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18 바다가 아름다운 도시 화롄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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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부의 보석 같은 여행지, 화롄



아마도 반환점이 될 것이다. 나는 화롄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화롄 밑으로도 가볼 만한, 가고 싶은 동네가 많이 남아 있지만 도무지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20일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면서 호기롭게 시작한 대만 일주였지만 상당히 안일한 생각이었다. 찍먹조차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어느 틈에 여행이 끝을 향하고 있다. 


무척 즐거웠지만 진득하니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던 지난 여정을 뒤로 하고, 나는 마침내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화롄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 전에 아침부터 먹고 가겠습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음료는 딱히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만두만 두 접시를 시켰는데 영 좋지 못한 생각이었다. 만두는 반드시 또우장과 함께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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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멀다. 루이펑역에서 화롄까지는 기차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야 한다.


살짝 욕심을 낸다면 화롄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타이동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괜히 욕심 부리다가 탈 나는 경우를 이미 너무 많이 겪었다. 여행의 말미를 향해가는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아쉬운 마음은 고이 접어두고 화롄에서 여정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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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였지만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기억 많이 가지고 갑니다. 다음에는 진과스도 가 보고 스펀이랑 온천도 신나게 누려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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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이렇게 좋은 열차가.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 



어림 없는 소리. 자강호도 아니고 그거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으로 표를 끊은 주제에 어디서 쌔삥 열차를 타려고. 너한테는 이거조차도 감지덕지란다.



그럼 그렇지. 어쨌거나 나는 화롄으로 떠난다. 안녕히 계세요. 즐거웠습니다.


기차는 떠나지만 우리는 떠나기 전에 잠시 화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화롄은 대만의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휴양 도시다. 대만의 원주민들은 이 동네를 '투루모안', '킬라이'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렀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청나라 말기부터 불리기 시작한 화롄이라는 이름이 정착하게 되었다.


대만 내에서는 손에 꼽히는 여행지 중 하나지만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덜 알려졌다. 차라리 지진 소식으로 더 익숙한 동네일 테다.



화롄 소개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해안가를 따라 달리고 또 달리고, 부지런히 달리는 시간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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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롄은 가는 길이 정말 예쁘다. 기차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될 정도로 화롄으로 향하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맑은 날에 왔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하필 지천에 그득한 구름이 야속하다.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아름답다. 아마도 집으로 돌아가는 내일은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겠지. 근거 없는 기대를 품으며 여정의 유희거리 하나를 만들어 본다.



간만에 세 시간 동안 열차에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플랫폼에서 잠시 스트레칭을 한 뒤 역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주 조그마한 도시라고 들어서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뭐가 많다. 내가 화롄을 너무 과소평가한 듯하다. 다행히 빗방울은 많이 잦아들었다. 이 정도면 여정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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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여행자를 위한 배려나 숙소 여건은 좋지 못하다.


애초에 숙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숙박비가 상당히 비싸다. 게스트하우스, 호텔 가릴 것 없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최소 50%, 많게는 두 배까지도 비싸다. 어떻게 여행으로 유명해진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한 동네다.



화롄을 대표하는 여행지는 누가 뭐라 해도 타이루거 협곡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계획에 없다. 역시나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타이루거 협곡은 훗날 화롄을 찾게 될 나에게 숙제로 떠넘기고 나는 치싱탄 해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인도양처럼 때깔 좋은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해변이다.



6km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다.


웬만하면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자.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풍경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걷는 걸 나처럼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여기까지 오는 길은 그저 시간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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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치싱탄 해변 인사드립니다. 날이 좋을 때 오면 진짜로 예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비가 왔다. 조약돌이 파도에 부딪혀서 쉴 새 없이 달그락거린다. 우산을 쓰고 해안을 따라 걷는 시간도 나름의 낭만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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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곳곳을 거닐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 본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날이 맑지 않아서 살짝 아쉽지만 덕분에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내 사진을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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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돌아가는 버스인데, 표지판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가 생긴다.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경로가 너무 불편해 보여서 포기했던 타이루거 협곡이 보인다. 내가 타려는 버스의 종점이다. 화롄역 앞에서 이 녀석을 타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타이루거 협곡에 닿을 수 있다. 이런 줄 알았으면 화롄에 도착하자마자 이 버스부터 타는 건데, 후회해도 늦었다.


눈물이 살짝 흐르지만 이렇게라도 알게 된 게 어딘가 싶다. 그나마도 몰랐으면 다음에 왔을 때도 어김없이 뻘짓을 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버스를 타고 화롄역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밥 시간이 되었다. 화롄에서 해결해야 하는 끼니는 오직 저녁 한 번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에 만전을 기한다.


그렇게 간택된 오늘의 메뉴는 도삭면이다. 칼로 아주 두껍게 뜯어내서 만든 면을 볶아서 만드는 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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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같기도 하고 칼국수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식감이 좋아서 먹는 재미가 있다. 처음 먹어 보는 녀석이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맥주까지 곁들여지니 하루의 마무리로는 더할 나위 없는 단짝이다.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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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이 지나고 다시 타이페이로 향하면 남은 여정이 더는 없다. 정말로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 온다. 이불을 덮고 누웠지만 한참을 뒤척였다. 화롄의 밤, 대만에서의 얼마 남지 않은 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