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성 중 하나, 구마모토성 탐방기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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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성 중 하나, 구마모토성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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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에 왔다. 가고시마와 함께 큐슈의 중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다. 인구는 75만 명 남짓이다. 우리에게 별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많이 익숙한 동네다. 아니, 익숙할 수밖에 없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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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마스코트 하나 잘 만들어서 인생역전한 구마모토다. 정말로 마스코트 하나 잘 만들어서 인생역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선 닿는 곳마다 온통 쿠마몬 천지다.


희멀건하고 땡그란 눈에 찍힌 조그마한 까만 점 두 개와, 시선을 강탈하는 강렬한 원색의 연지곤지와, 개뼈다귀를 닮은 듯한 노란 리본의 조화. 도무지 근본이라고는 없어 보이지만 지자체 마스코트의 신화이자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쿠마몬이 벽에도 붙어 있고 나무에도 걸려 있고 상가 천장에도 잔뜩 걸려 있다. 원조를 마주하니 구마모토에 왔다는 게 제대로 실감이 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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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멀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돈까스 프랜차이즈인 마츠노야에 들러서 점심을 해결했다.


단돈 6천 원의 행복. 이렇게나 두툼하고 잡내 없이 고소한 돈까스가 단돈 6천 원이라니. 이런 가게가 집 앞에 있으면 맨날 갈텐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맛과 가격을 가진 돈까스집이 동네에 여럿 있었기에 아련함과 아쉬움이 유난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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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었으니 구마모토성 구경을 하러 갈 시간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선봉이었던 가토 기요마사가 성주로 있었던 성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의 3대 성이라고 불리운다.


아무것도 모르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400년도 훨씬 더 된 과거의 일이라서 앙금이나 감정이 생길 건덕지는 딱히 없지만 어쨌든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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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성이라길래 해자도 엄청나게 거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넓지 않고 깊지 않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혹시 괜히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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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본격적인 탐방의 시작과 동시에 나의 생각을 바로 잡는 풍경의 연속이다.


크기 순으로 나열해서 3대 성이라고 줄 세운 건 아닐테지만 구마모토성은 굉장히 거대하다. 어찌나 크던지 생각보다 소담했던 해자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모든 게 크다. 사진 속 전각은 천수각인 줄 알았지만 성벽 끄트머리에 붙은 방어용 망루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성의 시작점까지는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 그 거대한 규모 탓일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탐방을 시작한 탓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잠시 헤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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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성에 도착했는데 뭔가 어수선하다. 무슨 행사가 있는지 경계가 삼엄하다. 울타리도 치고 곳곳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도 잔뜩 붙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이런 날에 발걸음하게 되었다.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서 온 건데 운도 지지리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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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뭔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성벽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당장에 손을 쓸 방도가 없어서 방치한 듯한 모습에는 황망함마저 느껴진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게 쩍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박살나지 않은 곳이 드물다. 폭격이라도 맞았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풍경의 연속이다. 영문을 모르고 멀뚱히 쓰러진 잔해를 바라보다가 지난 시간 속 사건 하나가 머릿속을 번뜩였다.


구마모토 대지진. 2016년에 일어난 구마모토 대지진의 후유증임이 분명하다. 학교 다닐 적 내가 과외했던 녀석 중 하나가 직접 겪었던 지진이기도 하다. 구마모토 바로 옆이긴 하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오이타에서도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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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옆동네조차도 박살이 났는데 진앙지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완전히 복원을 마치려면 2037년은 되어야 한다지만 이론적으로나 그렇다. 언제까지 완료할 수 있을지 사실상 기약이 없다고 한다. 전방위적으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반나마 새로 짓는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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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새로 짓고 있는 이 녀석은 과거의 건물과 동일하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천수각은 2021년에 복구 공사를 끝냈다고 한다. 그때부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은 아마도 멀끔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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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처참한 광경을 마주하는 감상이 유쾌하지는 않다. 무사히 잘 복원하길 바랍니다. 잊고 지내다가 2037년에 뉴스로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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