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선 타고 유람해 본 빅토리아 호수
점심을 먹자마자 다시 부산을 떨었다.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할 일은 차고 넘치고 하루는 길지 않다. 이번 여행 호스트는 지금까지 수많은 친구들을 탄자니아로 초대하고 대접해 왔다. 그렇게 놀며 즐기며 쌓인 실전 경험은 그를 세상 누구보다 훌륭한 탄자니아 여행 가이드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중이다. 상당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계산된 일정이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이 쉴 틈 없고 여유 부릴 틈도 없다.
여행 자체가 휴식이다. 우리에게 쉰다는 건 사치일 뿐이다. 밥 먹으면서 쉬었으니 곧바로 다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빅토리아 호수를 건너는 배를 타기로 했다.
경운기보다 조금 더 시끄럽게 탈탈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출발을 알린다. 우리는 지금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이름을 딴 비스마르크 록을 지나는 중이다. 대체 뭐 때문에 비스마르크 록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한참을 고민했다. 사람을 닮은 것 같지도 않고 비스마르크와 연관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돌덩어리 하나를 두고 한참의 소모적인 공방이 이어졌다.
우리끼리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구글신의 힘을 빌었다. 그 결과 이 바위에는 비스마르크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함에 따라 동상은 철거되었지만 이름은 남았다. 이 녀석의 이름이 지금까지도 비스마르크 록인 이유다.
남한 땅의 70%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게 큰 유역 면적을 가진 빅토리아 호수다. KTX를 타고 달려도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빅토리아 호수를 이토록 느린 배를 타고 건너려고 한다. 우린 과연 괜찮은 걸까. 아무리 생각 없이 따라다니고 있다지만 가만 보니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고 배 위에 올랐다.
호스트에게 물었다. 어디 가냐고. 구글 지도를 꺼내더니 반대편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좌표를 옮겨 간다. 빅토리아 호수의 복잡한 해안가 끄트머리에 무수하게 자리한 좁은 만, 그 중 하나의 반대편으로 배는 향하는 중이다.
우리도 거의 똑같이 생긴 배 위에 몸을 싣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봤다 싶더니 소양호 유람선을 똑 닮았다. 차를 주차하는 공간만 없애면 영락없는 소양호 유람선이다.
완전히 똑같이 생긴 배는 우도 갈 때 타본 적이 있다. 차도 싣고 사람도 싣는 배였는데 2007년에 자전거 일주할 때 그 녀석을 타고 우도로 건너갔다. 그 날은 파도가 높았다.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영겁처럼 느껴졌다. 바이킹처럼 배가 흔들거리는데 쉽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여간한 게 아니었나 보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호수를 상상하겠는가. 아무리 보고 또 보고, 다시 봐도 바다를 닮았다. 그렇기 때문에 빅토리아 호수를 벗한 나라들에게 수운 교통은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존재다. 특히나 물류가 이동하는 데에 호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을 달렸다. 마침내 우리의 도착지가 가까워 온다. 30분 남짓 털털대는 소리를 들었다. 멍한 걸 넘어서 이명이 들리는 것 같다. 이쯤 되니 내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빨리 내려주세요 흑흑.
마침내 도착.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최대로 확대해서 찍은 사진이지만 더 이상 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올 때도 긴 시간을 달렸으니 갈 때도 그만큼 고난의 시간이 기다릴 것이다. 아직 배에서 내리기도 전인데 벌써 마음이 무겁다. 한 거라고는 갑판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수다를 떤 게 전부였지만 쉽지 않다.
배가 닻을 내리자마자 썰물이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쏟아졌다. 사람이고 버스고 할 것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느긋하게 배에서 내려 동네를 유람하려는데 뜬금없이 사건이 터졌다. 아무런 맥락 없이 묘한 전운이 우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한 마리의 새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비롯된 갈등이다. '건강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흔하디 흔한 새 한 마리를 담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댄 것부터 사건은 시작한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라고 했다. 정작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지만 형들은 화가 많이 났다.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로 따지고 들기 시작한다.
스와힐리어를 할 줄 모르는 나와 큰형은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는 것만 눈치챌 뿐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짧게나마 욕도 몇 마디 했다는 걸 보면 상당히 심하게 언쟁을 한 듯하다. 너무나 갑작스레 생겨난 분쟁 탓에 기분이 짜게 식었다. 한 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아서 곧바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기로 한다.
뜬금없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여행 호스트가 일하는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만났다. 조금 전에 방학식이 끝났는데 그새 하교하고 빈둥거리고 있었나 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안녕히 계세요. 언짢았지만 어쨌든 잘 놀고 갑니다. 다음에는 좋은 기억만 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연락선 타고 유람해 본 빅토리아 호수
점심을 먹자마자 다시 부산을 떨었다.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할 일은 차고 넘치고 하루는 길지 않다. 이번 여행 호스트는 지금까지 수많은 친구들을 탄자니아로 초대하고 대접해 왔다. 그렇게 놀며 즐기며 쌓인 실전 경험은 그를 세상 누구보다 훌륭한 탄자니아 여행 가이드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중이다. 상당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계산된 일정이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이 쉴 틈 없고 여유 부릴 틈도 없다.
여행 자체가 휴식이다. 우리에게 쉰다는 건 사치일 뿐이다. 밥 먹으면서 쉬었으니 곧바로 다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빅토리아 호수를 건너는 배를 타기로 했다.
경운기보다 조금 더 시끄럽게 탈탈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출발을 알린다. 우리는 지금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이름을 딴 비스마르크 록을 지나는 중이다. 대체 뭐 때문에 비스마르크 록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한참을 고민했다. 사람을 닮은 것 같지도 않고 비스마르크와 연관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돌덩어리 하나를 두고 한참의 소모적인 공방이 이어졌다.
우리끼리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구글신의 힘을 빌었다. 그 결과 이 바위에는 비스마르크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함에 따라 동상은 철거되었지만 이름은 남았다. 이 녀석의 이름이 지금까지도 비스마르크 록인 이유다.
남한 땅의 70%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게 큰 유역 면적을 가진 빅토리아 호수다. KTX를 타고 달려도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빅토리아 호수를 이토록 느린 배를 타고 건너려고 한다. 우린 과연 괜찮은 걸까. 아무리 생각 없이 따라다니고 있다지만 가만 보니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고 배 위에 올랐다.
호스트에게 물었다. 어디 가냐고. 구글 지도를 꺼내더니 반대편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좌표를 옮겨 간다. 빅토리아 호수의 복잡한 해안가 끄트머리에 무수하게 자리한 좁은 만, 그 중 하나의 반대편으로 배는 향하는 중이다.
우리도 거의 똑같이 생긴 배 위에 몸을 싣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봤다 싶더니 소양호 유람선을 똑 닮았다. 차를 주차하는 공간만 없애면 영락없는 소양호 유람선이다.
완전히 똑같이 생긴 배는 우도 갈 때 타본 적이 있다. 차도 싣고 사람도 싣는 배였는데 2007년에 자전거 일주할 때 그 녀석을 타고 우도로 건너갔다. 그 날은 파도가 높았다.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영겁처럼 느껴졌다. 바이킹처럼 배가 흔들거리는데 쉽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여간한 게 아니었나 보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호수를 상상하겠는가. 아무리 보고 또 보고, 다시 봐도 바다를 닮았다. 그렇기 때문에 빅토리아 호수를 벗한 나라들에게 수운 교통은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존재다. 특히나 물류가 이동하는 데에 호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을 달렸다. 마침내 우리의 도착지가 가까워 온다. 30분 남짓 털털대는 소리를 들었다. 멍한 걸 넘어서 이명이 들리는 것 같다. 이쯤 되니 내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빨리 내려주세요 흑흑.
마침내 도착.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최대로 확대해서 찍은 사진이지만 더 이상 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올 때도 긴 시간을 달렸으니 갈 때도 그만큼 고난의 시간이 기다릴 것이다. 아직 배에서 내리기도 전인데 벌써 마음이 무겁다. 한 거라고는 갑판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수다를 떤 게 전부였지만 쉽지 않다.
배가 닻을 내리자마자 썰물이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쏟아졌다. 사람이고 버스고 할 것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느긋하게 배에서 내려 동네를 유람하려는데 뜬금없이 사건이 터졌다. 아무런 맥락 없이 묘한 전운이 우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한 마리의 새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비롯된 갈등이다. '건강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흔하디 흔한 새 한 마리를 담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댄 것부터 사건은 시작한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라고 했다. 정작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지만 형들은 화가 많이 났다.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로 따지고 들기 시작한다.
스와힐리어를 할 줄 모르는 나와 큰형은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는 것만 눈치챌 뿐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짧게나마 욕도 몇 마디 했다는 걸 보면 상당히 심하게 언쟁을 한 듯하다. 너무나 갑작스레 생겨난 분쟁 탓에 기분이 짜게 식었다. 한 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아서 곧바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기로 한다.
뜬금없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여행 호스트가 일하는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만났다. 조금 전에 방학식이 끝났는데 그새 하교하고 빈둥거리고 있었나 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안녕히 계세요. 언짢았지만 어쨌든 잘 놀고 갑니다. 다음에는 좋은 기억만 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탄자니아 여행기 #.7 동네 주민들만 아는 탄자니아 여행 명소, 지웨쿠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