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3 탄자니아 중산층의 주택은 어떻게 생겼을까?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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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사는 탄자니아 외국인 노동자의 주택을 구경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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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므완자. 탄자니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정말로 멀고 험했다. 장장 30시간에 걸친 엄청나게 멀고 험한 여정이었다. 너무 고생이 심해서였는지 아직도 꿈만 같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여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제가 정녕 아프리카 땅을 딛고 서 있는 것이 맞습니까.



진짜로 현지 사람들이 사는 집을 소개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와 큰형을 탄자니아로 초대한 이번 여행의 호스트는 수도 없이 가봤을 테지만 우리에게 그런 기회는 없을 예정이다. 고작 2주 머무르다 가는 뜨내기들에게 동네 사람들의 주택은 너무나 가깝고도 먼 그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탄자니아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집이라도 구경하는 수밖에.


우리를 탄자니아로 초대한 이번 여행의 호스트는 코이카 단원이다. 므완자라는 도시에서 중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들어본 적 있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일종의 민간 외교 사절이다. 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되는 단원들인 만큼 아쉽지 않은 대우를 해줄 것 같지만 의외로 열악하다. 봉사 성격이 짙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코이카를 꿈꾼 적이 있어서 대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원에게서 직접 들은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험난했다. 먹고사는 걱정은 없게끔 하지만 딱 그 정도의 지원이 전부다. 집세와 생활비를 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



쨌든 현지 사람들의 주택보다야 사정이 나을 테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굳이 급을 매기자면 중간보다 약간 아래란다.



그런 것치고는 매우 멀끔하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통로는 쓰레기통이 널브러져 있긴 했지만 대체로 깨끗했고 날벌레 같은 것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기대치를 낮췄나 보다. 조금 더 기대의 수준을 올려야겠다.



그러자마자 배신이 이어졌다. 엘리베이터는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다. 매우 좁고 느리다. 우리 셋 다 덩치가 작다. 하지만 발 디딜 틈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캐리어 두 개와 사람 세 명이 전부인데 이렇게나 비좁다니. 살짝 당황스럽다.



여행이 한창이었던 2019년에는 이런 글을 쓸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호스트가 살고 있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이카 단원들이 대대로 이어받던 집이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수인계는 끊겼고, 호스트는 한국에 돌아온 지 오래다. 이제는 도면까지 공개해도 아무렴 상관없게 되었다.


탄자니아에서 좋은 집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방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로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주택들은 이중의 잠금장치를 어딜 가나 갖추고 있다. 정문과 현관의 쇠창살이 그것이다. 범죄의 빈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외국인을 상대로는 조금 살벌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보안 설비는 필수다. 유비무환이라,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호들갑도 과하지 않다.



약간 당황했다. 당황이라기보다는 배신감이 크다. 분명 중간 아래라고 했는데 말이다. 방도 두 개나 있고 주방과 거실도 아주 넓다. 화장실도 두 개다. 겸손한 우리의 호스트는 가격에 비해서 조건이 괜찮은 편이라고 했지만 여기는 가격 떠나서 그냥 좋은 집이다.



여기가 오늘 우리가 묵을 방이다. 손님치는 손길을 보아하니 하루 이틀 받아본 솜씨가 아니다. 우리를 방으로 인도하고 안내 사항을 전달하는 모양새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타일이 살짝 촌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화장실도 웬만한 건 모두 갖추고 있다. 가끔 녹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오래 틀어두면 사라지니 딱히 문제 될 건 아니다.



쇼파도 두 개나 있고 식탁도 있다. 서울에서 이런 집을 소유하려면 가방을 얼마나 팔아야 될까. 열심히 장사하고 열심히 일해야겠다.



주방도 굉장히 크고 쾌적하다. 약간 낡은 느낌은 있지만 널찍함이 모든 걸 상쇄한다. 이렇게 훌륭한 주방이 있는 집에 살면 요리하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길 것 같다. 실제로 호스트도 종종 요리를 해먹는다고 했다. 손님들을 초대해도 주방이 넓어서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 뭐든지 큰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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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이 더 있지만 나머지 공간은 개인의 영역이라 접근할 수 없었다. 사실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우리가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고 그래 봐야 못 본 거라고는 호스트의 방이 전부다. 그나마도 우리가 묵은 방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했으니 궁금해할 필요가 딱히 없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집이었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널찍하고, 쾌적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빅토리아 호수를 벗한 환상적인 입지였다. 바다를 연상케하는 광활한 호수다. 이렇게 좋은 곳에 살고 있으니 호스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날 날이 없다. 원래도 긍정적인 형이지만 유독 잘 웃는 것 같더라니, 집만 봐도 이유를 알 것 같다.


여튼 우리 호스트는 이렇게나 좋은 곳에 살았다. 가끔 그립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가 정말 장엄하고 상쾌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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