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17 대만 여행 필수 코스, 비오는 날의 지우펀 여행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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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명실상부한 대만 여행 필수 코스 '지우펀'



지난 며칠 여자친구랑 실컷 놀았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여자친구를 배웅하고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왔다. 어느새 일요일이다. 잠시 미뤄두었던 일주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타이페이역에 왔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로비를 가득 메운 인파가 나를 당황케 한다.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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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롄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실을 것이다. 이 녀석을 타고 한 시간 남짓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루이팡'이라는 동네에서 지우펀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다.


혹 환승이 번거로운 분들은 버스나 택시 투어를 이용하면 좋다. KKday 같은 액티비티 사이트에서 '예스진지 버스투어'나 '택시투어'를 검색하면 된다. 엄청나게 많은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리뷰를 잘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잡으면 된다.


참고로 예스진지 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하루 만에 네 곳의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아침부터 꽤나 강행군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데, 혹 그게 부담스럽다면 '지우펀 택시투어'를 검색해서 상품을 찾아 보자. 지우펀만 둘러보는 상품도 아주 많이 있으니깐 취향 따라 입맛 따라 마음에 드는 걸로 선택하면 된다.



지우펀은 한때 금광으로 번성했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금맥이 끊어진 이후로 급격하게 쇠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관광업이 잘 성장해서 동네를 다시 먹여살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루이팡의 궤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예스진지'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타이페이 근교의 관광 산업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그 든든함의 배경에는 한국인이 있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많이 찾았으면 영어보다 잘 보이는 위치에 한국어가 자리하고 있다. 지우펀을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적이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정말로 한국인이 많다. 어떨 때는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경우도 있으니, 한국인이 가장 기피하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라는 세간의 평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루이팡역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타이페이에서 50km 남짓 떨어진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나는 타이페이로 돌아가지 않고 화롄으로 떠날 것이기 때문에 이 동네에 숙소를 잡았다. 공사판을 벗하고 있어서 찾는데 꽤나 애를 먹은 숙소는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었다.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무척 만족스러운 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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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자마자 버스를 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총 세 대의 버스가 루이팡에서 지우펀으로 향한다. 788번 버스, 827번 버스, 965번 버스 이렇게 세 대. 20분 남짓이면 지우펀에 닿을 수 있으며 요금은 6백 원 남짓으로 아주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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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부지런히 달려 지우펀에 도착했는데 어째 망한 것 같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앞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오늘의 탐방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안개마저 극성이다. 날을 잘못 잡아도 이토록 잘못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제 아무리 가는 날이 장날이라지만 이런 장날을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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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 과연 괜찮은 걸까.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은 즐겨 보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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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를 둘러싼 아주 유명한 루머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지우펀이라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를 실제로 들은 미야자키 하야오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에 있는 어느 시골 동네에서 영향을 받았지 지우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루머가 왜 그렇게 숱하게 돌았는지 알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여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세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도 정작 지우펀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봐도 참 한국인이 여행하기 편한 동네다. 심지어 영어도 없이 한국어만 적혀 있는 곳이 부기지수다. 마치 명동을 보는 듯하다.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안으로 또 안으로, 계속 안쪽으로 향했다.


만나는 골목마다 다른 풍경이 머무른다. 빗소리가 소담하게 우산을 때리고 있으니, 이거 꽤나 낭만 있다. 신발은 이미 홀라당 젖은 지 오래다. 오히려 좋아. 신경 쓸 것이 없어진 덕분에 아주 편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유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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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끝에서 발견했다. 처마 끝을 장식한 홍등이 매력적인 이곳의 이름은 '수요'. 전통 찻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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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못해도 50년은 족히 됐을 것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올려다본 시선에는 호우 주의보가, 몽글거리는 마음 속에는 낭만 주의보가 한아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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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져서 감자튀김과 맥주 한 병을 시켰지만 이내 후회했다.


여기는 차가 맛있는 집이다. 찻집에 가면 차를 시키자. 내 바로 옆에는 한국 분들이 계셨다. 마침 동향 분들이셨다. 하지만 한국인 티를 내면 싫어하실 수도 있으니 열심히 표정관리를 하면서 내적 친밀감만 형성했다. 인사는 못 했지만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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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한숨을 부르는 비였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지우펀은 비가 올 때 예쁜 동네다.


뜻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비 올 때 오자. 비오는 날씨를 정말로 싫어하지만 지우펀만큼은 비와 함께 즐겨야 하는 곳이다. 장화를 따로 챙기는 번거로움도 좋으니깐 내가 지우펀에 가는 날에는 항상 비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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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다 가는 곳이라서 식상할 수 있지만 아무나 다 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갈 만하니깐 가는 동네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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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즐기다 갑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거리를 한 번 더 눈에 담고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화롄으로 떠나는 날이다. 과연 화롄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