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떠나는 3박 4일 남짓의 여정을 계획한다면 아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은 꼭 찾지 않을까 싶다. 홍콩섬 남쪽에 위치한 몇 군데의 해변이 바로 그것인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홍콩섬이지만 남쪽의 해변은 조금 다른 인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스탠리로 가는 방법은 꽤나 다양하다. 홍콩섬 북단 중심가에 위치한 애드미럴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션파크 역으로 이동한 후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혹은 차이완 역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그 어느 길을 택해도 스탠리에 닿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덕분에 어디로 갈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리펄스베이를 먼저 둘러 보고 싶다면 애드미럴티 역에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동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용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홍콩섬의 북동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차이완역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지하철역을 나서니 기대하지 않은 이상으로 놀라우리만치 별 것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스탠리를 가기 위해서는 '16X'번 버스를 타야 한다. 2층 높이의 육중한 몸집을 이끌고 거리를 활보하는 대부분의 시내버스와는 다르다. 학원버스 같기도 하고 경기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마을버스를 닮기도 했다. 이 녀석은 우리를 차이완에서 스탠리까지 실어다 줄 것이다.
요금은 9달러, 한국 돈으로 1,400원 정도 한다. 이 미니버스는 안내가 친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 광동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탑승이 망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6X 버스는 스탠리가 종점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되니 목적지를 잃을 염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인지, 농기계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투박한 엔진소리와 함께 버스는 스탠리를 향해 달린다. 출발하자마자 냅다 산으로 꽁무늬를 내빼기 시작하더니 길섶으로 공동묘지가 지천이다. 이 버스의 종착은 내가 누울 묏자리가 아닐까 조금 음산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별 수 없다. 스탠리에 닿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정점을 지나면 저 멀리에 조금씩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인 전경이 그려지는 화폭의 한 켠에는 여지없이 고급스러운 호텔과 고층 아파트가 자리한다.
얼마를 더 달렸을까. 버스가 멈춰선 곳에는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이는 시원한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고 아름다웠다.
이곳은 꽤 강한 바닷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 온다. 윈드서핑 같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무리 홍콩의 겨울이 한국에 비해 따뜻하다지만 한기가 조금씩은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해변을 뒤로 하고 관광객 무리를 따라 인도를 걷다 보니 작은 시장을 만나게 되었다. 기념품을 파는 매장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거진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방이었다. 둥글게 말아서 지환통에 담아 준다는 것 같던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그림을 사서 한국까지 들고 가려고 할까. 지금도 상상이 잘 안 된다.
고양이가 생선가게 그냥 못 지나친다고, 재밌게 생긴 가방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선다. Cote & Ciel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것 같은 출처와 국적이 불분명한 가방과 함께 다양한 색깔의 부엉이들이 벽에 잔뜩 걸려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갈 때 짐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 뻔했다.
계속 발걸음을 옮겨 시장을 빠져 나오면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연 것처럼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넓지 않은 만을 따라 형성된 작은 마을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곳이라면 한 번쯤 살아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락해 보였고, 공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즐거워 보였다.
한 걸음씩 옮긴 발걸음의 끝에서 만난 광장.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묵은 해를 떠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가득했던 이 공간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그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모두가 다 가는 곳이라 해서 내가 꼭 가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란 탓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던 스탠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나는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홍콩으로 떠나는 3박 4일 남짓의 여정을 계획한다면 아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은 꼭 찾지 않을까 싶다. 홍콩섬 남쪽에 위치한 몇 군데의 해변이 바로 그것인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홍콩섬이지만 남쪽의 해변은 조금 다른 인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스탠리로 가는 방법은 꽤나 다양하다. 홍콩섬 북단 중심가에 위치한 애드미럴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션파크 역으로 이동한 후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혹은 차이완 역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그 어느 길을 택해도 스탠리에 닿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덕분에 어디로 갈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리펄스베이를 먼저 둘러 보고 싶다면 애드미럴티 역에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동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용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홍콩섬의 북동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차이완역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지하철역을 나서니 기대하지 않은 이상으로 놀라우리만치 별 것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스탠리를 가기 위해서는 '16X'번 버스를 타야 한다. 2층 높이의 육중한 몸집을 이끌고 거리를 활보하는 대부분의 시내버스와는 다르다. 학원버스 같기도 하고 경기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마을버스를 닮기도 했다. 이 녀석은 우리를 차이완에서 스탠리까지 실어다 줄 것이다.
요금은 9달러, 한국 돈으로 1,400원 정도 한다. 이 미니버스는 안내가 친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 광동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탑승이 망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6X 버스는 스탠리가 종점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되니 목적지를 잃을 염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인지, 농기계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투박한 엔진소리와 함께 버스는 스탠리를 향해 달린다. 출발하자마자 냅다 산으로 꽁무늬를 내빼기 시작하더니 길섶으로 공동묘지가 지천이다. 이 버스의 종착은 내가 누울 묏자리가 아닐까 조금 음산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별 수 없다. 스탠리에 닿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정점을 지나면 저 멀리에 조금씩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인 전경이 그려지는 화폭의 한 켠에는 여지없이 고급스러운 호텔과 고층 아파트가 자리한다.
얼마를 더 달렸을까. 버스가 멈춰선 곳에는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이는 시원한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고 아름다웠다.
이곳은 꽤 강한 바닷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 온다. 윈드서핑 같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무리 홍콩의 겨울이 한국에 비해 따뜻하다지만 한기가 조금씩은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해변을 뒤로 하고 관광객 무리를 따라 인도를 걷다 보니 작은 시장을 만나게 되었다. 기념품을 파는 매장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거진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방이었다. 둥글게 말아서 지환통에 담아 준다는 것 같던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그림을 사서 한국까지 들고 가려고 할까. 지금도 상상이 잘 안 된다.
고양이가 생선가게 그냥 못 지나친다고, 재밌게 생긴 가방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선다. Cote & Ciel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것 같은 출처와 국적이 불분명한 가방과 함께 다양한 색깔의 부엉이들이 벽에 잔뜩 걸려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갈 때 짐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 뻔했다.
계속 발걸음을 옮겨 시장을 빠져 나오면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연 것처럼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넓지 않은 만을 따라 형성된 작은 마을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곳이라면 한 번쯤 살아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락해 보였고, 공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즐거워 보였다.
한 걸음씩 옮긴 발걸음의 끝에서 만난 광장.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묵은 해를 떠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가득했던 이 공간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그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모두가 다 가는 곳이라 해서 내가 꼭 가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란 탓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던 스탠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나는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