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10월은 돼야 나올 것 같았던 가방이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다. 흔히들 대목이라고 부르는 8월 휴가철에 맞춰서 판매를 개시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야 했다.
목표로 잡은 펀딩 시작일은 7월 6일. 약 20일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가방이 예쁘게 보일만한 사진을 찍어야하고, 소개하는 동영상도 촬영해야 했다. 마지막 샘플이 나오기 전부터 조금씩 준비한 소개 페이지가 있었다는 것만이 소소하게 위안할 만한 일이었다. 파워포인트로 대충 만들어서는 그대로 포토샵에 옮긴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PPT에서 편집한 것을 포토샵에 옮기는 조악한 수준의 상세 페이지였다.
이 구도의 사진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직도 무척 아쉽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매우 명백했다. 딱 두가지만 해결하면 됐다.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아이폰만큼 멋드러진 상세 페이지를 완성하는 것과 누가 봐도 사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인 동영상을 만드는 것. 이제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는 사실 따위는 더이상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었다.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의 미적 감각에 대한 견고한 불신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고향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예쁜 사진은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참으로 큰 고민거리였는데, 다행히 친구의 대학 동문 중 한 분이 사진작가로 계셨기에 그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이 되었다.
동영상 촬영은 더더욱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방의 태동기를 함께 했던 나의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전문적으로 영상 촬영을 하지는 않는 친구들이었으나, 모두들 영화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기에 나보다는 훨씬 잘 찍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믿어야 했다. 다행히 한 명의 친구가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나를 도와주었다.
Incase - EO Travel Roller. 그냥 만들어진 동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한 개 밖에 없는 가방. 따로 촬영해야 하는 사진과 동영상, 거기에 더해 상세 페이지 제작과 동영상 편집까지 해야 하는 상황. 펀딩을 시작하기 전까지 남은 주말은 단 두 번.
나로 하여금 동영상 촬영은 물론 온갖 동영상 편집 툴까지 다룰 수 있게 만들어 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다면 쉽사리 뛰어들지 못했을 지옥과도 같았던 20일. 짧았지만, 결코 짧지 않았던 여정의 서막이 이제 막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여담이지만, 너무나 아쉬워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원래 상세 페이지의 대문에는 위에 보이는 것처럼 가방을 멘 채로 비행기를 마주 보고 서있는 나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싣고 싶었다. 동영상이 찍힌 날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미 가방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구도이다. 인천공항 옆 하늘공원의 전망대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 혼자서 세 시간동안 온갖 고군분투 끝에 얻어낸 것이라 아직도 원본 동영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만큼 그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바로 아래에 벽돌을 하나 괴어놓고는, 몇 발자국 앞에 작은 돌맹이로 내가 서 있을 곳을 표시해두었다. 'Easy Lapse'라는 타입랩스 영상을 만드는 어플을 이용해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동영상 촬영을 눌러놓고는 표시한 곳으로 달려가기를 수십번 반복한 끝에 얻어낸 사진인데, 정작 내 가방이 나오고 나서 저 사진을 찍으러 간 날에는 비행기가 반대 방향에서 착륙을 하는 바람에 영상을 찍어볼 시도 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도 너무나 아쉬운데, 언젠가는 지금의 가방을 메고 저 사진을 반드시 찍고야 말 것이다. (라고 말은 했는데, 아직도 못찍고 있습니다.)
숙제
10월은 돼야 나올 것 같았던 가방이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다. 흔히들 대목이라고 부르는 8월 휴가철에 맞춰서 판매를 개시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야 했다.
목표로 잡은 펀딩 시작일은 7월 6일. 약 20일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가방이 예쁘게 보일만한 사진을 찍어야하고, 소개하는 동영상도 촬영해야 했다. 마지막 샘플이 나오기 전부터 조금씩 준비한 소개 페이지가 있었다는 것만이 소소하게 위안할 만한 일이었다. 파워포인트로 대충 만들어서는 그대로 포토샵에 옮긴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PPT에서 편집한 것을 포토샵에 옮기는 조악한 수준의 상세 페이지였다.
이 구도의 사진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직도 무척 아쉽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매우 명백했다. 딱 두가지만 해결하면 됐다.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아이폰만큼 멋드러진 상세 페이지를 완성하는 것과 누가 봐도 사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인 동영상을 만드는 것. 이제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는 사실 따위는 더이상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었다.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의 미적 감각에 대한 견고한 불신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고향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예쁜 사진은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참으로 큰 고민거리였는데, 다행히 친구의 대학 동문 중 한 분이 사진작가로 계셨기에 그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이 되었다.
동영상 촬영은 더더욱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방의 태동기를 함께 했던 나의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전문적으로 영상 촬영을 하지는 않는 친구들이었으나, 모두들 영화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기에 나보다는 훨씬 잘 찍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믿어야 했다. 다행히 한 명의 친구가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나를 도와주었다.
Incase - EO Travel Roller. 그냥 만들어진 동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한 개 밖에 없는 가방. 따로 촬영해야 하는 사진과 동영상, 거기에 더해 상세 페이지 제작과 동영상 편집까지 해야 하는 상황. 펀딩을 시작하기 전까지 남은 주말은 단 두 번.
나로 하여금 동영상 촬영은 물론 온갖 동영상 편집 툴까지 다룰 수 있게 만들어 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다면 쉽사리 뛰어들지 못했을 지옥과도 같았던 20일. 짧았지만, 결코 짧지 않았던 여정의 서막이 이제 막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여담이지만, 너무나 아쉬워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원래 상세 페이지의 대문에는 위에 보이는 것처럼 가방을 멘 채로 비행기를 마주 보고 서있는 나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싣고 싶었다. 동영상이 찍힌 날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미 가방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구도이다. 인천공항 옆 하늘공원의 전망대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 혼자서 세 시간동안 온갖 고군분투 끝에 얻어낸 것이라 아직도 원본 동영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만큼 그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바로 아래에 벽돌을 하나 괴어놓고는, 몇 발자국 앞에 작은 돌맹이로 내가 서 있을 곳을 표시해두었다. 'Easy Lapse'라는 타입랩스 영상을 만드는 어플을 이용해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동영상 촬영을 눌러놓고는 표시한 곳으로 달려가기를 수십번 반복한 끝에 얻어낸 사진인데, 정작 내 가방이 나오고 나서 저 사진을 찍으러 간 날에는 비행기가 반대 방향에서 착륙을 하는 바람에 영상을 찍어볼 시도 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도 너무나 아쉬운데, 언젠가는 지금의 가방을 메고 저 사진을 반드시 찍고야 말 것이다. (라고 말은 했는데, 아직도 못찍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