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를 대표하는 고구마 소주 양조장, '사쓰마 무소 쿠라'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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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가고시마 최대 규모의 소주 양조장, 사쓰마 무소 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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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에는 소주 양조장이 참 많다. 무려 천 군데가 넘게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소주 산지다. 가고시마시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한 소주 가이드북이 있을 정도로 이 동네는 소주를 많이 빚는다. 오늘은 가이드북의 가장 상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명실상부 가고시마의 대표 소주 양조장인 '사쓰마 무소 쿠라'에 발걸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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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은근히 멀고 험하지만 양조장에 도착했다. 예쁘지는 않지만 정보 전달력 하나는 최고인 간판이 나를 반긴다. 누가 봐도 술 만드는 공장이다.


듣도 보도 못한 곳에 은둔하는 장인들의 양조장에 비하면 접근성이 좋지만 아주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양조장은 산업 단지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술 좋아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올 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산도 하나 넘어야 한다. 높지는 않지만 당황스럽다. 술 한 잔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진정한 술꾼은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아무렇지 않게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백 년 넘는 역사를 가진,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양조장이 즐비한 가운데에 비교적 업력이 짧은 양조장이다. 1966년에 설립됐으니 이제 막 60년을 향하는 중이다. 하지만 부족한 역사를 보충할 이곳만의 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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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거대함. 규모가 아주 본격적이다. 가내수공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대부분의 영세 양조장과는 다르다. 가고시마에서는 손에 꼽게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고시마 소주를 전국으로 유통하기 위해서 지역 양조장들이 연합한 것이 사쓰마 무소의 시작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 뭉쳤으니 이 정도 덩치는 돼야 함이 마땅하다.



술 익는 냄새가 나는 듯해서 현기증이 날 것 같지만 거두절미하고 시음장으로 달리면 지나치게 없어 보인다. 잠시 점잔 빼는 척을 하면서 양조장 곳곳을 대충 둘러본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은지 오래다. 열심히 톺아보진 않았고 둘러보는 척만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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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통유리로 된 공장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공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술 마시러 왔지 빚는 모습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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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했으면 됐다. 마침내 오늘의 본론이 등장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엄청난 수의 소주를 즐길 수 있다. 무려 150종이 넘는 소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술을 원하는 만큼 언제까지고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도 열린 문을 지나 한 걸음 딛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향긋한 술냄새가 만발하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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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벌써부터 신난다. 이 모든 술이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술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는 안주도 마음껏 시식할 수 있다.


주류 면세 한도만 없으면 박스에다가 온갖 소주를 잔뜩 실어다가 한국으로 갈텐데, 한 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면세 기준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술이 있고 정말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셨다. 마신 양은 쥐꼬리만큼이지만 쌓은 잔의 수가 서른 개가 넘는다. 소주 반 병은 족히 넘는 만큼의 술을 마신 듯하다. 얼굴이 불덩이처럼 빨갛게 익더니 온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정신없이 흥이 올라 주체하기 힘들 지경이 되었지만 거기까지다. 한 발짝 더 나가면 그때부터는 민폐가 될 것이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사쓰마 무소 블랙 라벨 한 병과 주전부리 삼을 생선포 한 봉지를 사서 집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망했다. 이렇게 독하고 맛이 없는 술이었나. 양조장에서 마실 때에는 이렇게 맛 없지 않았는데. 웬만해서는 술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반도 못 마시고 버렸다.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양조장에서 홀짝인 술들을 생각하며 이불에 몸뚱아리를 파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