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4 코이카 단원이 안내하는 탄자니아 중학교 탐방기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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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학교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의 호스트 양반은 적어도 이바닥에서만큼은 유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얼마 없는 동양인인 탓도 있을 테다. 하지만 본인 성격부터가 모난 데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워낙 좋아한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아침 댓바람부터 소셜 네트워킹에 바쁜 호스트 양반이다. 지금은 분명히 출근길인데 실없이 주고받는 농담이 끝날 생각을 않는다. 이 양반아 학교 가자 학교. 출근해야지.



살짝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양반 조금만 노력하면 동네 이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분도 걸리지 않는다. 사실상 바로 앞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호스트의 끝날 줄 모르는 소셜 네트워킹 덕분에 우리는 20분 넘는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낸 후에야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다마스라고 하기에는 살짝 크고 봉고라고 하기에는 미묘하게 작다. 므완자 주민들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 수단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공공의 운송 수단이 아니다. 이렇게 영업하는 봉고차의 대부분은 개인의 소유라고 들었다.


살짝 당황스럽지만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속에 나름의 질서가 있다. 사소한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만 대체로 큰 문제 없이 시민들의 발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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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남짓을 달려 도착했다. 여기는 호스트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동네다. '락 시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므완자답게 곳곳에 깎아지른 암벽이 가득하다. 하지만 인간은 강하다. 이렇게 날카로운 절벽 위에도 집을 짓고 사람이 산다.



민트색 비닐쪼가리를 걸친 독수리 삼형제가 나타났다. 이들은 천진난만한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호스트에게 혹시 제자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밝은 인사를 건네는 녀석들이라니. 참 인사성 밝고 착한 친구들이다. 그 마음 변치 말고 오래도록 만수무강하려무나.



일순간 만인의 시선이 쏠려서 당황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른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 무리가 이들의 눈에는 신기했나 보다. 하필 조회 시간이랑 겹쳐서 민망한 일을 당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오늘이 방학이란다. 어째 아침부터 말도 안 되는 여유를 부리더니 이유가 있는 게으름이었다.



방학이라서 기분이 좋은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선생님들도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인사를 주고 받기 바쁘다. 나와 큰형은 시원찮은 언어 능력으로 말미암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서 나름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어쩌다 보니 선생님들과 사진도 찍게 되었다. 의도했던 건 전혀 아닌데 정신을 차려 보니 선생님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보통 인싸력이 아니다. 나도 어울리는 걸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분들 앞에서는 비빌 깜냥이 아니다.


현실을 깨닫고는 정신을 다잡는다. 다소곳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미소 짓는다. 선생님들의 함박 웃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다.



포켓몬 배틀이 벌어지듯이 학교 NPC와의 조우가 계속 이어진다. 이번에는 최종 보스를 만났다.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상당히 젊고 꽤나 세련됐다. 호스트의 말로는 굉장히 능력 있는 교장선생님이다. 영어가 엄청나게 유창하셨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다시 한번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모든 퀘스트가 끝났다. 마침내 본격적인 학교 탐방이 시작되었다. 학교의 근간은 학생이고 학생의 보금자리는 교실이다.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당연히 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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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긴 했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교실이다. 호스트의 말에 따르면 탄자니아 전역을 통틀어도 꽤나 괜찮은 수준의 학교라고 했다.



호스트 양반은 이 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본인의 영역인 과학실로 우리를 안내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동료 과학 선생님이 문을 잠그고 이미 퇴근해 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 우리의 호스트는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어처구니없게도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열쇠를 찾지 못한 탓이다.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과학실의 면면을 죄수가 된 심정으로 아련하게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단촐하긴 했지만 의외로 있을 건 다 있는 과학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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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 무성하게 널브러진 암릉을 마주하며 떠나가는 오전의 망중한을 소담하게 즐긴다.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여유야말로 여행의 놓칠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배가 고프다. 뒷마당에 있는 매점에 들러 차 한 잔과 주전부리 한 점의 여유를 갖기로 한다.



학생도 이용하고 선생님도 이용하는 매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선생님들이 계신데 학생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 호스트는 보통은 그렇지 않다고 애써 강변하지만 정말 그럴까. 묘하게 웃음 한 번을 지으며 식탁 위에 놓인 접시로 시선을 옮긴다.


레몬그라스로 달달하게 맛을 낸 차 한 잔에 적당히 쫀득한 전병 한 점을 곁들였다. 달달한 것에 달달한 것이 만나니 매우 달달하다. 달달한 것은 언제나 옳다. 행복하다.



선생님들과 함께 신명 나는 퇴근길. 비가 살짝 내리지만 집에 가는 길이라 그런 것 따위 아랑곳 않는다. 코이카 단원으로 일하는 호스트 양반의 일터 탐방은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얼른 시내로 돌아가서 빅토리아 호수를 즐겨야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탄자니아 여행은 별로 한 게 없는데도 이미 즐겁다. 앞으로는 얼마나 즐거울까. 기대로 한껏 부푼 마음을 기분 좋게 안은 채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