박한 학살자일 뿐이다. 쑨원의 사후 국민당의 당수가 되었다. 내막이야 어찌됐든 간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최초의 외국인이다. 그가 결심한 국부천대는 타이완섬에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휘날리게 만들었다.
대만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이야기다. 나는 지금 그를 만나기 위해 중정기념당으로 향하는 중이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역이 자리한 위치가 상당히 훌륭한 덕분이다. 어디에서 출발을 하든 지하철 환승을 두 번 이상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중정기념당에 도착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정기념당'이다.
왜 이렇게 강조하냐면 국립국부기념관이랑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쑨원의 업적을 기리는 국립국부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설마 이런 걸 헷갈리나 싶겠지만 생각보다 흔한 경우다. 당장에 나도 첫 방문 때는 잘못 찾아갈 뻔했고 말이다.
'국부기념관'에는 쑨원이 있고, '중정기념당'에는 장제스가 있다. 헷갈리면 안 된다.
중정기념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유광장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음악당과 극장, 중정기념당이 자리한다. 둥그런 문이 다섯 개나 있는 사진 속 건물은 '패방'이라고 부르는 중국 전통 양식의 문이다. 현판에는 '자유광장'이 새겨져 있다. 최초에는 '대중지정'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었지만 장제스에 대한 시선이 미묘해진 뒤로 자유광장으로 바꿔 걸었다.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당과 극장은 밤의 색채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대만의 전통 양식에 따라 지었다고 하는데 조선의 단청과 기와를 닮은 듯하다.
꽤나 기품 넘치고 고풍스러운 공간의 면면 덕분에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음악당의 계단 아래에는 버블티의 원조로 잘 알려진 춘수당이 자리하고 있다. 타이중에 있는 원조를 경험할 시간이 마땅찮다면 아쉬운 대로 중정기념당의 춘수당이라도 즐겨볼 수 있도록 하자.
광장 주변 탐방이 끝났으면 중정기념당을 즐길 차례다.
낮과 밤의 모습이 꽤나 다른 중정기념당이다. 내부 관람은 오후 6시까지만 허락되므로 밤에는 입면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내부를 제대로 톺아보기 위해서는 낮에 오는 것이 옳지만 위엄 넘치는 중정기념당의 면모는 어스름이 찾아온 이후에나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중정기념당으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무려 8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장제스를 만나러 가는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때가 아마 2019년이었는데, 여자친구랑 같이 계단을 오르던 중에 재미난 일을 겪었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여자친구가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뭐 재밌는 게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보냐고 물어 봤더니 꽤나 유명한 커플 유튜버가 방금 우리 옆을 지나쳤단다. 당시에는 나도 구독자 5,500명을 가진 나름 열심히 하는 유튜버였는데 나 따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꼬라서 서럽다. 서러워서 살겠나.
89계단의 정상에 올라 뒤를 돌면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파트 7층 남짓 되는 높이까지 올라왔으니 결코 낮은 게 아니지만 워낙에 웅장한 광장이다. 거리와 높이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는 모든 게 하찮아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밤이라서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처마 아래에 걸린 현판에는 세로로 길게 '중정기념당'이라 쓰여 있다.
별로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있는 곳에서 현판까지만 해도 아파트 10층은 족히 넘는 높이다. 재밌는 공간이다. 모든 게 거대하다 보니 감각이 전방위적으로 무뎌지게 된다.
개방은 오후 6시까지만 한다.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휴일은 없으니 아무 때나 찾아도 된다. 꽤나 단촐한 구조를 한 공간이다. 둥그런 천장이 아주 높게 뻗었으며 그 아래에는 장제스의 동상이 있다. 양쪽으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서 있다. 벽면에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윤리, 민주, 과학이 쓰여 있다. 장제스가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세 가지 원칙이다.
이 공간의 면면을 제대로 톺아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조만간 철거될지도 모르는 운명이다. 2021년 9월, 대만의 행정부는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장제스의 동상 철거를 역점 과제로 삼은 중정기념당의 개조 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대만 민심의 향배에 따라 중정기념당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민진당의 집권이 계속된다면 중정기념당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매시 정각마다 교대하는 근위병들의 모습도 지나간 과거의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빠릿하게 각잡힌 군인들이 장제스 동상으로 향하는 모습은 꽤나 위엄이 넘친다.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게 되는데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순식간에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중국어라서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해설도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볼 만하니깐 시간을 잘 맞춰서 구경해 볼 수 있도록 하자.
퇴근하겠습니다. 집에 갑니다. 여러분도 집에 가십시오. 문 닫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중정기념당 1층에는 장제스의 인생을 톺아보는 전시실도 있다. 나는 중정기념당을 두 번이나 찾았지만 그런 게 있는 줄 몰라서 가본 적이 없다. 그저 무지의 소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어쨌든 중정기념당은 여기까지다. 적당히 늦은 오후에 찾아와서 근위병 교대식도 구경하고 장제스 전시실을 둘러보자. 지근거리에서 밥을 먹고 난 다음 밤이 되길 기다릴 겸 산책도 할 겸 자유광장을 걷다가 완전히 어스름이 찾아온 중정기념당의 위엄을 즐기고 나면 아주 깔끔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밤이 깊었네에에 방황하며 춤을 추는 부울빛드을.
우물쭈물하다가는 늦는다. 없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발걸음하자. 중정기념당이라는 이름마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니깐 말이다.
장제스와 중화민국, 타이페이 여행 명소 중정기념당
한 개인의 공과를 평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을 적에는 말 할 필요가 없고 과거의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도 무조건 객관적인 잣대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때때로 변화한다. 아무리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 역사라지만 언제나 진실만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을 떼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 놈이 타국의 역사를 두고 배 내놔라 감 내놔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에게는 중국의 자존을 위해 투쟁했던 영웅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동족을 핍박한 학살자일 뿐이다. 쑨원의 사후 국민당의 당수가 되었다. 내막이야 어찌됐든 간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최초의 외국인이다. 그가 결심한 국부천대는 타이완섬에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휘날리게 만들었다.
대만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이야기다. 나는 지금 그를 만나기 위해 중정기념당으로 향하는 중이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역이 자리한 위치가 상당히 훌륭한 덕분이다. 어디에서 출발을 하든 지하철 환승을 두 번 이상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중정기념당에 도착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정기념당'이다.
왜 이렇게 강조하냐면 국립국부기념관이랑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쑨원의 업적을 기리는 국립국부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설마 이런 걸 헷갈리나 싶겠지만 생각보다 흔한 경우다. 당장에 나도 첫 방문 때는 잘못 찾아갈 뻔했고 말이다.
'국부기념관'에는 쑨원이 있고, '중정기념당'에는 장제스가 있다. 헷갈리면 안 된다.
중정기념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유광장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음악당과 극장, 중정기념당이 자리한다. 둥그런 문이 다섯 개나 있는 사진 속 건물은 '패방'이라고 부르는 중국 전통 양식의 문이다. 현판에는 '자유광장'이 새겨져 있다. 최초에는 '대중지정'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었지만 장제스에 대한 시선이 미묘해진 뒤로 자유광장으로 바꿔 걸었다.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당과 극장은 밤의 색채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대만의 전통 양식에 따라 지었다고 하는데 조선의 단청과 기와를 닮은 듯하다.
꽤나 기품 넘치고 고풍스러운 공간의 면면 덕분에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음악당의 계단 아래에는 버블티의 원조로 잘 알려진 춘수당이 자리하고 있다. 타이중에 있는 원조를 경험할 시간이 마땅찮다면 아쉬운 대로 중정기념당의 춘수당이라도 즐겨볼 수 있도록 하자.
광장 주변 탐방이 끝났으면 중정기념당을 즐길 차례다.
낮과 밤의 모습이 꽤나 다른 중정기념당이다. 내부 관람은 오후 6시까지만 허락되므로 밤에는 입면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내부를 제대로 톺아보기 위해서는 낮에 오는 것이 옳지만 위엄 넘치는 중정기념당의 면모는 어스름이 찾아온 이후에나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중정기념당으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무려 8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장제스를 만나러 가는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때가 아마 2019년이었는데, 여자친구랑 같이 계단을 오르던 중에 재미난 일을 겪었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여자친구가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뭐 재밌는 게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보냐고 물어 봤더니 꽤나 유명한 커플 유튜버가 방금 우리 옆을 지나쳤단다. 당시에는 나도 구독자 5,500명을 가진 나름 열심히 하는 유튜버였는데 나 따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꼬라서 서럽다. 서러워서 살겠나.
89계단의 정상에 올라 뒤를 돌면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파트 7층 남짓 되는 높이까지 올라왔으니 결코 낮은 게 아니지만 워낙에 웅장한 광장이다. 거리와 높이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는 모든 게 하찮아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밤이라서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처마 아래에 걸린 현판에는 세로로 길게 '중정기념당'이라 쓰여 있다.
별로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있는 곳에서 현판까지만 해도 아파트 10층은 족히 넘는 높이다. 재밌는 공간이다. 모든 게 거대하다 보니 감각이 전방위적으로 무뎌지게 된다.
개방은 오후 6시까지만 한다.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휴일은 없으니 아무 때나 찾아도 된다. 꽤나 단촐한 구조를 한 공간이다. 둥그런 천장이 아주 높게 뻗었으며 그 아래에는 장제스의 동상이 있다. 양쪽으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서 있다. 벽면에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윤리, 민주, 과학이 쓰여 있다. 장제스가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세 가지 원칙이다.
이 공간의 면면을 제대로 톺아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조만간 철거될지도 모르는 운명이다. 2021년 9월, 대만의 행정부는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장제스의 동상 철거를 역점 과제로 삼은 중정기념당의 개조 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대만 민심의 향배에 따라 중정기념당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민진당의 집권이 계속된다면 중정기념당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매시 정각마다 교대하는 근위병들의 모습도 지나간 과거의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빠릿하게 각잡힌 군인들이 장제스 동상으로 향하는 모습은 꽤나 위엄이 넘친다.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게 되는데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순식간에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중국어라서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해설도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볼 만하니깐 시간을 잘 맞춰서 구경해 볼 수 있도록 하자.
퇴근하겠습니다. 집에 갑니다. 여러분도 집에 가십시오. 문 닫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중정기념당 1층에는 장제스의 인생을 톺아보는 전시실도 있다. 나는 중정기념당을 두 번이나 찾았지만 그런 게 있는 줄 몰라서 가본 적이 없다. 그저 무지의 소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어쨌든 중정기념당은 여기까지다. 적당히 늦은 오후에 찾아와서 근위병 교대식도 구경하고 장제스 전시실을 둘러보자. 지근거리에서 밥을 먹고 난 다음 밤이 되길 기다릴 겸 산책도 할 겸 자유광장을 걷다가 완전히 어스름이 찾아온 중정기념당의 위엄을 즐기고 나면 아주 깔끔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밤이 깊었네에에 방황하며 춤을 추는 부울빛드을.
우물쭈물하다가는 늦는다. 없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발걸음하자. 중정기념당이라는 이름마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니깐 말이다.
대만 여행 필수 명소, 대만 야시장 탐방기 (가오슝, 타이중 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