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홍콩의 여행 명소를 탐방해 보자

셋째 날 아침은 전날 밤에 산 쿠키 한 조각과 함께다.
베이크하우스에서 에그타르트를 사려다가 마지 못해 집어든 녀석인데 엄청나게 맛있다. 엄마는 한 입을 물자마자 아빠 갖다 줘야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은 오트밀 어쩌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베이크하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에그타르트라고 하지만 쿠키도 그에 못지 않게 잘 굽는다. 개인적으로는 쿠키를 조금 더 잘 굽는 듯하다.
여담이긴 한데 홍콩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는 KFC에 있다. 아니, 있었다. 이제는 홍콩 KFC에서 더 이상 에그타르트를 팔지 않는다. 다섯 군데 넘는 KFC를 돌아다녀 봤지만 에그타르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없어진 게 맞는 듯하다. 그나마 먹을 만한 게 에그타르트뿐이었는데 그걸 없애다니. 앞으로 장사할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맑은 하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의 익숙한 후덥지근함이 돌아왔다는 것 정도일까.
익숙한 홍콩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일다가도 미적지근하게 몸뚱아리를 스치는 바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린다. 여름 같은 홍콩의 가을이 돌아오고 말았다.

오늘의 여정도 어제와 같이 홍콩섬에서 시작한다. 다만 어제처럼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쉬어 가는 날이다. 트램에 올라 길섶에 놓인 것을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한다.

홍콩만큼 입체적인 도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가진 땅을 모조리 합쳐도 서울의 1.6배 남짓밖에 되지 않는 홍콩이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 7백 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그나마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서울의 1.6배, 실제로 사람이 살 만한 땅은 3분의 1도 되지 않으니 체감되는 부산함은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겹겹이 쌓았다. 건물도 높이 쌓고 버스도 높이 쌓았다. 트램마저 2층으로 쌓았다.

한참을 유유자적했다. 전날 동생과 함께 치열한 토론 끝에 합의에 이른 딤섬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는 홍콩섬 서쪽의 상업지구 셩완, 우리 가족은 딤섬스퀘어에서 맛있는 아침을 열어볼 참이다.

지금까지는 나의 빅데이터만을 활용했지만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홍콩 여행이 처음인 가족들에게는 당연히 초면이다. 나 역시도 초면이다. 생소하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지만 이 동네에서는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진 맛집이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문에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그런 덕분에 무사히 돼지고기 창펀을 영접했다.
엄마와 동생에게서 '뭐 이런 맛이 다 있노'라는 극한의 감탄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성공, 승리감으로 고취된 나의 얼굴에 미소가 만면한다.
한국에서도 꽤나 흔한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홍콩의 맛을 비슷하게라도 재현하는 집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잠실, 고속터미널역의 딤딤섬에서도 실패했고 삼성역에 있는 팀호완에서도 실패했다. 이 돼지고기 창펀은 오직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이다.

언제나 믿고 먹는 홍콩 딤섬, 오늘도 여지없이 훌륭하다.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길을 나선다. 트램에 다시 몸을 싣고는 한참을 유유자적했다. 그 느린 여정은 센트럴 어귀에서 멎었고, 우리는 청차우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항구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 경험에 따르면 이틀 남짓 홍콩을 즐기고 나면 슬슬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워낙에 갈 만한 곳이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마주하는 것마다 비슷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3일 넘게 홍콩을 여행한다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탐험을 떠나는 게 좋다. 청차우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우리 가족처럼 말이다.

쾌속선을 타고 40분 남짓 남쪽으로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홍콩 사람들의 가장 친숙하고 오랜 벗이다. 청차우 말고도 나와 여자친구가 가장 사랑하는 섬인 펭차우, 주윤발의 고향인 람마섬이 있다. 하지만 그 유명세는 청차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크지 않은 섬이라서 걸어서 유람하기 좋고 맛있는 해산물 식당이 차고 넘친다. 아름다운 해변은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로 사방에 차고 넘치니,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운 도심 속의 놀이터다.


35분 남짓을 부지런히 달렸다. 쾌속선은 선착장에 닻을 내린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한결같다. 맥도날드의 간판을 마주하고 있으니 청차우에 당도했음이 비로소 실감 난다.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참으로 반갑습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신 없이 북적거린다. 어째 예전보다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듯하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 섬의 유명세가 외국인들에게도 미치기 시작했나 보다.

좁은 골목을 헤치며 길섶의 풍경을 느긋하게 즐긴다. 그렇게 유유자적하던 발걸음이 어느 틈에 선착장 반대편의 해변가에 닿았다.

역시나 한결같으시네요. 다시 만나 눈물 나게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걷다 보니 땀이 줄줄 흐른다. 과일차 몇 잔을 시키고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앙증맞은 앰뷸런스 한 대가 우리 곁을 스쳐 간다. 이 섬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동차 중 하나다.
소방차나 앰뷸런스를 제외하고는 만날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 우리는 그 중 한 대를 만난 것이다. 소방차는 조금 더 귀엽게 생겼는데 다행히 오늘은 개점휴업 중인가 보다.

한숨을 돌리고 다시금 걸음을 이어간다. 야트막한 언덕에 올랐다. 청차우의 고즈넉한 시가지가 한눈에 담기는 언덕이다.
언제 만나도 좋은 청차우, 날씨까지 맑으니 더할 나위 없다. 생각해 보니 맑은 날에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족과 함께하니 하늘도 우리를 살펴 주시는 구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침내 입이 즐거울 시간이 되었다. 이른 저녁을 위해서 청차우의 명물,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것을 즐길 수 있다. 인원 수마다 정해진 요리의 개수가 있으며, 그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시킬 수 있는 구조다. 청차우에 걸음한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필수적으로 시켜야 하는 것들이 몇 있다. 굴전 역시 그중 하나다. 싱싱하고 실하며, 엄청나게 황홀하다. 언제 먹어도 옳다.
사진으로만 봐도 다시금 미소가 번진다. 얼마나 맛있게요.

흠 잡을 데가 없다. 단 한 가지, 맥주가 조금 밍밍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어차피 나는 술을 끊은 지 오래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집이다. 마이쪙.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청차우는 여기까지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호이 호이.

부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들기며 배에 몸을 싣는다. 이번에는 주변 풍경을 유람하기 좋게 쾌속선 아닌 녀석과 함께다.

수면 위로 찬연하게 쏟아지는 늦은 오후의 볕을 벗하며 항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가슴이 벅찬 풍경이다. 다시 만나 참 좋네요. 행복합니다.

나는 며칠이 더 남았지만 엄마와 동생에게는 마지막 밤이다. 결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여정의 마지막은 엄마가 원하는 곳에서 장식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걸음한 이곳은 뜻밖에도 어느 대학 캠퍼스를 벗하고 있는 지하철역이다.
여자친구가 나온 대학교를 유람하기로 했다. 나도 여자친구도 마지막으로 걸음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한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재회하게 되었다.

홍콩 중문대의 곳곳을 톺아보며 지난 추억을 돌이킨다.

여자친구가 살던 기숙사 앞에서 슬그머니 걸음이 멎었다. 지난 추억들이 머릿속을 소록소록 스쳐 간다. 아련하게 미소가 번진다. 꽤나 훌륭한 여정의 마지막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가족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가는 중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홍콩의 여행 명소를 탐방해 보자
셋째 날 아침은 전날 밤에 산 쿠키 한 조각과 함께다.
베이크하우스에서 에그타르트를 사려다가 마지 못해 집어든 녀석인데 엄청나게 맛있다. 엄마는 한 입을 물자마자 아빠 갖다 줘야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은 오트밀 어쩌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베이크하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에그타르트라고 하지만 쿠키도 그에 못지 않게 잘 굽는다. 개인적으로는 쿠키를 조금 더 잘 굽는 듯하다.
여담이긴 한데 홍콩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는 KFC에 있다. 아니, 있었다. 이제는 홍콩 KFC에서 더 이상 에그타르트를 팔지 않는다. 다섯 군데 넘는 KFC를 돌아다녀 봤지만 에그타르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없어진 게 맞는 듯하다. 그나마 먹을 만한 게 에그타르트뿐이었는데 그걸 없애다니. 앞으로 장사할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맑은 하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의 익숙한 후덥지근함이 돌아왔다는 것 정도일까.
익숙한 홍콩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일다가도 미적지근하게 몸뚱아리를 스치는 바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린다. 여름 같은 홍콩의 가을이 돌아오고 말았다.
오늘의 여정도 어제와 같이 홍콩섬에서 시작한다. 다만 어제처럼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쉬어 가는 날이다. 트램에 올라 길섶에 놓인 것을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한다.
홍콩만큼 입체적인 도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가진 땅을 모조리 합쳐도 서울의 1.6배 남짓밖에 되지 않는 홍콩이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 7백 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그나마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서울의 1.6배, 실제로 사람이 살 만한 땅은 3분의 1도 되지 않으니 체감되는 부산함은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겹겹이 쌓았다. 건물도 높이 쌓고 버스도 높이 쌓았다. 트램마저 2층으로 쌓았다.
한참을 유유자적했다. 전날 동생과 함께 치열한 토론 끝에 합의에 이른 딤섬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는 홍콩섬 서쪽의 상업지구 셩완, 우리 가족은 딤섬스퀘어에서 맛있는 아침을 열어볼 참이다.
지금까지는 나의 빅데이터만을 활용했지만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홍콩 여행이 처음인 가족들에게는 당연히 초면이다. 나 역시도 초면이다. 생소하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지만 이 동네에서는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진 맛집이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문에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그런 덕분에 무사히 돼지고기 창펀을 영접했다.
엄마와 동생에게서 '뭐 이런 맛이 다 있노'라는 극한의 감탄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성공, 승리감으로 고취된 나의 얼굴에 미소가 만면한다.
한국에서도 꽤나 흔한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홍콩의 맛을 비슷하게라도 재현하는 집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잠실, 고속터미널역의 딤딤섬에서도 실패했고 삼성역에 있는 팀호완에서도 실패했다. 이 돼지고기 창펀은 오직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이다.
언제나 믿고 먹는 홍콩 딤섬, 오늘도 여지없이 훌륭하다.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길을 나선다. 트램에 다시 몸을 싣고는 한참을 유유자적했다. 그 느린 여정은 센트럴 어귀에서 멎었고, 우리는 청차우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항구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 경험에 따르면 이틀 남짓 홍콩을 즐기고 나면 슬슬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워낙에 갈 만한 곳이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마주하는 것마다 비슷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3일 넘게 홍콩을 여행한다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탐험을 떠나는 게 좋다. 청차우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우리 가족처럼 말이다.
쾌속선을 타고 40분 남짓 남쪽으로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홍콩 사람들의 가장 친숙하고 오랜 벗이다. 청차우 말고도 나와 여자친구가 가장 사랑하는 섬인 펭차우, 주윤발의 고향인 람마섬이 있다. 하지만 그 유명세는 청차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크지 않은 섬이라서 걸어서 유람하기 좋고 맛있는 해산물 식당이 차고 넘친다. 아름다운 해변은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로 사방에 차고 넘치니,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운 도심 속의 놀이터다.
35분 남짓을 부지런히 달렸다. 쾌속선은 선착장에 닻을 내린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한결같다. 맥도날드의 간판을 마주하고 있으니 청차우에 당도했음이 비로소 실감 난다.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참으로 반갑습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신 없이 북적거린다. 어째 예전보다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듯하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 섬의 유명세가 외국인들에게도 미치기 시작했나 보다.
좁은 골목을 헤치며 길섶의 풍경을 느긋하게 즐긴다. 그렇게 유유자적하던 발걸음이 어느 틈에 선착장 반대편의 해변가에 닿았다.
역시나 한결같으시네요. 다시 만나 눈물 나게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걷다 보니 땀이 줄줄 흐른다. 과일차 몇 잔을 시키고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앙증맞은 앰뷸런스 한 대가 우리 곁을 스쳐 간다. 이 섬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동차 중 하나다.
소방차나 앰뷸런스를 제외하고는 만날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 우리는 그 중 한 대를 만난 것이다. 소방차는 조금 더 귀엽게 생겼는데 다행히 오늘은 개점휴업 중인가 보다.
한숨을 돌리고 다시금 걸음을 이어간다. 야트막한 언덕에 올랐다. 청차우의 고즈넉한 시가지가 한눈에 담기는 언덕이다.
언제 만나도 좋은 청차우, 날씨까지 맑으니 더할 나위 없다. 생각해 보니 맑은 날에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족과 함께하니 하늘도 우리를 살펴 주시는 구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침내 입이 즐거울 시간이 되었다. 이른 저녁을 위해서 청차우의 명물,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것을 즐길 수 있다. 인원 수마다 정해진 요리의 개수가 있으며, 그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시킬 수 있는 구조다. 청차우에 걸음한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필수적으로 시켜야 하는 것들이 몇 있다. 굴전 역시 그중 하나다. 싱싱하고 실하며, 엄청나게 황홀하다. 언제 먹어도 옳다.
사진으로만 봐도 다시금 미소가 번진다. 얼마나 맛있게요.
흠 잡을 데가 없다. 단 한 가지, 맥주가 조금 밍밍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어차피 나는 술을 끊은 지 오래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집이다. 마이쪙.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청차우는 여기까지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호이 호이.
부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들기며 배에 몸을 싣는다. 이번에는 주변 풍경을 유람하기 좋게 쾌속선 아닌 녀석과 함께다.
수면 위로 찬연하게 쏟아지는 늦은 오후의 볕을 벗하며 항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가슴이 벅찬 풍경이다. 다시 만나 참 좋네요. 행복합니다.
나는 며칠이 더 남았지만 엄마와 동생에게는 마지막 밤이다. 결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여정의 마지막은 엄마가 원하는 곳에서 장식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걸음한 이곳은 뜻밖에도 어느 대학 캠퍼스를 벗하고 있는 지하철역이다.
여자친구가 나온 대학교를 유람하기로 했다. 나도 여자친구도 마지막으로 걸음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한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재회하게 되었다.
홍콩 중문대의 곳곳을 톺아보며 지난 추억을 돌이킨다.
여자친구가 살던 기숙사 앞에서 슬그머니 걸음이 멎었다. 지난 추억들이 머릿속을 소록소록 스쳐 간다. 아련하게 미소가 번진다. 꽤나 훌륭한 여정의 마지막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가족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