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다카마쓰 여행기 #.3 하루 종일 맛집 탐방 (중화요리 돈토, 교자야)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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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함께하는 다카마쓰 맛집 탐방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폭염에 어안이 벙벙하다. 아침 8시의 온도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과하다. 이런 와중에 양복 재킷을 걸친 회사원들이 눈앞을 지나친다. 보기만 해도 더운데 딱히 내색도 않는다. 이 동네는 철인들만 사는 곳인가.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르는 중이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나미 커피점의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다.


비엔나 커피를 주문했다. 단돈 400엔. 토스트 반쪽은 서비스다. 준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정말로 주는 줄은 몰랐다. 이런 줄 알았으면 어제도 아침에 오는 건데.



갑자기 배가 아파 와서 하루의 시작이 생각보다 지체되었다. 꽤 오랜 시간을 밍기적거리다가 길을 나섰다. 오늘도 전차 자유이용권과 함께다. 조금 더 먼 길을 나설 것이므로 어제보다 수고로움이 과할 테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잘 부탁드립니다.



귀국을 하루 앞두고 있으므로 선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걸음했다. 리츠린 공원에는 꽤나 괜찮은 기념품 가게가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가와의 기념품 가게, 리쓰린 안 인사드립니다.



평일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기념품의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우동과 야돈 딱 두 가지만이 기억에 남는다. 우동에는 말할 것도 없이 진심이고 야돈 역시 그 비중이 적지 않다.


굉장히 뜬금없는 등장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야돈은 이 동네의 중요한 마스코트 중 하나다. 우동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우동 PR단으로 선임되어 2018년부터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동네를 여행하다 보면 느끼겠지만 가가와현은 야돈에게 상당히 진심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만 빼면 흠잡을 게 없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구경만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부채 하나에 2만 원을 태우기란 쉽지 않을 테다.



여자친구를 위한 기념품 수급을 끝내고 다시 가와라마치로 돌아왔다. 조금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된 이곳은 동네 직장인들의 애환을 싣고 달리는 오랜 중화요리 맛집, 돈토 반점이다.



여행객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공간의 모든 것이 여행자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간의 평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늘은 과연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구글 리뷰에서 찾은 사진 한 장을 단서로 어렵게 사장님과 소통을 마쳤다. 다행히 오해 같은 것은 없었던 듯하다. 내가 원하는 요리가 무사히 상 위에 올랐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 양이 많다는 리뷰가 워낙 많아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한 사람 먹는 양이 맞나..?



죽을 각오로 먹었지만 남기고 말았다. 웬만큼 양이 많은 분들이 아니고서는 완식은 꿈 같은 얘기다. 그리고 혹 이 글을 보고 호승심이 발동하더라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괜히 무리했다가 탈 나기 딱 좋으니 말이다.



그렇게 먹고도 800엔 남짓밖에 안 나왔다. 양에 놀라고 가격에 감동하며 다시금 길을 나섰다. 그리고 요동치는 속을 달래기 위해 시원한 커피 한 잔.



여러 번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가방을 둘러메고는 다시금 여정을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그 어떤 계획도 없는 즉흥 여행이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저 발 닿는 대로, 몸뚱아리가 이끄는 대로 이곳저곳을 유람할 테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된 이곳은 고토히라선의 종점인 고토덴고토히라 역. 별생각 없이 찾은 곳이지만 의외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다카마쓰 근교의 소도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줄 몰랐다. 딱히 찾아볼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내가 감각할 수 있는 정보의 전부였는데, 딱히 흥미가 동할 만한 것은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게다가 선을 과하게 넘은 더위 때문에 뭔가를 할 엄두도 안 난다.



제대로 둘러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역으로 쫓겨 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판기 앞으로 내달렸다. 생각할 새도 없이 아이스크림 겟.



딱히 목적지는 없었지만 해야 할 것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묵혀둔 숙제를 할 시간이다. 가방 위치로.



제품 촬영의 시간 있겠습니다.


열차에 내리고 마주 오는 열차가 화각 안에 들어오기까지 허락된 여유는 5분 남짓이다. 나는 그 잠깐 사이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세팅하고 가방도 정리하고 핸드폰과 카메라를 연결해서 촬영 준비를 마치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다음 구도까지 잡아야 한다. 게다가 이 노선의 배차 간격은 30분, 한 대를 놓치면 나는 그늘조차 귀한 간이역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늙어야 한다.



정말 고생스러웠다. 한 번으로도 충분히 고생스러웠지만 이 짓거리를 두 번쯤 더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도 쓸 만한 사진을 건졌으므로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하이고 디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는 다시금 길을 나섰다. 저녁을 먹기 위함이다. 하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 점심에 먹은 것이 아직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행 직전, 여자친구가 친구네 부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며 추천해 준 교자집으로 걸음을 향한다.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 세 번 드세요.


미친 교자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이 집에는 엄청나게 맛있는 무알콜 맥주도 있어서 나처럼 술을 끊은 사람들도 아주 맛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간만에 무알콜 맥주 한 병이 들어가니 슬그머니 달아오른다. 교자집에서 먹은 그 맥주가 먹고 싶다. 편의점과 돈키호테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패, 아사히와 산토리 한 캔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맥주와 축구의 시간. 이게 바로 천국이다.


나는 포항 스틸러스의 팬이다. 하지만 경쟁자의 동향 파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날의 경기는 특히 중요했으므로 놓칠 수 없었다. 김천이 인천에게 패배하면 포항이 1위로 복귀할 수도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열과 성을 다하여 인천을 응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1:1 무승부.



축구를 보고 다시금 길을 나섰다. 완전히 어스름에 잠긴 거리, 인공의 불빛만이 깊어가는 밤의 외로움을 달래는 중이다.



어째 낮보다 훨씬 더워진 기분이다. 낮에는 바람이라도 불었지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게다가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이 정신 나간 습기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절대로 샤워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길을 나섰지만 택도 없는 꿈이었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어느새 마지막 밤이라니, 진한 아쉬움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밤은 이렇게 떠나가는 중이다. 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아련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아침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