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의 아름다운 정원, 센간엔 탐방기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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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정원의 정수, 가고시마 여행 명소 센간엔. 



'일본식 정원'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의 정원 가꾸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있는 집안 사람들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유희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줄세우기 좋아하는 일본답게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서 각잡고 꾸민 정원이 곳곳에 즐비하다. 가고시마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살짝 북쪽으로 벗어난, 대중교통으로는 은근히 접근이 불편한 일본식 정원 '센간엔'은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다.


입장료가 상당히 비싸다. 영주의 별장까지 구경할 수 있는 풀 패키지는 무려 1,300엔이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돈을 아끼겠다고 천 엔짜리를 끊는 불상사는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 왜 이렇게 확신하냐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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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름답게 잘 꾸민 정원이다. 18,000평 남짓한 부지에 집을 짓고 자갈을 깐 다음 나무와 잔디, 꽃을 심었다. 가고시마를 지배하던 19대 영주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동네의 역사를 곰곰이 따져 보니 무려 350년도 더 된 일이다. 정확하게는 1658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일족의 멸문 이후에도 재주 좋게 파괴되지 않고 살아 남았다. 덕분에 우리는 단돈 천 엔으로 일본식 정원의 정수를 마주할 수 있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고작 2만 평도 안 되는 부지에 자리한 정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정도다. 장하다 센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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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정말로 아름다운 정원이다.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아름다움이다.


이날은 무려 가고시마현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공식 블로그가 알려준 '센간엔의 벚꽃이 만개하는 날'이었다. 꽃이 빨리 떨어질 것 같으면 재깍재깍 예측을 다시 하고 블로그에도 반영해야 하는데 블로그 관리자가 무책임하게 글 하나 쓰고 놀기만 했다. 덕분에 나는 만개한 벚꽃의 흔적만을 즐겨야 했다. 이럴 거면 유튜브에 CCTV 라이브라도 켜놓으라 이 말이야.


여러모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 정원이다. 아버지는 아주 오랜 세월 야생화와 나무를 키워 오셨다. 지천에 꽃과 나무가 가득한 이곳의 아름다움은 누구보다 아버지가 가장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1,300엔짜리 표를 끊은 게 아니라서 저택을 갈 수도 없고 꽃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닐 것 같아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가 뒷산으로 향하는 들머리를 발견했다.


정원 구경만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꽃구경을 말아 먹었으니 어떻게든 보상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안내도를 보니 센간엔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향하는 길이다. 이 길의 끝에 볼 만한 풍경이 있다면 오늘의 수모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 갑자기 시작된 등산이 달갑진 않지만 방법이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오르는 수밖에.


몽둥이처럼 생긴 튼실한 지팡이가 준비되어 있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정상까지 한달음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전속전진이다.


과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0분 남짓을 오른 듯하다. 입이 쩍 벌어질 만큼 기가 맥힌 풍경이 나의 눈앞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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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라도 없었으면 너무나 슬플 뻔했다. 천만 다행으로 눈물나게 수려한 풍경을 마주했다. 연기가 소복하게 피어오르는 사쿠라지마의 시원스런 자태를 벗하며 푸른 바다의 고즈넉함을 만끽했다.


최대한 땀을 내지 않으려고 거북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지만 흐르는 땀을 막지는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로 훌륭한 보상이 따른다면 그 정도의 고생은 백 번 천 번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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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여러분도 센간엔으로 오세요. 이토록 훌륭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센간엔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볼 게 많은 정원입니다.


가고시마 여행 총정리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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