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명소는 아니고 동네 주민 생활의 터전, 지웨쿠 탐방기
점심을 먹고 빅토리아 호수를 횡단하는 유람선도 즐겼다. 하지만 아직도 오늘 하루는 끝날 생각을 않는다. 우리의 여행 가이드,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모양새가 영 범상치 않다. 어쨌든 여기는 로마다. 로마법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호스트의 뜻에 따라 우리는 조그마한 등산을 앞두고 있다.
택시를 타고 꽤나 먼 거리를 달려왔다. 아마도 20분 남짓은 되는 듯하다. 구글 지도를 쳐다보면서 왔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도시의 외곽에 닿았다는 것만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천만 다행으로 택시를 탔다. 원래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단다. 잠시 망중한을 읊었던 호텔에서 목적지까지 한 번에 닿을 수 있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이미 충분히 고생스러운데 하마터면 지옥의 행군을 할 뻔했다. 택시비 5천 원밖에 안 하는데 이걸 아끼려고 하다니, 앞으로는 좀 자주 타고 댕깁시다.
금방이라더니 정말로 삽시간에 눈앞에 등장했다. 아마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지웨 쿠'의 실로 엄청난 위용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산이라고 부르기는 살짝 애매하게 작다. 그렇다고 언덕이라 부르려니 그건 또 지나치게 얕잡는 처사인 듯하다. 이 동네 사람들도 비슷한 모순을 겪은 듯하다. 이 녀석의 이름인 지웨 쿠는 스와힐리어로 큰 바위를 뜻하는 말이다.
바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하다. 갑자기 너무 소담해진 것 아닌가 싶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녀석은 산도, 언덕도 아니다. 이름 그대로 바위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녀석은 여러 개의 돌이 모여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큰 바위를 뜻하는 지웨 쿠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아주 엄밀하고 정확한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으로 향하기 직전에 동네 꼬마들을 만났다. 가방에 든 인삼 사탕을 주섬주섬 꺼내서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웨 쿠의 가장 높은 땅을 밟는다. 감격스럽다.
멀리서도 웅장했지만 직접 밟고 선 지웨 쿠는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얼마나 거대하면 정상으로 향하는 비탈에 마을이 있다. 학교와 교회가 있고 운동장까지 갖춘 꽤나 큰 마을이다.
사방에 널어 놓은 멸치에서 풍기는 비린내를 뚫고 마침내 빅토리아 호수가 시원스레 펼쳐진 정상에 올랐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나라 면적의 70%에 달하는 빅토리아 호수라더니, 과연 허명이 아니다. 이건 마치 통영을 여행하며 남해 바다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다. 도저히 호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빅토리아 호수를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바다라고 얘기하면 누구라도 의심 없이 믿을 것이다. 누가 이걸 보고 호수라고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부지런히 올라왔으니 지금부터는 무한한 사진의 시간이다. 어차피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 전부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댄다. 이리 보세요. 김치, 치즈, 스마일. 웃으시고 거 얼굴 드시고 허리 폅시다.
저도 한 장 찍어주십시오. 동행한 큰 형이 다행히 사진에 소질이 있어서 꽤나 예쁜 사진을 찍어 주셨다. 감사합니다 후후
다 같이 한 방 찍읍시다. 이리 보시고, 하나 둘 셋. 찰칵!
어느 틈에 석양이 드리우기 시작했고, 우리는 자연의 장엄함을 벗 삼아 거룩한 존재가 되기로 했다. 나는 바위에 올라 예수가 되었다. 할렐루야.
하마터면 슬리퍼가 바위에 걸려서 무릎을 모조리 깨 먹을 뻔했지만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무사히 고지를 점령했다.
우리 큰 형도 한 장 찍읍시다. 아주 보기 좋습니다.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광경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눈으로 담고, 카메라로도 담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부지런히 담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아쉽다.
하지만 떠나갈 시간, 우리는 다시 므완자 시내로 돌아가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작별 인사를 나눕시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우리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재회하는 날이 있겠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행 명소는 아니고 동네 주민 생활의 터전, 지웨쿠 탐방기
점심을 먹고 빅토리아 호수를 횡단하는 유람선도 즐겼다. 하지만 아직도 오늘 하루는 끝날 생각을 않는다. 우리의 여행 가이드,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모양새가 영 범상치 않다. 어쨌든 여기는 로마다. 로마법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호스트의 뜻에 따라 우리는 조그마한 등산을 앞두고 있다.
택시를 타고 꽤나 먼 거리를 달려왔다. 아마도 20분 남짓은 되는 듯하다. 구글 지도를 쳐다보면서 왔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도시의 외곽에 닿았다는 것만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천만 다행으로 택시를 탔다. 원래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단다. 잠시 망중한을 읊었던 호텔에서 목적지까지 한 번에 닿을 수 있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이미 충분히 고생스러운데 하마터면 지옥의 행군을 할 뻔했다. 택시비 5천 원밖에 안 하는데 이걸 아끼려고 하다니, 앞으로는 좀 자주 타고 댕깁시다.
금방이라더니 정말로 삽시간에 눈앞에 등장했다. 아마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지웨 쿠'의 실로 엄청난 위용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산이라고 부르기는 살짝 애매하게 작다. 그렇다고 언덕이라 부르려니 그건 또 지나치게 얕잡는 처사인 듯하다. 이 동네 사람들도 비슷한 모순을 겪은 듯하다. 이 녀석의 이름인 지웨 쿠는 스와힐리어로 큰 바위를 뜻하는 말이다.
바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하다. 갑자기 너무 소담해진 것 아닌가 싶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녀석은 산도, 언덕도 아니다. 이름 그대로 바위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녀석은 여러 개의 돌이 모여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큰 바위를 뜻하는 지웨 쿠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아주 엄밀하고 정확한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으로 향하기 직전에 동네 꼬마들을 만났다. 가방에 든 인삼 사탕을 주섬주섬 꺼내서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웨 쿠의 가장 높은 땅을 밟는다. 감격스럽다.
멀리서도 웅장했지만 직접 밟고 선 지웨 쿠는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얼마나 거대하면 정상으로 향하는 비탈에 마을이 있다. 학교와 교회가 있고 운동장까지 갖춘 꽤나 큰 마을이다.
사방에 널어 놓은 멸치에서 풍기는 비린내를 뚫고 마침내 빅토리아 호수가 시원스레 펼쳐진 정상에 올랐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나라 면적의 70%에 달하는 빅토리아 호수라더니, 과연 허명이 아니다. 이건 마치 통영을 여행하며 남해 바다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다. 도저히 호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빅토리아 호수를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바다라고 얘기하면 누구라도 의심 없이 믿을 것이다. 누가 이걸 보고 호수라고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부지런히 올라왔으니 지금부터는 무한한 사진의 시간이다. 어차피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 전부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댄다. 이리 보세요. 김치, 치즈, 스마일. 웃으시고 거 얼굴 드시고 허리 폅시다.
저도 한 장 찍어주십시오. 동행한 큰 형이 다행히 사진에 소질이 있어서 꽤나 예쁜 사진을 찍어 주셨다. 감사합니다 후후
다 같이 한 방 찍읍시다. 이리 보시고, 하나 둘 셋. 찰칵!
어느 틈에 석양이 드리우기 시작했고, 우리는 자연의 장엄함을 벗 삼아 거룩한 존재가 되기로 했다. 나는 바위에 올라 예수가 되었다. 할렐루야.
하마터면 슬리퍼가 바위에 걸려서 무릎을 모조리 깨 먹을 뻔했지만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무사히 고지를 점령했다.
우리 큰 형도 한 장 찍읍시다. 아주 보기 좋습니다.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광경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눈으로 담고, 카메라로도 담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부지런히 담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아쉽다.
하지만 떠나갈 시간, 우리는 다시 므완자 시내로 돌아가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작별 인사를 나눕시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우리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재회하는 날이 있겠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탄자니아 여행기 #.8 빅토리아 호수를 벗한 리조트에서 즐기는 훌륭한 저녁