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14 대만 영화 속 카페 탐방기

2022-08-17
조회수 1321

대만 영화 성지순례, 내가 좋아하는 대만 영화 속 카페들



나는 대만 영화를 좋아한다. 시시콜콜한 소재들로 엮어내는 이야기들이 가끔은 실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만 영화에서만 느껴지는 소박한 정서가 나는 좋다.


누군가는 너무 유치하고 단순해서 싫다고 그러고, 혹자는 그런 걸 무슨 재미로 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고 내 알 바도 아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으면서 굳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나에게 영화는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틀어놓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대만 영화는 완벽에 가까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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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로 건너오기가 무섭게 카페 성지순례를 하게 된 이유다.


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페들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여행하기 전에 준비하는 걸 해본 적이 없지만 웬일로 자료조사까지 마쳤다. 그 정도로 대만 영화 성지순례에 진심이었다.


총 세 군데를 가려고 했지만 한 군데가 폐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계륜미 주연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두얼 카페'는 2015년에 폐업했다고 한다. 가장 가보고 싶은 카페였는데 안타깝게 됐다.


1. 등일개인가배(Cafe waiting love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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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라는 영화에 등장한 카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감독인 구파도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실없는 설정과 뜬금없는 개그, 무난한 로맨스가 잘 어우러져 있다.


혹시 사용하는 OTT에 이 영화가 있다면 별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보기에는 좋으니깐 한번 시도해 보자. 개연성을 지나치게 따지는 분들만 아니라면 대체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타이페이 정치 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 지도에는 'cafe waiting love'라고 검색하면 된다. 이 영화의 영어 이름을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송운화 혹은 이 영화의 팬이라면 성지순례하기 좋은 곳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성지순례를 하는지 구글 리뷰 평점도 엄청나게 많고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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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다.


꽤나 극단적인 사연이 숨어 있는데, 감독은 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서 이 카페를 직접 차렸다. 영화가 쪽박을 찼으면 손실이 두 배였을텐데 영화가 대박나는 덕분에 카페도 덩달아 대박이 났다. 감독이 직접 차렸던 만큼 최초의 소유권은 감독 쪽에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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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은 살짝 달라졌지만 영화에서 보았던 간판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확실히 맥락이 중요한 카페라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오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타이페이의 오른쪽 구석에 위치한 이름 모를 카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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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치고는 음료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여기는 성지순례를 오는 곳이지 음료를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과 카스테라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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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포스터에는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하나씩 마주하고 있으니 반가운 마음이 배가 되는 듯하다.



커피와 카스테라 모두 평범하기 그지없다. 커피에서는 커피맛이 나고 카스테라에서는 카스테라맛이 난다.


다만 이 집은 견과류를 잘한다. 의외의 수확이다. 살포시 설탕 가루를 뿌려주는데 그 얼마 안 되는 가루의 단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엄청나게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생각해 보니깐 커피에도 장점이 하나 있는데, 양이 엄청나게 많다. 너무 많아서 다 못 마시고 나왔다. 그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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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여기는 천국이다. 그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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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다 갑니다. 오래도록 이곳에 남아서 저의 추억을 소중하게 보듬어 주십시오. 다음 타이페이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 무야카페(Cafe6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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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된 영화인 카페6의 촬영 장소로 쓰인 카페다.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적이 있는 영화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 신입이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모든 청춘엔 첫사랑이 있다.'는 말랑말랑한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고 뒤통수를 후려갈긴 매운 결말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중산역에서 멀지 않은 카페다. 꽤나 조용한 주택가에 있어서 카페가 아닌 듯보이지만 엄연하게 영업 중인 카페다. 길을 잘못 찾았나 싶어서 카페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여기가 맞다.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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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안쪽으로 달려가서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구도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위해서 특별하게 연출한 게 없다. 내가 본 것이나 영화에 등장한 것이나 다른 게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미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영화를 안 봐도 상관은 없지만 훑어보고라도 간다면 이곳만의 정취를 훨씬 더 깊고 진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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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카페는 첫사랑의 서투름을 이야기하고 젊은날의 아픔과 회한을 함축한 공간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 마주한 이곳은 히피들의 안락한 성지 같은 느낌에 훨씬 더 가깝다. 사장님께서 꽤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계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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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즐겨 듣던 밴드들의 앨범이 한가득이라서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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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들은 라떼를 마시지만 나는 라떼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커피를 몇 잔 마신 상태라서 더 들어갈 구석도 없다. 그 대신 달달하게 시럽을 많이 섞은 청포도 주스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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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등일개인가배는 영화 팬이 아닌 분들에게 무작정 추천하기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타이페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쯤은 발걸음해도 좋을 곳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공간의 면면도 마음에 들 뿐더러 곳곳에 재미난 풍경이 많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면 무야카페는 아주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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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군데가 전부지만 대만 영화 카페 성지순례, 여기서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