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기 #.6 홍콩인의 소울푸드, 운남 쌀국수 맛집 기행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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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를 좋아한다면 완벽하게 취향 저격, 홍콩의 운남쌀국수 맛집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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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 세월 나만 알고 있는 홍콩의 명물인 줄 알았다. 나조차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성림거'라는 이름의 식당이 운남 쌀국수로 유명한 집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채 말이다. 자부심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웃기고 없어 보이지만 어쨌거나 이 음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홍콩에서 대학을 나온 여자친구한테 배운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탐짜이'라는 음식을 그렇게나 좋아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룸메이트 유학생 동기 가릴 것 없이 만나면 가장 많이 먹는 게 탐짜이라고 했다.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얼마나 지겹게 들었으면 나는 이 음식의 이름을 꽤나 오래도록 '탐짜이'라고 알고 있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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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운 음식을 정말 못 먹는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어릴 적에 청량고추인 줄 모르고 고추 하나를 잘못 씹었다가 온 집안을 뒹굴었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때의 좋지 못했던 기억 때문인지, 태생적으로 시원찮은 장내 환경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매운 걸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운남 쌀국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명물이라고 소개는 하고 있지만, 어이없게도 나는 마라향 그득하게 품은 홍콩인의 소울푸드와 지금도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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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쭉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중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운남쌀국수만 미친듯이 먹어댄 홍콩 여행이 언젠가 한 번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의 마수걸이 운남 쌀국수는 상심산랄분(伤心酸辣粉)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이뤄졌다. 제대로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식당은 그렇게 여자친구가 노래를 부르던 탐짜이를 찾아 헤매던 중에 침사추이 어느 거리의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유사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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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웠다. 뭐 이딴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매웠다. 진짜 X같이 매웠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억지로 먹지만 도저히 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매웠다.


가장 덜 매운 맛으로 시켰지만 그런 거 없다. 씹어 삼키는 족족 사정없이 장을 찔러대는데, 이러다가 죽겠다 싶을 정도로 아리고 매웠다. 나처럼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들은 건들지 않는 게 좋다.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장건강에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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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매운맛과는 다르다. 그런 느낌은 아예 없다. 마라에 익숙한 분들은 잘 아실테지만 매우 얕고, 혓바닥이 얼얼해지고, 닿는 족족 아리는 맛이다.


다만 한국의 마라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아니 큰 차이가 있다. 아예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도 마라탕 잘 먹는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아무것도 건들 수가 없다. 그나마 내가 시킨 건 가장 안 매운 맛이라서 입이라도 가져갔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시킨 건 냄새부터가 고통이었다. 호기심에 한입 했지만 장이 꼬인 구조만 낱낱이 확인했을 뿐이다.


어느 운남 쌀국수 식당을 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운 맛의 차이가 있을 뿐 먹기 힘든 건 매한가지다. 도저히 못 먹겠다 싶으면 아예 마라가 안 들어간 녀석을 골라야 한다. 쓸데없이 객기를 부린 맵찔이가 맞이할 수 있는 미래는 오직 재앙뿐이다.


이미 운남 쌀국수 식당에 자리를 잡은 채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사진 속 얕은 접시에 담긴, 마늘에 담근 돼지고기를 꼭 시키자. 눈물나게 맛있다. 완벽하게 한국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다. 고향에 온 것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반드시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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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는 '담자', 이 동네 발음으로는 '탐짜이'. 이름에 탐짜이가 들어가는 운남 쌀국수 브랜드는 홍콩에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강렬한 적녹의 대비가 인상적인 '탐짜이 윈난 미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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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여자친구와 모든 홍콩 유학생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만인의 운남 쌀국수 집인 '담자 삼거', '탐짜이 삼거'다.


두 곳 모두 홍콩 전역에 아주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 좁은 홍콩 땅에 50군데씩은 매장을 두고 있으니 그야말로 발 닿는 족족 탐짜이의 향취와 함께할 수 있다. 내게는 딱히 달가울 일 없는 소식이지만 마라의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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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알고 싶지 않지만 혹시 운남 쌀국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을테니 알려드림이 옳을 듯하다. 생각보다 주문하는 과정이 복잡한 운남 쌀국수다.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먼저 할 것은 국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은 고구마 면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영어로는 'sweet potato noodle'이고 한자로는 사진에 있는 그대로다. 꽤나 굵은 당면이다. 상당히 흐느적거리고 씹는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 입맛에는 영 아니었다.


심사숙고 끝에 면을 정했다면 다음으로 해야할 것은 탕을 고르는 일이다. 가는 곳마다 매운맛 일색인 것처럼 과장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맵지 않은 탕을 즐길 수 있다. 매운 녀석들은 여지없이 매운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게 싫다면 'sour' 혹은 'spicy' 같은 단어가 없는 녀석으로 골라잡으면 된다. 가장 무난한 것은 두 단어가 없이 'pork'가 들어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야할 것은 토핑을 고르는 일이다.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마음껏 골라주자. 취향껏 골라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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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주문을 마쳤다면 이런 모습을 그릇 하나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매운 걸 좋아한다면 입에 불을 뿜으면서 신나게 즐기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혹시 모르는 마라를 조심하면서 살포시 즐기면 된다.


나에게는 아니지만 만인의 소울푸드다.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사랑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작정 외면하기에는 꽤나 흥미로운 음식이다. 홍콩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 봐도 좋을 음식이다. 쓰린 장을 부여잡고 길바닥을 뒹구는 것도 나름 추억이 된다.


운남 쌀국수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