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5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은 틸라피아를 먹어봅시다. 므완자 맛집 Kijiji 탐방기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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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나간다 하는 사람들은 여기 다 있다. 힙한 므완자 맛집 Kijiji Bar & Grill



이번 여행의 호스트 양반과 함께 학교 탐방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오늘 일정이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아직 뭐가 남았다. 한 군데 더 들를 곳이 있단다. 배가 많이 고픈데 말이다.


어디 가는 중이냐고 약간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도서관에 가야 된다고 했다. 사서님을 뵙고 전달해야 할 것이 있단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진 탓이다. 하지만 우리의 호스트는 당당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번 여행의 유일한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인정한다. 우리는 아는 게 없기 때문에 호스트의 뒤꽁무늬만 쫓아야 한다. 그걸 아는 그는 당당하게 다시 무리를 이끌기 시작한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우리를 어디론가 인도한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끝에서 마주한 것은 꽤나 말끔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식당이다. 어딘지 모르게 힙한 감성이 물씬 풍긴다. 살짝 뒤돌아 우리를 바라보는 호스트의 표정에 거만함이 묻어난다. 분명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틀림없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힙한 것에 민감한 동네 사람들은 죄다 모이는 곳이란다. 아프리카에서 만나는 서양의 향기, 여기는 틸라피아가 맛있는 므완자의 맛집 'Kijiji 바 & 그릴'이다.



잘 차려 입은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받는다. 하지만 별로 의미 없다. 뭘 먹을지 정리된 리스트가 호스트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 한 장 없이 글자만 빼곡한 메뉴판은 우리가 본다 한들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 랜덤박스가 될 것이 뻔하기에 허튼짓하지 않고 호스트의 결정만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세 잔의 식전 음료가 상 위에 올랐다.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은 아보카도, 가운데에 있는 것은 패션후르츠와 수박,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은 타마린드다. 나머지는 안 먹어도 이미 아는 맛이지만 타마린드는 그렇지 않다. 대항해시대 게임을 하면서 이름만 들어봤을 뿐 한 번도 입으로 가져간 적은 없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향신료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음료가 있다니, 마시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입으로 가져간 타마린드의 맛은 의외로 익숙하다. 그냥 익숙한 것이 아니라 아주 익숙하다.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돈까스 소스에다가 물 탄 맛이다. 당황스럽지만 이것 이상 정확한 설명이 없다. 왜냐하면 돈까스 소스의 주재료 중 하나가 타마린드이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품고 황망하게 주스를 들이켜다 보니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두 마리의 틸라피아가 상 위에 올랐다. 하나는 매콤하게 요리한 것이고 하나는 소금구이다.



곁들이는 것으로는 구운 바나나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감자튀김이야 뻔할 것이고 구운 바나나가 무척 궁금하다. 호스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는 신기한 바나나라고 했다. 분명 좋아할 거란다.



정말로 그러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맛의 신세계다. 바나나가 아닌 것 같은 맛과 식감을 가졌다. 차라리 고구마에 더 가까운데, 단맛은 살짝 모자라지만 훨씬 담백하고 단단한 식감 덕분에 음식과 곁들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도하려고 해본 적이 딱히 없지만 노력한다고 한들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배 타고 건너와야 할 텐데 몇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싶다.



튀긴 감자도 씹었고 구운 바나나도 썰었다. 지금부터는 틸라피아 해체의 시간이다. 별로 효율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세 명이 달라붙어서 열심히 해체 작업을 거행했다. 걸신들린 사람처럼 눈이 돌아가서는 맹목적으로 썰고 또 썰었다.



일단 맥주부터 한잔합시다. 어제는 킬리만자로를 먹어 봤으니깐 오늘은 새로운 녀석으로 시도한다. '발리미'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을 두 병 주문했다. 분명 맛있었던 건 기억이 나는데 무슨 맛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상당히 진했고 홉 향이 강했다는 것만 단서처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살짝 매콤한 케찹을 곁들이며 신나게 먹고 마시고 즐겼다. 소금 구이고, 매콤한 맛이 나는 녀석도 모두 다 훌륭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었다면 매운 틸라피아에는 고향의 정취가 있었다는 것인데, 묘하게 추어탕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났다. 조금 더 엄밀하게는 추어탕에 넣는 산초가루의 향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덕분에 건너온 지 하루 만에 시골 할머니 댁의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참을 푸지게 즐겼다.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하늘은 깨끗하고 공기는 청량하며 구름은 그림처럼 폭신하다. 이런 풍경을 배경 삼아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진정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잘 먹었습니다.


잔뜩 부른 배를 신나게 두들기며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업무라고 부를 만한 것도 모두 해결했고 밥까지 먹었으니 다음 행선지는 명확하다. 말로만 듣던 빅토리아 호수를 직접 즐길 시간이다. 우리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연락선을 탈 것이다.


모두들 뜸 들이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입시다. 우리는 빅토리아 호수로 갑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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