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13.12.19(목) ~ '13.12.21(토)
취업이 확정되고 연수를 기다리는, 비루하긴 했으나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소일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 계좌에 있었던 2013년의 겨울. 열심히 잔고를 바닥내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4일 동안 홍콩에서 부지런히 돈을 썼지만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고, 여행을 두 번은 족히 갈 수 있는 금액이 여전히 통장 잔고에 찍혀 있었다. 이제 개 목줄 같은 사원증이 나에게 채워지면 자유는 영영 떠나가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그 마음이 입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착잡하고 우울하여, 도무지 심란한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었던 나는 오사카로 가는 항공권을 사는 것으로 급한 처방을 내렸다.
홍콩에 갔다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해외로 나가냐는 가벼운 핀잔을 듣기는 하였지만 짐짓 못 들은 채하며 짐을 꾸렸다. 3일밖에 안 되는 짧은 일정에는 짐이랄 것도 없었다. 딱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친구를 데려갔다는 것 정도. '슈퍼배드'에 나오는 노란 미니언 인형과 내가 '고양고냥이'라고 부르는 고양시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인형이 그것인데, 가끔 심심할 때 말동무까지는 못해도 인형이 둘이면 혼자 가지고 놀 수는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데려가게 되었다.
주인 잘 만나서 일본도 가고 홍콩도 가고 미국도 다니고, 팔자가 아주 좋은 놈들이다.
아마 홍콩보다 오사카에 가는 비행기표를 더 싸게 줬던 것 같다. 그것도 국적기인 아시아나 항공이었는데 홍콩에 갔을 때 보다 비행기표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 당시에는 '내가 홍콩을 참 호구처럼 비싸게 주고 갔다 왔구나' 생각하며 오사카를 싸게 갈 수 있었던 것에 상당히 감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홍콩에 갈 때나 오사카에 갈 때나 호구였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 간사이 공항 도착. 한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 주요패스 구입도 완료.
'여행 전날의 설렘을 안고 잠에 들었다'느니, '공항으로 출발하였다'와 같은 서두 없이 갑작스레 일본 땅을 밟는 전개가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2013년 12월 19일 아침 아홉시 반에 김해공항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하는 아시아나 OZ144편을 통해서 오사카에 닿게 되었다. 출발이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포항에서 공항으로 가는 첫 리무진 버스를 타야 했다. 전날 잠을 많이 자지 못했기에, 집을 나서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여덟시가 조금 넘는 이른 시간이었는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생각했던 것 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상당히 놀랐다.
이 고양고냥이는 일본에 가자마자 나보다 먼저 사진에 찍히는 호사를 누렸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오사카 주유 패스'라는 것을 샀다. 단일 지역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로 알려진 오사카인 만큼, '오사카 주유 패스'니 '간사이 스루 패스'니 하는 것들이 아주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은 여행객들을 위한 각종 '패스'가 정말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른 블로그나 각종 커뮤니티에 다양한 패스들에 대해서 잘 정리해 놓은 글들이 많기 때문에 여행 전에 한 번쯤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놈이 잘 몰라서 대충 말로 떼우려고 하는구나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으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여행을 가기 전에 무언가를 찾아 보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다. 그 탓에 한국에서 주유패스나 각종 교통 패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여행을 갔다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산다고 바가지를 쓰는 것도 아니니깐 일본에서 여행 패스 하나를 사기 위해서 헤매는 것이 싫은 분들은 한국에서 오사카 주유 패스 뿐만 아니라 각종 관광권을 미리 구매해서 가셔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지하철 편도 티켓이 포함되어 있는 '오사카 주유 패스 난카이 확장판'은 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곳에서 팔고 있다. 가끔은 일본에서보다 더 싸게 구할 수도 있는 듯 했다.
열차를 잘못 타서 오사카 중심지인 '난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상한 곳으로 갈 뻔하는 등의 사소한 위기가 있었지만 동물적인 직감 덕분에 잘 모면하였다. 사실 아직도 그 당시에 내가 탄 열차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나는 왜 그것을 타게 된 것인지 모른다.
홍콩도 여행 내도록 흐리더니, 이놈의 오사카도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
- 난바까지는 꽤나 멀다. 한참을 가야한다. 또 한가지는 역내의 안내시설이 충분치 않아 지하철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게 재미다.
오사카 시내로 빠르고 쾌적하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급 열차 '라피트'나 리무진 버스 같은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이 많이 있지만 본능은 언제나 가장 저렴한 수단을 찾는다. 사실 그렇다고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닌 것이, 'Namba'라고 쓰여진 공항 급행을 타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난바까지 데려다 준다. 나처럼 지하철을 잘못 타거나 하는 멍청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오사카성에 가는 지하철을 탔다. 요츠바랑이 그려진 피켓도 걸려있고, 온갖 광고들로 가득 차있다. (중략) 그러는 사이 덴마바시 역에 도착 중.
덴마바시역은 오사카성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 중 하나이다. 오사카의 군청이 있고, 역사박물관도 있는데 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서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 빵 하나를 사는데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어라 말이 많다. 고맙다는 말이 입에 붙은 점원이다. (중략) 배를 탔다. 기다리는 동안 먹은 크림빵은 보기와 달리 꽤나 양도 많고 맛이 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어느 정도로 맛이 있었냐면 빵을 담아준 빨간 봉투와, 빵을 싸고 있던 하얀색 종이, 하얀색 종이에 쌓여있는 빵을 담아놓은 반투명한 비닐봉투까지 집에 모두 가져왔을 만큼. 189엔이라는 가격이 결코 싸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아서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한 입 물자마자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을 만큼 맛이 있었다.
빵을 담았던 봉투는 물론이거니와, 빵을 살 때 받은 영수증도 잘 보관하고 있다.
빵 크기가 별로 안크다. 크기만 놓고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 만 하다.
- 뭔가 끊임없이 설명하는데 일본어라 못 알아 듣겠다. 정말 필요한 방송들만 영어로 나오는 것 같다. 배는 천장 높이가 낮아졌다, 높아졌다를 마음대로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전경은 참 평화롭기 그지없다.
오사카 주유 패스에 있는 무료 쿠폰을 이용해서 도심지를 유람할 수 있는 배를 탔다. 올해 3월에 일본에 갔을 때에도 이걸 타고 싶었는데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인지 탈 수 없었다. 참고하도록 하자.
꽤나 구성이 알찬데, 공짜였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고양고냥이는 팔자 좋게 창가에 걸터앉아서 유람을 즐겼다.
일본어를 할 줄 알면 조금 더 재밌게 즐겼을텐데 싶어서 조금 아쉬웠다.
- 오사카성을 다 둘러보았다. 도요토미 막부가 오사카 성에서 일족의 최후를 맞았단다. 도쿠가와 막부의 병력을 합치면 15만이 넘는 큰 전투였다는데, 그 큰 성이 함락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오사카성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막부의 본산이었던 오사카성. 그리 유쾌하지 않은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장소이기에 찾는 발걸음 역시 괜시리 불편하였던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괜한 기분 탓에 사진 조차 얼마 남기지 않고는 천수각에서 오사카 전경만 한 번 둘러보고 말았다.
무엇이 어찌 되었건 간에, 건물 자체는 절도 있게 잘 지은 듯하다.
- 츠텐카쿠라는 전망대에 왔다. 건물이 흔들리는건지, 멀미가 계속 난다. 출구게 오니 양쪽에 펼쳐진 뽑기 기계. 장관이다. 참 특이한 문화를 가진 나라다.
오사카성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았고, 사실 딱히 들릴 이유도 없었던 곳인데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아마 야경을 보기 위해서 괜찮은 곳이 어딨을까를 고민하다가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면서 받은 관광 안내서에 나온 곳 중 어느 한 곳을 별 생각없이 들렸음이 분명하리라. 높은 건물이기는 하였지만 지대 자체가 높은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곳도 아니었으며,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것 같은 불안함이 너무나 신경쓰여서 오랫동안 머무르지도 못했다.
좀 높은 곳인가 싶었는데, 바로 앞에 엄청 높은 건물이 있어서 괜한 허탈함만 들었다.
설마 다 다른 장난감이 들어있을까 싶겠지만, 기계마다 들어있는 장난감이 다 다르다.
- 약간 헤맨 끝에 난바역. 도톤보리로 가는 길이다. 일본인은 키가 작다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
츠텐카쿠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서 도톤보리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100엔 스시'를 먹으러 가기 위함이었는데, 지하철 역 내부의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한데다가 의외로 관광객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안내 표지 덕분에 조금 헤매게 되었다. 도톤보리에 도착하니 여행객인지, 오사카 사람인지 모를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곳에서 받은 가장 신선했던 인상이 바로 일본인의 키가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것이었다.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하다고 하더니, 대체 누가 그런 말을 만들어낸 것일까 싶을 정도로 기골이 장대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상당히 북적거리는 밤의 도톤보리였는데, 사진은 참 조용해 보인다.
- 단 돈 650엔에 다섯 접시, 배도 꽤 부르다. 더 맛있는 초밥은 얼마든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가격대에 저 맛을 가진 초밥집은 잘 없을 것 같다.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다섯 접시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본에 갈 때마다 다섯 접시보다 더 먹어보고 싶어서 몇 번의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직 한번도 이뤄내지 못했을 만큼 나에게 다섯 접시의 초밥은 충분한 양이다. 네이버에 '오사카 스시'라고 검색하면 백개가 넘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겐로쿠 스시'를 갔는데, 접시 당 130엔의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곳 저곳의 100엔 스시집을 애용하게 되었다.
저 마요네즈가 엄청 맛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지만 사실 생선 종류를 잘 모른다. 참치인지 연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시 저 마요네즈가 한 몫 했다.
- 혼마치역에서 오사카코로 가는 지하철 탑승. 생각보다 넓어서 지하철 없이는 걸어다닐 수 없다.
홍콩을 생각하고 조금씩 걸어보았지만,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도시이다.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만 걸어도 한세월이 걸리는 탓에 오사카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좋아진 기분으로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 할 까 생각하던 중에 눈에 띈 대관람차. 역시나 오사카 주유패스의 성은을 입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체없이 이동하였다. 대관람차, 케이블카 따위를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엄청 큰 관람차를 공짜로 태워준다는데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정말 큰 관람차다. 오사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겁이 나서 손에 땀이 줄줄..
오사카에는 도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관람차가 많이 있다. 내가 찾은 곳은 오사카의 바닷가 근처에 있는 관람차였는데, 맑은 날에는 오사카 시내 뿐 만 아니라 오사카항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서 인기가 아주 많은 곳이라고 한다. 비록 관람차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좋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큰 마음 먹고 작은 관람차 한 칸에 살포시 몸을 맡겨보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오사카의 밤풍경은 꽤나 이색적인 경험이었지만, 아마 다시 가서 타라고 하면 절대로 타지 않을 것 같다. 관람차 창문을 거칠게 두들기며 몰아치는 비바람 만큼이나 나의 몸과 양손에는 식은땀이 몰아쳤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관람차. 정말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이쯤 올라왔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악에 받쳐서 심호흡을 거칠게 내쉬며 핸드폰 카메라 셔터만 눌러댈 뿐이었다.
이놈은 주인을 닮지 않았는지 높은데 올라가서도 평온하기만 하다.
- 여행지에서 온천이라니! 비록 나의 멍청함으로 안내도 됐을 수건값 200엔을 지불해버렸지만, 2천원에 목욕한 것도 어딘가 그래!
오사카 주유패스는 구성이 정말 알차다. 얼마나 알차냐면 노천탕이 잘 갖춰진 꽤나 괜찮은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비록 한국에 비해서 덜 춥다고는 하지만 12월의 겨울 바람을 하루종일 맞으면서 돌아다닌 지친 몸뚱아리가 따뜻한 물에 포근히 담기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을때,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사카 주유패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온천은 총 두군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의 성향에 따라서 더 괜찮다고 판단되는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사실 경마장 근처에 있는 목욕탕 한군데 밖에 가보지 않아서 나머지 한군데가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른다. 네이버님께 물어 보자.)
목욕탕으로 가는 길. 도저히 목욕탕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생김새를 한 동네여서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목욕탕이 있다.
이 고양이놈은 주인을 잘 만나서 목욕도 하고 다닌다.
- 밤지하철 만큼 그 동네의 사람 사는 모습을 보기 좋은 수단도 없는 것 같다. 저마다의 일과를 끝내고 가정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직장인도 있을테고, 학생이나 나처럼 뜨내기 여행객도 있을테다. 무료해 보일수도 있는 일상 속에 있을때가 사람은 가장 편해보이는 것 같다.
온천욕으로 기분좋게 늘어진 탓에 괜히 감상적이었던 듯하다. 아마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피곤에 쩔어있는 얼굴들을 마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렇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 의자가 아늑해서 잠이 저절로 쏟아진다. 오사카에서 할만한 건 다 한것이 아닐까? 내일은 교토를 가보아야겠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난바에서 걸어갈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코마 게스트하우스'였다. 2,500엔에 1박을 할 수 있었는데 조용하고, 깔끔했으며 아르바이트 생인지 주인인지는 알 수 없는 카운터에 앉은 젊은 청년이 매우 잘생겼다. 혹시나 오사카에서 숙박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 여성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도록 하자.
이 게스트하우스는 유별나게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특히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한국어 중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유독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인데, 쇼파에 가만히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이 과연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다 건너 남의 나라 땅에서 한국에서보다 사투리를 더 많이 듣게 되는 것도 한 번 쯤은 해볼 만한 희한한 경험인 듯하다.
쇼파가 너무 편해서 저러고 있다가 몇 번 잠들어버렸다.
참 가까운 나라인데도 사회에 나갈때가 되어서야 찾게 된 일본에서의 첫날 밤. 그 포근한 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오사카, '13.12.19(목) ~ '13.12.21(토)
취업이 확정되고 연수를 기다리는, 비루하긴 했으나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소일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 계좌에 있었던 2013년의 겨울. 열심히 잔고를 바닥내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4일 동안 홍콩에서 부지런히 돈을 썼지만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고, 여행을 두 번은 족히 갈 수 있는 금액이 여전히 통장 잔고에 찍혀 있었다. 이제 개 목줄 같은 사원증이 나에게 채워지면 자유는 영영 떠나가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그 마음이 입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착잡하고 우울하여, 도무지 심란한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었던 나는 오사카로 가는 항공권을 사는 것으로 급한 처방을 내렸다.
홍콩에 갔다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해외로 나가냐는 가벼운 핀잔을 듣기는 하였지만 짐짓 못 들은 채하며 짐을 꾸렸다. 3일밖에 안 되는 짧은 일정에는 짐이랄 것도 없었다. 딱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친구를 데려갔다는 것 정도. '슈퍼배드'에 나오는 노란 미니언 인형과 내가 '고양고냥이'라고 부르는 고양시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인형이 그것인데, 가끔 심심할 때 말동무까지는 못해도 인형이 둘이면 혼자 가지고 놀 수는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데려가게 되었다.
주인 잘 만나서 일본도 가고 홍콩도 가고 미국도 다니고, 팔자가 아주 좋은 놈들이다.
아마 홍콩보다 오사카에 가는 비행기표를 더 싸게 줬던 것 같다. 그것도 국적기인 아시아나 항공이었는데 홍콩에 갔을 때 보다 비행기표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 당시에는 '내가 홍콩을 참 호구처럼 비싸게 주고 갔다 왔구나' 생각하며 오사카를 싸게 갈 수 있었던 것에 상당히 감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홍콩에 갈 때나 오사카에 갈 때나 호구였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 간사이 공항 도착. 한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 주요패스 구입도 완료.
'여행 전날의 설렘을 안고 잠에 들었다'느니, '공항으로 출발하였다'와 같은 서두 없이 갑작스레 일본 땅을 밟는 전개가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2013년 12월 19일 아침 아홉시 반에 김해공항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하는 아시아나 OZ144편을 통해서 오사카에 닿게 되었다. 출발이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포항에서 공항으로 가는 첫 리무진 버스를 타야 했다. 전날 잠을 많이 자지 못했기에, 집을 나서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여덟시가 조금 넘는 이른 시간이었는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생각했던 것 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상당히 놀랐다.
이 고양고냥이는 일본에 가자마자 나보다 먼저 사진에 찍히는 호사를 누렸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오사카 주유 패스'라는 것을 샀다. 단일 지역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로 알려진 오사카인 만큼, '오사카 주유 패스'니 '간사이 스루 패스'니 하는 것들이 아주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은 여행객들을 위한 각종 '패스'가 정말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른 블로그나 각종 커뮤니티에 다양한 패스들에 대해서 잘 정리해 놓은 글들이 많기 때문에 여행 전에 한 번쯤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놈이 잘 몰라서 대충 말로 떼우려고 하는구나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으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여행을 가기 전에 무언가를 찾아 보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다. 그 탓에 한국에서 주유패스나 각종 교통 패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여행을 갔다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산다고 바가지를 쓰는 것도 아니니깐 일본에서 여행 패스 하나를 사기 위해서 헤매는 것이 싫은 분들은 한국에서 오사카 주유 패스 뿐만 아니라 각종 관광권을 미리 구매해서 가셔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지하철 편도 티켓이 포함되어 있는 '오사카 주유 패스 난카이 확장판'은 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곳에서 팔고 있다. 가끔은 일본에서보다 더 싸게 구할 수도 있는 듯 했다.
열차를 잘못 타서 오사카 중심지인 '난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상한 곳으로 갈 뻔하는 등의 사소한 위기가 있었지만 동물적인 직감 덕분에 잘 모면하였다. 사실 아직도 그 당시에 내가 탄 열차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나는 왜 그것을 타게 된 것인지 모른다.
홍콩도 여행 내도록 흐리더니, 이놈의 오사카도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
- 난바까지는 꽤나 멀다. 한참을 가야한다. 또 한가지는 역내의 안내시설이 충분치 않아 지하철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게 재미다.
오사카 시내로 빠르고 쾌적하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급 열차 '라피트'나 리무진 버스 같은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이 많이 있지만 본능은 언제나 가장 저렴한 수단을 찾는다. 사실 그렇다고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닌 것이, 'Namba'라고 쓰여진 공항 급행을 타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난바까지 데려다 준다. 나처럼 지하철을 잘못 타거나 하는 멍청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오사카성에 가는 지하철을 탔다. 요츠바랑이 그려진 피켓도 걸려있고, 온갖 광고들로 가득 차있다. (중략) 그러는 사이 덴마바시 역에 도착 중.
덴마바시역은 오사카성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 중 하나이다. 오사카의 군청이 있고, 역사박물관도 있는데 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서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 빵 하나를 사는데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어라 말이 많다. 고맙다는 말이 입에 붙은 점원이다. (중략) 배를 탔다. 기다리는 동안 먹은 크림빵은 보기와 달리 꽤나 양도 많고 맛이 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어느 정도로 맛이 있었냐면 빵을 담아준 빨간 봉투와, 빵을 싸고 있던 하얀색 종이, 하얀색 종이에 쌓여있는 빵을 담아놓은 반투명한 비닐봉투까지 집에 모두 가져왔을 만큼. 189엔이라는 가격이 결코 싸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아서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한 입 물자마자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을 만큼 맛이 있었다.
빵을 담았던 봉투는 물론이거니와, 빵을 살 때 받은 영수증도 잘 보관하고 있다.
빵 크기가 별로 안크다. 크기만 놓고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 만 하다.
- 뭔가 끊임없이 설명하는데 일본어라 못 알아 듣겠다. 정말 필요한 방송들만 영어로 나오는 것 같다. 배는 천장 높이가 낮아졌다, 높아졌다를 마음대로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전경은 참 평화롭기 그지없다.
오사카 주유 패스에 있는 무료 쿠폰을 이용해서 도심지를 유람할 수 있는 배를 탔다. 올해 3월에 일본에 갔을 때에도 이걸 타고 싶었는데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인지 탈 수 없었다. 참고하도록 하자.
꽤나 구성이 알찬데, 공짜였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고양고냥이는 팔자 좋게 창가에 걸터앉아서 유람을 즐겼다.
일본어를 할 줄 알면 조금 더 재밌게 즐겼을텐데 싶어서 조금 아쉬웠다.
- 오사카성을 다 둘러보았다. 도요토미 막부가 오사카 성에서 일족의 최후를 맞았단다. 도쿠가와 막부의 병력을 합치면 15만이 넘는 큰 전투였다는데, 그 큰 성이 함락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오사카성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막부의 본산이었던 오사카성. 그리 유쾌하지 않은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장소이기에 찾는 발걸음 역시 괜시리 불편하였던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괜한 기분 탓에 사진 조차 얼마 남기지 않고는 천수각에서 오사카 전경만 한 번 둘러보고 말았다.
무엇이 어찌 되었건 간에, 건물 자체는 절도 있게 잘 지은 듯하다.
- 츠텐카쿠라는 전망대에 왔다. 건물이 흔들리는건지, 멀미가 계속 난다. 출구게 오니 양쪽에 펼쳐진 뽑기 기계. 장관이다. 참 특이한 문화를 가진 나라다.
오사카성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았고, 사실 딱히 들릴 이유도 없었던 곳인데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아마 야경을 보기 위해서 괜찮은 곳이 어딨을까를 고민하다가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면서 받은 관광 안내서에 나온 곳 중 어느 한 곳을 별 생각없이 들렸음이 분명하리라. 높은 건물이기는 하였지만 지대 자체가 높은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곳도 아니었으며,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것 같은 불안함이 너무나 신경쓰여서 오랫동안 머무르지도 못했다.
좀 높은 곳인가 싶었는데, 바로 앞에 엄청 높은 건물이 있어서 괜한 허탈함만 들었다.
설마 다 다른 장난감이 들어있을까 싶겠지만, 기계마다 들어있는 장난감이 다 다르다.
- 약간 헤맨 끝에 난바역. 도톤보리로 가는 길이다. 일본인은 키가 작다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
츠텐카쿠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서 도톤보리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100엔 스시'를 먹으러 가기 위함이었는데, 지하철 역 내부의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한데다가 의외로 관광객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안내 표지 덕분에 조금 헤매게 되었다. 도톤보리에 도착하니 여행객인지, 오사카 사람인지 모를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곳에서 받은 가장 신선했던 인상이 바로 일본인의 키가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것이었다.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하다고 하더니, 대체 누가 그런 말을 만들어낸 것일까 싶을 정도로 기골이 장대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상당히 북적거리는 밤의 도톤보리였는데, 사진은 참 조용해 보인다.
- 단 돈 650엔에 다섯 접시, 배도 꽤 부르다. 더 맛있는 초밥은 얼마든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가격대에 저 맛을 가진 초밥집은 잘 없을 것 같다.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다섯 접시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본에 갈 때마다 다섯 접시보다 더 먹어보고 싶어서 몇 번의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직 한번도 이뤄내지 못했을 만큼 나에게 다섯 접시의 초밥은 충분한 양이다. 네이버에 '오사카 스시'라고 검색하면 백개가 넘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겐로쿠 스시'를 갔는데, 접시 당 130엔의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곳 저곳의 100엔 스시집을 애용하게 되었다.
저 마요네즈가 엄청 맛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지만 사실 생선 종류를 잘 모른다. 참치인지 연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시 저 마요네즈가 한 몫 했다.
- 혼마치역에서 오사카코로 가는 지하철 탑승. 생각보다 넓어서 지하철 없이는 걸어다닐 수 없다.
홍콩을 생각하고 조금씩 걸어보았지만,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도시이다.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만 걸어도 한세월이 걸리는 탓에 오사카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좋아진 기분으로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 할 까 생각하던 중에 눈에 띈 대관람차. 역시나 오사카 주유패스의 성은을 입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체없이 이동하였다. 대관람차, 케이블카 따위를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엄청 큰 관람차를 공짜로 태워준다는데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정말 큰 관람차다. 오사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겁이 나서 손에 땀이 줄줄..
오사카에는 도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관람차가 많이 있다. 내가 찾은 곳은 오사카의 바닷가 근처에 있는 관람차였는데, 맑은 날에는 오사카 시내 뿐 만 아니라 오사카항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서 인기가 아주 많은 곳이라고 한다. 비록 관람차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좋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큰 마음 먹고 작은 관람차 한 칸에 살포시 몸을 맡겨보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오사카의 밤풍경은 꽤나 이색적인 경험이었지만, 아마 다시 가서 타라고 하면 절대로 타지 않을 것 같다. 관람차 창문을 거칠게 두들기며 몰아치는 비바람 만큼이나 나의 몸과 양손에는 식은땀이 몰아쳤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관람차. 정말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이쯤 올라왔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악에 받쳐서 심호흡을 거칠게 내쉬며 핸드폰 카메라 셔터만 눌러댈 뿐이었다.
이놈은 주인을 닮지 않았는지 높은데 올라가서도 평온하기만 하다.
- 여행지에서 온천이라니! 비록 나의 멍청함으로 안내도 됐을 수건값 200엔을 지불해버렸지만, 2천원에 목욕한 것도 어딘가 그래!
오사카 주유패스는 구성이 정말 알차다. 얼마나 알차냐면 노천탕이 잘 갖춰진 꽤나 괜찮은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비록 한국에 비해서 덜 춥다고는 하지만 12월의 겨울 바람을 하루종일 맞으면서 돌아다닌 지친 몸뚱아리가 따뜻한 물에 포근히 담기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을때,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사카 주유패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온천은 총 두군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의 성향에 따라서 더 괜찮다고 판단되는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사실 경마장 근처에 있는 목욕탕 한군데 밖에 가보지 않아서 나머지 한군데가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른다. 네이버님께 물어 보자.)
목욕탕으로 가는 길. 도저히 목욕탕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생김새를 한 동네여서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목욕탕이 있다.
이 고양이놈은 주인을 잘 만나서 목욕도 하고 다닌다.
- 밤지하철 만큼 그 동네의 사람 사는 모습을 보기 좋은 수단도 없는 것 같다. 저마다의 일과를 끝내고 가정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직장인도 있을테고, 학생이나 나처럼 뜨내기 여행객도 있을테다. 무료해 보일수도 있는 일상 속에 있을때가 사람은 가장 편해보이는 것 같다.
온천욕으로 기분좋게 늘어진 탓에 괜히 감상적이었던 듯하다. 아마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피곤에 쩔어있는 얼굴들을 마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렇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 의자가 아늑해서 잠이 저절로 쏟아진다. 오사카에서 할만한 건 다 한것이 아닐까? 내일은 교토를 가보아야겠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난바에서 걸어갈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코마 게스트하우스'였다. 2,500엔에 1박을 할 수 있었는데 조용하고, 깔끔했으며 아르바이트 생인지 주인인지는 알 수 없는 카운터에 앉은 젊은 청년이 매우 잘생겼다. 혹시나 오사카에서 숙박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 여성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도록 하자.
이 게스트하우스는 유별나게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특히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한국어 중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유독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인데, 쇼파에 가만히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이 과연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다 건너 남의 나라 땅에서 한국에서보다 사투리를 더 많이 듣게 되는 것도 한 번 쯤은 해볼 만한 희한한 경험인 듯하다.
쇼파가 너무 편해서 저러고 있다가 몇 번 잠들어버렸다.
참 가까운 나라인데도 사회에 나갈때가 되어서야 찾게 된 일본에서의 첫날 밤. 그 포근한 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