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에 살고 우동에 죽는 도시, 다카마쓰로 갑니다
5년 만이다. 보통 간만의 재회가 아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풍파가 모질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베트남도 두 번이나 다녀왔고 가족 여행으로 홍콩도 다녀왔는데 말이다.
어쨌든 간다. 이 비행기는 다카마쓰로 떠납니다.
불과 3개월 전에 출장으로 호치민을 다녀왔다. 그래서 공항의 부산함이 낯설지는 않다. 발 딛는 곳마다 어수선함이 가득한 걸 보니 코시국의 그늘은 완전히 걷힌 듯하다. 그런 아수라장의 한복판을 지나 나의 걸음은 탑승구로 향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싫어서 전날 밤에 미리 공항으로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빗방울이 꽤나 굵었는데 오늘은 아주 깨끗한 하늘이 나를 반긴다.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의 다카마쓰 여행을 책임질 에어 서울 인사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본의 특이한 소도시를 많이 취항한다. 덕분에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야마구치 우베라는 동네를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에어 서울의 개척정신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그 어느 항공사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덕분에 인천공항에서는 구경하기가 매우 힘든 녀석이다. 창밖에는 스위스 에어의 A340이 네 개의 엔진을 달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침내 이륙. 이 비행기는 다카마쓰로 갑니다. 드가자
목가적인 풍경을 벗하며 미끄러지듯 활주로로 향한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다카마쓰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이다.
착륙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활주로 한 편 언덕에 큼지막하게 써진 무언가다. 읽어보니 '사누키'라고 되어 있다. 우동에 미친 도시 아니랄까봐 여행의 시작부터 '우동!'하고 외치고 있다.
로밍을 살리고 ATM에서 돈을 뽑았다. 그런 다음 공항버스 승차권을 뽑아들고는 곧장 정류장으로 향했다. 안락한 실내를 벗어나자마자 한여름의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밀려 든다. 어이없게 덥구만. 이게 일본이여 베트남이여.
한 시간 남짓 걸린다고 하더니 30분 만에 가와라마치에 도착했다. 다카마쓰의 가장 번화한 동네고 나의 숙소가 자리하는 곳이며 대부분 여행객들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가 도로에 올라 가만히 중심 도로의 먼발치를 망연한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덥다. 진짜 어이없게 덥다.
숙소로 가는 길에 로손을 만났다. 구세주 강림. 화장실도 쓰고 에어컨 바람도 쐬고 먹을 거리도 수급해야겠다.
그 짧은 시간 만에 입맛을 완전히 상실했으므로 점심은 간단하게 먹기로 한다. 닭고기가 실하게 들어간 샌드위치가 오늘의 점심이다. 간이 꽤나 세고 양도 많았다. 그런 만큼 가격도 셌다. 두 개가 들어있긴 했지만 샌드위치 주제에 500엔이나 했으니 말이다.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지만 사소한 문제에 봉착했다. 숙소 문이 잠겨있는 것이다. 워낙에 시간이 일렀으므로 체크인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짐이나 맡길 요량으로 찾아온 것이었는데 어림없다.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좌절하긴 이르다. 곧바로 짐을 둘러메고는 다시금 길 위로 시선을 옮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부지런히 걸었다. 반갑습니다 시립 미술관 선생님.
200엔짜리 유료 에어컨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는 한참 동안 빈둥댔다. 30분 남짓의 휴식 덕분에 꽤나 많은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금 가방을 둘러메고 여정을 계속 이어갔다.
세토 내해를 항해하는 연락선이 어디론가 떠나 가는 중이다. 다카마쓰는 항구다.
까마득한 타향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낀다. 뜻밖에 반나운 만남, 덕분에 얼굴에는 미소가 만면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재미.
빨간 등대라고 해서 걸음했더니 반만 빨갛다. 너무 오래 돼서 녹이 슬었나 생각했는데 이유는 전혀 다른 데에 있었다.
밤이 되면 빨간 전구가 환하게 불을 밝힌다. 그래서 빨간 등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간신히 보충한 체력이 어느새 방전에 가까웠다. 시원한 바람이 있는 실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매던 중에 재미난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의 정체는 바로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심볼 타워 29층에 있는 무료 전망대.
제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전업 전망대(?)는 아니고 29층에 있는 스카이 바에서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시원한 커피나 음료 혹은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카가와현의 중심 도시다. 인구는 40만을 조금 상회하며 현청이 소재한다. 그 외에 특기할 만한 게 있다면 우동과 우동, 또 우동이 있다.
단위 면적, 인구 당 우동 집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일 테다. 여기처럼 사방 천지 우동 집밖에 없는 일본은 살면서 처음이다.
약속의 시간이 되었다. 마침내 체크인 타임. 할렐루야.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걸음을 향했다. 여전히 입맛이 없으므로 저녁 또한 적당히 때우기로 한다. 스파게티랑 제로 콜라 위치로.
밥을 먹고 나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는 다시금 여정을 시작한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맛있는 커피와 함께.
허름하지만 저렴하고 아주 맛있는 커피가 있다. 여기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인 미나미 커피점.
갑자기 입맛이 돌아왔다. 격렬하게 배가 고프다. 토스트도 하나 시킨다. 단돈 240엔의 행복.
밥도 묵고 커피도 묵고 토스트도 묵고 다 했다. 어느새 거리에는 옅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다카마쓰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잘 가세요 잘가세요오오오오. 내일 뵙겠습니다.
우동에 살고 우동에 죽는 도시, 다카마쓰로 갑니다
5년 만이다. 보통 간만의 재회가 아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풍파가 모질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베트남도 두 번이나 다녀왔고 가족 여행으로 홍콩도 다녀왔는데 말이다.
어쨌든 간다. 이 비행기는 다카마쓰로 떠납니다.
불과 3개월 전에 출장으로 호치민을 다녀왔다. 그래서 공항의 부산함이 낯설지는 않다. 발 딛는 곳마다 어수선함이 가득한 걸 보니 코시국의 그늘은 완전히 걷힌 듯하다. 그런 아수라장의 한복판을 지나 나의 걸음은 탑승구로 향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싫어서 전날 밤에 미리 공항으로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빗방울이 꽤나 굵었는데 오늘은 아주 깨끗한 하늘이 나를 반긴다.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의 다카마쓰 여행을 책임질 에어 서울 인사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본의 특이한 소도시를 많이 취항한다. 덕분에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야마구치 우베라는 동네를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에어 서울의 개척정신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그 어느 항공사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덕분에 인천공항에서는 구경하기가 매우 힘든 녀석이다. 창밖에는 스위스 에어의 A340이 네 개의 엔진을 달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침내 이륙. 이 비행기는 다카마쓰로 갑니다. 드가자
목가적인 풍경을 벗하며 미끄러지듯 활주로로 향한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다카마쓰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이다.
착륙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활주로 한 편 언덕에 큼지막하게 써진 무언가다. 읽어보니 '사누키'라고 되어 있다. 우동에 미친 도시 아니랄까봐 여행의 시작부터 '우동!'하고 외치고 있다.
로밍을 살리고 ATM에서 돈을 뽑았다. 그런 다음 공항버스 승차권을 뽑아들고는 곧장 정류장으로 향했다. 안락한 실내를 벗어나자마자 한여름의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밀려 든다. 어이없게 덥구만. 이게 일본이여 베트남이여.
한 시간 남짓 걸린다고 하더니 30분 만에 가와라마치에 도착했다. 다카마쓰의 가장 번화한 동네고 나의 숙소가 자리하는 곳이며 대부분 여행객들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가 도로에 올라 가만히 중심 도로의 먼발치를 망연한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덥다. 진짜 어이없게 덥다.
숙소로 가는 길에 로손을 만났다. 구세주 강림. 화장실도 쓰고 에어컨 바람도 쐬고 먹을 거리도 수급해야겠다.
그 짧은 시간 만에 입맛을 완전히 상실했으므로 점심은 간단하게 먹기로 한다. 닭고기가 실하게 들어간 샌드위치가 오늘의 점심이다. 간이 꽤나 세고 양도 많았다. 그런 만큼 가격도 셌다. 두 개가 들어있긴 했지만 샌드위치 주제에 500엔이나 했으니 말이다.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지만 사소한 문제에 봉착했다. 숙소 문이 잠겨있는 것이다. 워낙에 시간이 일렀으므로 체크인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짐이나 맡길 요량으로 찾아온 것이었는데 어림없다.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좌절하긴 이르다. 곧바로 짐을 둘러메고는 다시금 길 위로 시선을 옮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부지런히 걸었다. 반갑습니다 시립 미술관 선생님.
200엔짜리 유료 에어컨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는 한참 동안 빈둥댔다. 30분 남짓의 휴식 덕분에 꽤나 많은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금 가방을 둘러메고 여정을 계속 이어갔다.
세토 내해를 항해하는 연락선이 어디론가 떠나 가는 중이다. 다카마쓰는 항구다.
까마득한 타향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낀다. 뜻밖에 반나운 만남, 덕분에 얼굴에는 미소가 만면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재미.
빨간 등대라고 해서 걸음했더니 반만 빨갛다. 너무 오래 돼서 녹이 슬었나 생각했는데 이유는 전혀 다른 데에 있었다.
밤이 되면 빨간 전구가 환하게 불을 밝힌다. 그래서 빨간 등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간신히 보충한 체력이 어느새 방전에 가까웠다. 시원한 바람이 있는 실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매던 중에 재미난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의 정체는 바로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심볼 타워 29층에 있는 무료 전망대.
제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전업 전망대(?)는 아니고 29층에 있는 스카이 바에서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시원한 커피나 음료 혹은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카가와현의 중심 도시다. 인구는 40만을 조금 상회하며 현청이 소재한다. 그 외에 특기할 만한 게 있다면 우동과 우동, 또 우동이 있다.
단위 면적, 인구 당 우동 집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일 테다. 여기처럼 사방 천지 우동 집밖에 없는 일본은 살면서 처음이다.
약속의 시간이 되었다. 마침내 체크인 타임. 할렐루야.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걸음을 향했다. 여전히 입맛이 없으므로 저녁 또한 적당히 때우기로 한다. 스파게티랑 제로 콜라 위치로.
밥을 먹고 나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는 다시금 여정을 시작한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맛있는 커피와 함께.
허름하지만 저렴하고 아주 맛있는 커피가 있다. 여기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인 미나미 커피점.
갑자기 입맛이 돌아왔다. 격렬하게 배가 고프다. 토스트도 하나 시킨다. 단돈 240엔의 행복.
밥도 묵고 커피도 묵고 토스트도 묵고 다 했다. 어느새 거리에는 옅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다카마쓰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잘 가세요 잘가세요오오오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